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명옥드림무용단의 10회 정기공연 ‘조율 II’가 11월 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있었다. 전통의 전승과 창조라는 부제로 기획된 공연이었는데, 개인 무용단이 10회의 공연을 이어온 것은 드림무용단 한명옥 예술감독의 남다른 열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램은 전통과 전승과 창조라는 기획의도에 따라 <처용무>에 이어 <오우(五雨)의 춤>이, <엄니의 한, 살풀이춤>에 이어 <살․푸․리 살판>이, 한량무 <장한가>(국수호 독무)에 이어 <바람의 화경>이, <승무>에 이어 <승무북합주>가, <고창농악 고깔소고춤>과 <광명농악 채상놀이>에 이어 <소고춤의 어울림>이 추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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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옥의 메인 춤이었던 <엄니의 한, 살풀이춤>은 예전에 보았을 때와 다르게 따뜻한 느낌이었다. 작품 설명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며,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살풀이 춤사위에 담아 살을 푼다는 의미보다는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했다고 했다. 이러한 -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다는 컨셉은 그간 여러 춤꾼이 추었던 살풀이춤에 대한 시각과는 다른 것이다. <승무> 또한 이매방류의 승무이건만, 이매방류의 기교적이고 와류(渦流)적인 느낌보다는 묵직하고 진중하게 추었다. 장삼 속의 회색 빛 치마저고리가 이를 더욱 뒷받침해주었으고, 한명옥의 두터운 느낌의 춤집과 굵은 얼굴선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 <승무>의 느낌을 보여주었다. <살풀이춤>이나 <승무>에 대해 시각이 닫혀있지 않고, 이 춤을 자신의 설정으로 추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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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소고춤은 한명옥의 오래된 레파토리이다. 최종실류 소고춤을 일찍 전수받았고, 그녀의 대표적 레파토리로 많은 무대에서 추었던 춤이다. 이번에는 고깔소고춤과 채상소고춤을 연결하고 여성춤꾼들과의 군무로 소고춤판을 구성했다. 고깔소고춤은 고창농악(전북무형문화재 7-6호)의 소고춤으로, 채상소고춤은 광명농악(경기 무형문화재 20호)의 소고춤으로, 나란히 이어서 배치함으로 각 소고춤을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고깔소고춤은 춤적 요소가 많고, 채상소고춤은 기예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많은 춤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고깔소고춤을 무대에 올린 점에서 소고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여성 춤꾼들이 합류한 소고춤 군무는 피날레에 흥을 힘껏 돋우긴 했으나, 한명옥 소고춤의 색깔이 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춤꾼들의 소고춤 연륜이 길지 않은 탓이리라. 전통의 전승과 창조라는 한명옥드림무용단의 조율(調律)의 관점에서 소고춤 군무(群舞)의 정예(精銳)를 언젠가 보고 싶다.
이번 ‘조율 II’는 ‘조율 I’에 비해 전체적으로 좀 더 전통의 향기가 진했다. 전통춤의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창작한 창작 작품들도 전통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배경이 무엇인지 필자는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전통춤과 창작춤 사이의 조율에 대해 어떤 서성거림이 아닐까 싶다. 한명옥드림무용단의 ‘조율 II’를 또 다른 부제인 전통춤 재발견 시리즈라고 했을 때, 앞으로의 조율에 대한 예술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한명옥드림무용단의 몫이 되겠지만, 우선 전통춤의 종목 선정에 있어서 좀 더 과감해지기를 제안한다. 교방춤 계열의 전통춤들 외에 다른 전통춤들도 익히 경험한 중견의 세대이니, 시야를 벌려 놓으면 새삼스러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 또 전통을 토대로 한 재창작, 재구성은 그 스펙트럼이 무궁하다. 조율(調律)이란, 율(律) 즉 법령, 비율, 규칙, 자리, 등급을 뜻하고, 조(調)는 조절하거나, 어울리게 하거나, 균형을 잡는다는 뜻이다. 전통춤에서 율(律)을 설정하기 위한 깊은 관찰과, 무용단이 추구하는 조(調)를 곰곰이 성찰한다면, 한명옥드림무용단 ‘조율’의 시리즈는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