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국악원은 1902년 4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기로소(耆老所, 조선시대 조정 원로들의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 입소를 축하했던 진연(進宴,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에서 베푸는 잔치)중 밤에 열었던 잔치 ‘야진연(夜進宴)’을 재해석하여 4월 9일~1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1902년 기소로 입소의 축하 진연으로는 황태자와 백관들이 황제에게 ‘외진연’을 올리고, 다음날엔 왕실 가족과 친인척 및 명부가 참여해 ‘내진연’을, 그리고 그날 밤에는 황태자가 황제에게 ‘야진연’을 올렸다.
당시의 진연은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임인진연도병’ 에 담겨 조선 왕실 잔치에 어떤 종목의 궁중무용과 음악들이 연행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이번 공연의 재현에 바탕이 되었다. 전체 10폭의 그림 중 8폭에는 밤에 올려진 잔치였던 ‘야진연’의 모습이 담겨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아래 아름다운 궁 안에서 달빛과 별빛으로 물든 왕실의 잔치를 12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판타지로 풀어냈다.
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이해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신라시대 음성서 이후 1,400여 년의 맥을 이어온 국립 음악기관으로서 흔들림 없이 지켜온 찬란한 궁중 예술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위기 속에서 1951년 4월 10일, 피난지 부산에서 전통 음악의 전승을 이어가고자 했던 국립국악원 개원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살아 숨쉬는 역사이기도 하다.
이번 ‘야진연’은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함녕전에서 저녁 잔치로 거행되었던 진연 중 의례를 제외하고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하는 무대공연으로 재창작 되었다. 본래 의례를 중심으로 연주와 궁중무용이 진행되었으나, 12종목의 궁중무용은 제수창, 장생보연지무, 쌍춘앵전, 헌선도, 학연화대무, 선유락 등 6종목으로 축소하고 여기에 정동방곡을 시작으로 여민락, 수제천, 해령 등 궁중음악의 정수를 담았다.
임금의 덕이 높아 상제께서 장수로 보답하여 창성하게 한다는 내용의 구호(口號)를 가진 ‘제수창’을 시작으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여민락’과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제천’, 새롭고 힘찬 발걸음의 시작을 알리는 ‘대취타’ 에 이어 윤선도의 ‘어부사’를 부르며 배 주위를 둘러서서 춤을 추는 ‘선유락’으로 이어져 궁중예술의 백미를 관객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공연은 무대미술과 무대 영상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수현 감독이 맡은 첫 연출작으로 전통의 원형은 최대한 살리면서 무대 위 표현 기법은 첨단기술을 접목시켰다. 조수현 연출은 LED 스크린으로 무대를 둘러싸 ‘기로소’를 무릉도원의 세계로 표현하고, 진연의 현장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펼쳐내 공연에 생동감을 더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어둠을 밝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120여 년 전의 ‘야진연’을 통해 2021년 관객들의 마음속에 온화한 기운의 희망과 위로가 전해졌으면 한다.”고 밝히며 “어려운 역사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온 찬란한 전통 예술이 전하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관객과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국립국악원은 부대 이벤트로 칠순을 맞이한 1952년생 관객을 대상으로 1인 2매 70% 할인 혜택과 S석 예매자에게 전통 등 DIY 키트 기념품을 증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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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夜進宴)’
4.9.~4.14. 주중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4.12.(월)은 휴관
국립국악원 예악당
관람료: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출연: 국립국악원 정악단, 무용단
문의: 02-580-3300
‘야진연(夜進宴)’ 프로그램 정보 | |
프로그램명 | 구성 내용 |
정동방곡 | 반세기 동안 고생한 왕을 기로소로 보내는 진연의 시작. 본 작품에서 기로소는 무릉동원, 이상세계를 상징함 |
제수창 帝壽昌 | 임금이 덕이 높아 상제께서 장수로 보답하여 창성하게 한다는 내용의 구호(口號)를 가진 정재 |
여민락 | 왕의 행렬이 무대 위에 등장하면 왕에게 술잔을 올림. 영상기술을 이용해 무대 바닥에는 물이 차올라 하나의 술잔이 되고, 술잔 속에 달이 비침 |
장생보연지무 長生寶宴之舞 | 왕이 장수를 누리기를 송축하는 내용의 창사를 부르며 추는 춤으로, 조선 순조대에 창작된 정재 |
춘앵전 창사 | ‘빙정월하보, 나수무풍경’ (어여쁜 여인 달빛아래 거니는데, 비단소매 춤바람에 나부끼네) |
쌍춘앵전 雙春鶯囀 | 봄날 나뭇가지 위에서 노는 꾀꼬리를 형상화한 춤으로, 독무인 춤을 남녀 한 쌍이 추는 2인무로 연출 |
수제천 | 장수를 상징하는 전통문양을 활용한 영상과 함께 술잔 속의 물은 무릉도원의 호수로 변함 |
헌선도 獻仙桃 | 왕에게 천도(天桃)를 바치며 장수를 기원하는 춤으로, 고려시대 중국 송(宋)에서 유입되어 토착화된 정재 |
학무연화대무 鶴舞蓮花臺舞 | 2인의 춤꾼이 학 모양의 전신탈을 쓰고 학의 모습과 동작을 묘사하는 학춤과 연꽃을 들고 춤추는 연화대무를 동시에 상연하는 정재 |
선유락 船遊樂 | 대취타를 선두로 하여 뱃놀이를 형상화한 정재로, 배를 가운데 놓고 둘러서서 추는 춤 |
해령 | 학연화대무와 선유락을 통해 표현된 무릉도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왕이 그 이상세계로 들어감. 왕은 백성을 축복하고 백성은 왕의 앞날을 축복하며 진정한 축제를 이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