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_ 타오댄스시어터 〈16 &17〉
의식의 각성, 소리의 공명으로 구현한 진취적인 춤
김혜라_춤비평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인 타오댄스시어터의 〈16&17〉은 중국현대무용의 지형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중국 작품에서 자주 발견되는 서사와 상징성의 틀을 벗어난 작품은 움직임 파워와 신체성 자체를 드러내기에 주력했다. 물론 극도로 절제된 동작의 반복과 추상성을 추구하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안무가들의 특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시아적 감수성에 기반하나 집단속에서 개별성을 조망하고(〈16〉), 고립된 개인이 연결된 공동체성(〈17〉)을 상반되게 조명한 단체의 창작 방향성을 선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은연중에 반영된 중국적 세계관과 개인적 욕구가 충돌하며 전진하려는 진취적인 춤을 대학로예술극장(10. 16~17.)에서 즐겁게 관람했다.



타오댄스시어터 〈16 &17〉 ⓒ2025서울국제공연예술제



안무가 타오 예는 숫자 시리즈 프로젝트로(〈2〉부터 〈17〉까지 연속적인 작품이 있다) 작품을 만들고, 제목에 제시된 숫자는 무용수의 수와 동일하다. 작품 〈16〉도 16명의 무용수가 등장하고. 중국의 ‘용 춤’과 ‘뱀 춤’에서 영감을 받은 동선 중심의 군무이다. 맨발에 검정색 긴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은 질서 정연하게 라인을 펼쳐간다. 이들은 공연내내 어떤 교감도, 시선도, 표정도, 접촉도 없이 각자의 임무를 충직하게 따른다. 일률적인 방향과 오차 없는 리듬에 맞춰 기계적으로 전진하는 군중이다. 일렬에서 시작해 Z자형으로, S자형에서 원형으로 일련의 대열에 관성적으로 무용수들은 앞선 사람을 따라간다. 이들은 기하학적 패턴에 따라 균형과 질서에 순응하는 집단성을 형상화 하나, 개별 신체는 미세하게 차이와 의식의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타오댄스시어터 〈16 &17〉 ⓒ2025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 미묘한 차이가 작품을 진부하지 않게 하며 아시아적 형상의 틀을 벗어나게 한 포인트였다. 특히 16명이 유사한듯 각자 다르게 척추와 머리를 사용하는 원형 움직임 기법(Circular Movement Technique)이 무용수 스스로의 내적 지각을 발현하는 춤으로 도드라졌다. 보통 움직임을 주로 주관하는 팔과 다리, 몸통이 오히려 군무라인을 따라야 하는 공간에서 움직임 반경이 제한된다. 반면 각자 이마와 후두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미묘한 사유를 일으키는 반전을 보여준다. 신체만의 추상적 구조와 질서를 탐색하려 한 작품이나 그 안에 존재한 개인이 뭉겨지지 않는다. 척추를 비틀고 목을 젖혀 머리칼을 날리며 혼란하게 360도 회전으로 구사되는 불완전한 균형감이 새로운 잠재력을 생성하는 상황을 마련한다. 이는 마치 전체성이 요구되는 (사회)구조에서 스스로가 각성하는 생명력 있는 움직임으로 강력하게 다가왔다. 카오스모스, 통제 속에서 피어나는 자율적 욕구 내지는 의지로 인지되었다.





타오댄스시어터 〈16 &17〉 ⓒ2025서울국제공연예술제



멈춤 없이 선형적 질서정연함을 유지한 〈16〉과는 달리 〈17〉에서는 정반대로 수직적 동선을 축으로 무용수의 음성이 전체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더불어 중력에 대한 몸의 저항과 정지된 순간의 가능성도 탐색한다. 바닥에 널브러져 누워있는 무용수들은 한 명씩 소리를 낸다. 발화된 소리에 따라 행위가 펼쳐지고 이는 신호같이 상대와 연결된다. 몸통을 뒤집고 바닥에 밀착된 자세로 불규칙적으로 반응한다. 음악 없이 목소리와 신체가 바닥에서 튀어 올라 다시 맞닿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이들은 묘하게 엮이게 된다. 허공에 터지는 불꽃처럼 튕겨진 무용수들의 몸들은 새로운 감각으로 공간에서 현시되는 효과를 일으킨다. 개별적인 행위가 집단적인 행동으로 전이, 확장돼 보이는 것도 소리의 공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러 언어가 혼합된 음성과 소리의 형태는 독특한 방식으로 힘을 갖게 되며 존재감을 표명하는 것 같았다. 몸의 충돌과 소리의 파동은 집단적인 행위로 귀결되며 일종의 시위를 연상하게 했다. 두 작품을 통해 타오 댄스 시어터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움직임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16〉에서는 ‘질서 속에서 균열’을, 〈17〉에서는 ‘고립적 공생’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타오댄스시어터 〈16 &17〉 ⓒ2025서울국제공연예술제



타오 댄스 시어터는 ‘신체 자체로의 회귀’라는 미학으로 중국 컨템퍼퍼리 댄스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다양한 컨템퍼러리 댄스에 노출되지 못하고, 여전히 화려하고 극적 서사에 익숙한 현지 중국 관객들에게 타오 댄스 시어터는 새로운 현대무용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작품도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후원으로 중국 국가대극장에서 초연되었고, 댄스리플렉션(반 클리프아펠)후원으로 스파프(SPAF)를 통해 한국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타오 예는 19세에 현대무용을 전공하기 전까지 중국무용을 배웠고 이후 상하이 진싱무용단, 베이징 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2008년 23세에 자신의 무용단을 세웠고 이듬해 마사그레이엄 무용단원이었던 두안 니가 합류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타오댄스시어터 〈16 &17〉 ⓒ2025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들이 추구하는 장치를 배제한 신체로의 회귀, 제한과 절제를 통한 미니멀한 움직임 방법론은 한국의 안무가들도 이미 시도했고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 안무가들은 몸성 자체에만 몰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시말해 전체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신체성을 조망하기보다는 나의 감각에만 집중하려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단체의 전체속에서 부분(개인)을 조망하는 관점과 자신만의 독특한 움직임 방법론을 개발해 몸의 순응과 저항의 구조 대비를 선명하게 제시한 점은 우리 안무가들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겠다.

김혜라

현장 비평가로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등단했다. 월간 <춤웹진>과 <더프리뷰>에 정기적으로 컨템퍼러리 창작춤을 기고하고 있으며, 국공립을 비롯하여 여러 문화재단에서 심의와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세종시문화재단 자문위원이며 중앙대에서 비평관련 춤이론 수업을 하고 있다.​​​​​​​​

2025. 12.
사진제공_2025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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