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와이즈발레단 〈대한민국 No.1 Dancer 이광석; 쿰바카〉
무용수와 객원 안무, 성공한 협력 작업
김혜라_춤비평가

 와이즈발레단의 신작 <대한민국 No.1 Dancer 이광석 쿰바카>(2월 14~15일, 마포아트센터)는 마포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 협력프로그램으로 마련된 공연이었다.
 와이즈발레단이 이번 공연에서 내건 ‘중견 춤꾼들과 협업을 이뤄 춤꾼의 삶을 조명하겠다’는 기획의도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춤계의 전체적인 흐름은 전통춤을 제외하고는 치열하게 춤만 추는 춤꾼이 존경받는 문화는 아니다. 또한 열심히 추던 춤꾼들도 30대전후로 자연스럽게 안무적 역량을 검증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춤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철학적, 인문학적으로 몸에 대한 연구가 다각적으로 주목받고는 있으나 아직도 우리 춤꾼들의 행로, 특히 춤만 추는 일은 창조적 예술가로서 부족하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작곡가보다 이를 해석해내는 연주가의 능력을 더욱 창의적 재능으로 인정하는 음악계의 풍토, 몇 백 년이 흘러도 원곡의 현재성이 빛나게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다른 점이다. 즉, 베토벤의 곡을 연주한 연주자를 기술적으로만 우수하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유독 춤계에서는 지적인 콤플렉스라고 말하는 혹자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춤만 추는 사람의 예술적 능력을 평가하는데 각박하다. 그렇다면, 춤꾼 모두가 창의적이며 획기적인 안무를 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춤꾼의 근육이 세월의 성실함을 검증하고 있으며 표정과 몸짓에서 삶의 흔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예술적 평가를 받을만하다.
 이광석의 46세라는 나이는 현대춤에서는 노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귀한 춤꾼의 삶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와이즈발레단의 기획과 공연은 현시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20대 못지않은 근육과 에너지로 시종일관 무대를 질주한 이광석은 춤만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며 돌파구라는 것을 증명했다. 쿰바카는 숨을 참는다는 뜻으로, 그의 삶과 춤길을 걸어온 고뇌의 매 순간을 상징한다. 한 송이 꽃은 그를 위로하는 손길도 되며 나가야 할 길을 은유하기도 한다. 그는 세월에 따라 변하는 희망의 꽃을 잡기위해 오롯이 춤추는 춤꾼이다. 

 이광석의 춤길은 때론 위태롭기도 하고 애잔하게 보였다. 묵묵히 본인의 길을 가야하는 여정을 무대 끝 줄타기 하는 모습으로 표현한 장면에서는 쉽게 그의 흔들리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종이 딱지에 적어 온 몸에 붙여 떨쳐내 버리는 순간이었다. 그의 지독한 몸부림은 상처이다. 심리적인 갈등과 상처를 떨쳐 버리려는 이광석의 절규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쿰바카의 인내로 극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이같은 이광석의 장애와 심리적 벽을 넘어서는 의지를 조명한 것은 안무가 유선식의 섬세한 터치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광석 내면의 세밀한 감성과 깊숙한 의지를 200% 이끌어 내었다. 서정적인 음악적 흐름과 이야기 틈새를 자연스럽게 조율하는 안무가의 자질은 이광석을 만나면서 그 빛을 발했다. 그러기에 사실 특별한 구성법이나 기술적 탁월함이 있는 무대는 아니었지만, 이광석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조명하여 공감대를 주는 무대로 보이게 하였다.

 

 


 작품 내용으로 초점을 옮겨보면, 이 작품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감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는 스토리이다. 청각장애를 극복한 한 춤꾼의 순수함과 열정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안무가 유선식의 해석력이다. 이광석의 스토리가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게 유선식이 무엇보다 이광석의 의식과 의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어 전달력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광석 개인과 전체 안무를 받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와이즈발레단의 협력이다. 발레와 현대춤의 유연한 실루엣은 이광석 개인의 열정을 넘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스토리로 다가오게 한 큰 역할을 하였다. 전체적으로 특별하게 진보적이거나 그렇다고 진부하지도 않았지만 우리 정서에 와 닿은 진정성 있는 무대였다.

2014.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