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케이댄스 〈TWO〉
탄탄한 구성으로 찾아가는 ‘나’
김채현_춤비평가
 8개의 손발을 가진 인간들이 신에게 도전할 만큼 유능해서 제우스가 각 인간들을 둘로 갈라놓았다는 그리스 신화가 있다. 나에게서 박탈된 반쪽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 곧 에로스의 기원이라는 그리스적 믿음을 이경은은 〈Two〉의 모티브로 택하였다. 〈Two〉는 이 믿음을 굳이 에로스의 차원보다는 내가 나를 찾아가는 모습을 여러 시점에서 조망해 보인다(11월 18-1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연회색조의 캐주얼한 차림을 한 7명의 출연진들은 나 또는 너일 것이다. 그들 사이의 만남은 나를 찾은 나, 나와 다른 너를 만나는 나 같은 여러 양상으로 변주된다. 이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상 있지도 않을 일이며 내가 나인 것은 나 이외의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나 이외의 누구는 고정되지 않으며 그가 누구인지에 따라 나도 달라질 것이다. 상대를 탐색하는 것은 곧 나를 탐색하는 것이 된다. 〈Two〉에서 나의 존재는 이렇게 일렁대고 유동(流動)하는 실체로 그려진다.
 〈Two〉에서 출연진들은 굉장히 조직적으로 배열된다. 그들은 둘이 짝을 이루다가 여럿으로 분화되고 다시 둘이 짝을 이루다가 하나만 남으며 다시 여럿이 함께 존재한다. 등장 인원수가 변하는 것과 동시에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춤꾼들이 손을 뻗쳐 잡아 끌어당기고 풀어주는 모습들에서는 원심력과 구심력 같은 힘의 관계가 선명하게 감지된다. 나를 찾는 여정의 의미를 〈Two〉는 확정하지 않은 채 관객의 느낌에 의뢰하지만, 출연진들의 구성을 깔끔하게 처리함으로써 공연의 흐름은 매우 명징한 상태를 지속하였다.


 

 

 공연의 도입부에서 춤꾼들은 느리게 배회한다. 다양한 형태의 배열과 윤무, 춤꾼들의 엉킴으로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는다. 〈Two〉를 전반적으로 주도한 것은 스타카토 같은 갑작스런 전환보다는 점진적인 크레센도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있어 음향의 역할은 컸다. 지미 세르가 무대 위에서 현장 연주한 반주음은 금속성의 잔잔한 음들이다. 반주음이 명상적인 풍을 유지하되 간간이 자연음처럼 울리고 크레센도 식의 전개를 뒷받침하면서 객석은 서서히 최면에 접어든다. 이렇게 연출된 반주음에서 그는 우주를 감지해볼 것을 권하였으며, 동감이 가는 곡 해석이다.
 명징하며 짜임새 있는 구성을 무기로 〈Two〉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무대 위 흐름에 심취하도록 유도하는 바가 있다. 이러한 전개의 말미에 이르러 음향은 가팔라지고 이와 더불어 출연진들은 빠르게 뒤섞이는 관계로 접어든다. 신명난 축제 현장과 흡사한 이 부분은 〈Two〉의 맥락에서는 내가 다른 반쪽을 만날 때의 희열감을 상징할 것이며 오르가슴도 연상될 법하다.


 

 

 지난해 이경은은 〈마음 도깨비〉에서 자기 자신을 소재로 삼은 바 있다. 도깨비를 빌어 자신의 내면을 그려 보이는 것과 〈Two〉에서 (익명의 존재가) 나를 찾아가는 것은 이경은의 작업에서 새 경향이 추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Two〉에서는 형식적 구성미가 전개를 이끄는 특성이 뚜렷하며, 움직임과 무대 배열에서 돋보이는 조밀한 구성으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탄탄하게 제시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Two〉는 나를 거듭 탐색해가는 여정에 관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매력을 발휘하였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를 비롯 다수의 논문,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2017. 12.
사진제공_김채현, 옥상훈/리케이댄스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