춤계소식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은 11월 11~13일 해오름극장에서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를 초연한다.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샤먼(무당)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소명의 의미를 춤으로 풀어낸다. ‘소명’은 신의 부름을 받은 일이라는 종교적 의미뿐 아니라 개인적‧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고 헌신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작품은 자신의 인생에서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모든 이들을 이 시대의 샤먼이라고 봤으며, 제목처럼 모든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안녕을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춤으로 전한다.
손인영 안무가는 무속 하면 흔히 떠올리는 정형화된 이미지 재연을 경계하며 창작에 임했다. 그는 자신의 육신을 중심으로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샤먼의 모습이 무용수와도 닮아있다고 봤다. 무용수 또한 그의 신체가 집이자 고향이며, 본인의 신체를 매개로 춤을 추고 몰입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다. 이처럼 일상과 비일상, 경계에 대한 상상력은 작품의 움직임을 관통한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구성된다. 1막은 입무자⸱조무자⸱주무자가 등장해 소명을 마주한 입무자를 둘러싼 상황을 보여준다. 2막에서는 내림굿 과정을 시각적인 은유로 표현하며, 세 그룹의 변화무쌍한 관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3막은 의식이 끝난 후, 새로운 역할로 복귀한 일상을 그린다. 관객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만 기승전결을 따르는 무용극 형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Hasisi Park |
46명의 무용수는 내림굿 의식에 참여하는 입무자(入巫者)‧조무자(助巫者)‧주무자(主巫者) 세 그룹으로 나뉘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내림굿 의식에 참여하는 세 그룹의 삼각 구도가 만드는 긴장과 이완에 초점을 맞추며, 춤은 내림굿 중에서도 황해도 강신무에서 영감을 받았다. 입무자는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힘 때문에 힘들어하며, 조무자는 가장 현실적인 입장에서 선배로서 도와주려는 면을 보인다. 주무자는 수련하는 조무자에게 엄한 모습과 자상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지만, 선택을 앞둔 입무자에게는 좀 더 복잡한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관계와 감정 변화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모습과도 맞닿아있어 다양한 공감대를 끌어낸다.
안무가 손인영은 “내림굿이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춤을 중심으로 다양한 층위의 예술적 해석과 상상을 펼치게 했다”라며 “안무적으로는 소명의 발견을 둘러싼 입무자‧조무자‧주무자의 역동적인 감정 변화와 관계에 초점을 맞춰 창의적인 움직임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의 음악은 이날치 밴드의 수장이자 영화 ‘곡성’ ‘부산행’ 등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준 장영규가 책임진다. 장영규는 굿 음악의 독특한 리듬을 차용해 전혀 다른 일상적인 느낌의 음악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연출과 미술감독은 윤재원이 맡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 뮤직비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한 인물로, 국립무용단과는 처음 호흡을 맞춘다. 윤재원은 댄스플로어가 아닌 카펫과 커튼 등 따뜻한 질감의 소재를 활용해 무대 공간을 연출한다. 비공개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내림굿의 분위기와 한 인간이 소명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내밀한 성장 과정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각 분야에서 탁월한 감각으로 인정받는 의상 디자이너 오유경, 조명 디자이너 여신동, 3D영상 작가 김을지로, 사진작가 임효진까지 화려한 창작진 구성을 자랑한다.
국립무용단은 9월 해오름극장 공식 재개관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손인영 예술감독을 필두로 무용단의 안무 역량과 에너지를 총결집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김미애·박기환·조용진·이재화가 조안무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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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2021년 11월 11일(목)~11월 13일(토) 목·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람료: VIP석 70,000원,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
소요시간: 70분
예매: 국립극장 02-2280-4114 www.ntok.go.kr
안무: 손인영
연출·미술감독: 윤재원
작곡·음악감독: 장영규
조안무·안무지도: 김미애·박기환·조용진·이재화
조명디자인: 여신동
의상디자인: 오유경
3D영상: 김을지로
사진: 임효진
분장디자인: 신세영
프로듀서: 박은영
출연: 국립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