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은진의 <신체하는 안무>는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에 선정된 작품이다(2014년 2월11~16일 아르코예술장 소극장). <신체하는 안무>란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하기 모호하지만 최은진은 이 작품을 통해 신체의 인지적 반응에 주목하여 안무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출연자인 윤상은, 위성희, 최은진 세 사람은 <신체하는 안무>에서 신체 모노 드라마를 펼친다. 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편안한 복장을 한 실연자는 한 명씩 등장하여 자신의 몸짓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하고 명확한 대상은 없지만 상대와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말한다. 그리곤 자신의 무심한 행동이 습관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욕망에 의한 것이지, 그 의식의 출처가 어디인지 찾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꼬인 발등이 왜 그 상태로 있는지. 오늘은 플리에를 왜 더 깊게 하고 있는지”처럼 말이다. 그들의 독백적 소리는 몸이 인지하는 감각적 반응이며, 정확하게는 몸과 신체의 의미도 다르게 설정되었다. 몸은 경험된 의식과 문화가 내포된 실체이지만 안무자가 생각하는 신체는 지각하기 이전의 몸, 다시 말해 물질적인 의미로서의 몸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몸을 작동하게 하는 신체의 기제는 순간적이며 신경적인 모든 태도를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면, 실연자들은 자신들 신체의 반응을 관찰하며 즉각적인 말을 내뱉는다. 이 과정은 한 시간 동안 줄기차게 이뤄지지만 여기에 춤적인 움직임의 연결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음악도 특별한 조명도 없다. 그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ㆍ분석하는 실연자들의 음성만이 있을 뿐이다. 각각의 신체는 상대가 무대로 나오면 레이더망에 감지된 제3의 시선으로 외부세계에 반응하는 신체를 디코딩(decoding)하고 있다.
이미 발화된 음성을 듣는 자신 및 상대에 반응하는 신체를 보며 대응하는 몸짓 그리고 자신의 음성을 다시 듣고 반응하는 시퀀스의 반복은 점점 관객에게 신체의 주체성 혹은 주체적 신체를 부각시킨다.
중ㆍ후반부로 갈수록 실연자들은 관객의 시선까지 감지하며 즉흥적인 입담을 첨가한다. 세 사람은 짧은 순간 서로 스쳐지나갈 뿐 템포의 변화 없이 지속되는 독백으로 무대를 채워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무미건조한 흐름이 반복되지만 관객의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안무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감하게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했기에 가능했다. 일관되게 안무자의 디코딩 방식은 낯선 몸짓에 주목하여 다시 그 반응의 실체를 해체하는 방식을 취하였고 이를 통해 안무자는 의식이 미처 미치지 못했던 신체적 행동을 의미 있는 몸짓이 될 수 있게 환원시켜 낸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보건대 최은진이 생각하는 안무란 사고의 인지적 반응을 몸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무의 주체로서 몸에서 발생하는 감각적인 반응자체를 안무로 포괄한 개념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 의식이 신체로 전도되는 과정이 아니라 신체가 기억한 몸짓이 의식의 영역을 넘어 작동하는 것이 안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각인시켰다.
최은진의 작품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을 표현하는 춤의 속성을 오히려 이성의 중핵인 말로써 설명하겠다는 역발상이 신선하다. 동시에 개념 이외의 장식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배제시킨 젊은 패기가 빛나는 무대였다. 다만 안무라는 것이 ‘스스로 몸이 지각하는 순간이라’는 담론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사고와 기법을 다음 무대에서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