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지난 6월 20일 한국 권혁(시나브로 가슴에 대표) 안무가와 싱가포르 아델 고(Adele Goh) 안무가가 2개월간의 비대면 창작 리서치 과정을 온라인 공유회를 통해 소개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현대무용 국제행사인 M1 CONTACT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예술감독 퀵 쉬 분, Kuik Swee Boon, 이하 M1 CONTACT)이 주최하고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예술감독 이종호)가 협력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국제 공동창작의 가능성을 보여주어 관심을 끌었다.
권혁과 아델 고는 2020년 M1 CONTACT의 국제협업 창작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Co.Lab.Asians에 초청받아 5월부터 싱가포르에 체류하며 신작을 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권혁의 싱가포르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두 안무가는 비대면으로 창작 리서치를 시도하게 됐다. 리서치는 4월부터 약 두 달간 왓챕 채팅과 영상통화를 통해 진행됐다.
'Thinking Afoot: A Work-in-Progress Sharing' 온라인 공유회 포스터 |
M1 CONTACT는 6월 20일 한국시간 오후 8시 'Thinking Afoot: A Work-in-Progress Sharing'이라는 온라인 공유회를 열어 전세계 무용 관계자들에게 권혁과 아델 고의 비대면 창작과정을 소개했다. 줌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독일 탄츠메세(Internationale Tanzmesse NRW) 큐레이터 카롤렐린다 디키(Carolelinda Dickey), 스페인 마스단사(MASDANZA) 국제교류 매니저 다비드 바라오나-에레라(David Barahona-Herrera), 이스라엘 마홀 샬렘 댄스 하우스(Machol Shalem Dance House) 예술감독 오프라 이델(Ofra Idel) 등 국제 무용계 주요인사들이 참관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공유회를 통해 두 안무가는 비대면 리서치 과정과 방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들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상과 사회의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고립’을 주제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각자 찍은 춤 영상을 주고받으며 움직임을 탐구한 과정을 단계별로 소개했는데 이는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함께 창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어 참관자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아델 고는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매우 낯설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위기가 예술가와 관객에게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안무와 협업에 대해 더 풍부하게 고찰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혁은 “문자나 말보다 그림이나 춤 영상을 주고받을 때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단절의 시대에 서로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둘이 이렇게 온라인에서 만나 새로운 춤을 만들어 나갔다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M1 CONTACT 예술감독 퀵 쉬 분은 “이번 권혁과 아델 고의 작업은 코로나19 속 새로운 국제 협업의 방법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고, 참관한 해외 관계자들이 이들의 준비과정에 큰 관심을 표했다. 서울세계무용축제와 함께한 이 성공적인 사례처럼 앞으로도 신세대 안무가들은 위한 협업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권혁과 아델 고는 내년 M1 CONTACT에 다시 초청받았다. 올해 리서치 과정을 기반으로 작품을 발전시켜 2021년 7월 싱가포르에서 초연을 올린 후 같은 해 10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