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극장 기획공연 〈이정윤 & Etoile〉
스타를 위한 춤과 음악, 그러나 양보다는 질
장광열_춤비평가

색달랐다.
 국립극장이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이정윤 & Etoile”(4월 9-10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평자 10일 공연 관람)은 기존 춤계에서 행해졌던 춤 위주의 갈라 공연과 달리 음악과 비주얼을 강조한 편성이 우선 눈에 띄었다.
 한 무용수에 포커스를 맞춘 기획, 이정윤이 발레가 아닌, 한국춤을 전공하는 남성 무용수란 점도 다른 맛깔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한 요인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남성 무용수들의 출연이 많았고, 기존 국립무용단의 레터포리와 단원들이 여럿 합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모두 12개의 프로그램이 선보인 이날 공연에서 가장 빛난 게스트는 <심청> 파드되를 춤춘 황혜민과 엄재용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수석 무용수는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완숙한 기량과 감정의 교감까지 그들이 보여준 파트너십은 완벽했다. 무용수에 의해 음악은 더욱 빛났고, 공연의 질도 업그레이드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 발레인 <심청>은 음악과 무대미술 외에도 춤 그 자체로 세계 무대에서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 순서였다.
 

 

 

 

 이정윤과 김주원이 함께 춤춘 (안무_이정윤)은 두 남녀 무용수의 사랑이야기로 작은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기교적인 움직임보다는 남녀의 감성적인 교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적인 정중동의 미감이 무용수에 의해 살아난 춤으로, 이날 선보인 이정윤의 몇 개 안무 작품 중 가장 두드러졌으며, 이정윤과 김주원의 무용수로서의 존재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
 는 안무가 배정혜가 국립무용단과 함께 만든 작품 중 <춤, 춘향>과 더불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낸 작품이다. 이중 “진도 아리랑” 부문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묘미가 쏠쏠하다. 독일의 살타 첼로가 한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한 음악은 이 작품의 상품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했고, 이정윤의 솔로 춤은 음악과 움직임의 조화로 만만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제작진들은 영상과 음악이 결합된 남궁연의 두 개 작품을 시작과 마지막에 배치했다. 는 드럼이 만들어내는 현란감과 속도감으로 갈라 공연에 걸맞는 오프닝을 선사했으나 는 실망스러웠다. 연습 장면을 촬영한 영상은 엉성한 편집으로 오히려 실제 공연의 감동을 떨어뜨렸고, 마무리 작품으로서의 컨셉트 역시 미진했다.

 

 

 

 가수 이상은이 출연한 두 개의 순서 <해어화> & <어가야 디어라>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넘나듦이 필요해 보였다. 신창호와 이정윤이 새롭게 안무해 올린 남성 무용수들의 군무 작품 는 대극장 무대에 맞는 컨셉트와 무용수들의 움직임 구성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공연은 여기에 플루트 4중주 연주와 안동 하회별신굿 중에서 놀이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의 일부 등이 추가되어 전체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주는 쪽으로 프로그래밍되었다. 제작진들의 이 같은 의욕적인 시도는 그러나 그 다양성 만큼 작품의 질적인 완성도에서도 천차만별이었다. 기획 공연을 통해 스타 시스템을 정착하는 것이 제작 목표 중 하나였다면 많은 것보다는, 질이 뒷받침되는 쪽으로 편성되었더라면, 스타 무용수로서 이정윤의 이미지 역시 상승했을 것이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지난해 4월 강수진의 갈라 공연 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위주로 편성하면서,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연주와 무대미술을 활용 흑과 백의 대비와 춤을 결합시킨 우베 슐츠의 작품을 통해 극장예술로서의 비주얼을 강조한 새로운 시도가 계속 떠올랐다. 넘쳐나는 것보다 정제된 예술품을 만나게 하는 것, 넘쳐나는 공연 홍수 속에 이 보다 더 좋은 관객 서비스는 없을 것이다.
 반면에, 이번 공연은 향후 춤 갈라 공연 제작 시 볼거리를 위해 여러 장르를 수용하는 시도가 확대되고, 컨셉트 역시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2011.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