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은미무용단 〈大心땐쓰〉
마음이 몸을 고양시킨 춤
장광열_춤비평가

 “더 이상 새로운 움직임은 없다.”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의 특성상 움직임을 창출하고 조합하는 안무가는 절대적이다. 무용수들의 몸으로 창조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은 이제 더 이상 없다는 말은 이런 안무가들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두 명의 남녀 무용수를 통해 그 어떤 움직임이 새롭게 창안되더라도 이미 또 다른 안무가들에 의해 수많은 2인무들이 만들어졌던 만큼 그 움직임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의 안무가들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 댄서들을 등장시키고, 정상적인 무용수들의 몸에 의족을 채워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고, 배우나 일반인들을 작업에 합류시키고, 대중무용을 끌어와 순수무용과 접목시키고, 테크놀로지 등 기술과의 접목을 시도한 작업들을 쏟아내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안은미무용단이 공동 제작한 〈大心땐쓰〉(5월 12-14일, 토월극장, 평자 13일 관람)에는 두 명의 장애인 배우와 8명의 전문 무용수들이 출연했다. 왜소증(저신장) 장애인인 두 명의 퍼포머는 작품의 전체적인 성격이나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스스로 작품 속에서 하나의 유용한 콘텐츠로 작용, 〈大心땐쓰〉가 만만치 않은 여운을 남긴, 차별화 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大心땐쓰〉는 장애인 출연자의 등장으로 인한 깜짝쇼가 아니라 독창성을 바탕으로 따뜻한 휴머니티와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그로 인해 관객과 소통했고 잔잔한 감흥까지 선사했다.
 초반부 처음으로 무대에 등장한 안은미가 무릎을 꿇어 저성장 출연자와 비슷한 높이를 만들 때, 저성장 배우가 정상적인 체격의 무용수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린 채 이동할 때, 무용수들이 기어서 등퇴장할 때, 상대적으로 저성장 출연자들보다 더 큰 키의 무용수 여럿을 등장시킬 때, 정상적인 무용수의 다리에 의족을 붙여 그 키를 두 배로 팽창시킬 때 안무자가 작품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읽힌다. 저성장 댄서와 이들의 비대칭적, 어긋난 비례가 주는 시각적 이미지의 난입은 그 자체가 강한 임팩트로 무대를 지배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전환점은 두 저성장 배우가 미니 자동차를 타고 등장, 눕혀진 마이크 앞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첫 번째 정점을 찍는다. 그들이 자신들의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관객들은 또 다른 사회와 맞닥뜨린다.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에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어떤 공감을 더한다. 이 과하지 않은, 지나치게 인공적이지 않은 진솔한 장면 설정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진원지나 다름없다.
 두 명의 배우가 입은 의상을 벗을 때, 그리고 그 의상을 정상적인 무용수가 입을 때, 안은미가 무당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모자와 무복(巫服)을 변형시킨 듯한 화려한 붉은 색깔의 의상으로 치장하고 두개의 쇠망치를 부딪치며, 뭔가를 주술처럼 중얼거리는 장면은 상당히 자극적인 메타포를 만들어낸다.


 



 작품의 후반부에 실제 댄서들의 상체와 그들의 하체를 찍은 영상을 무대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장식을 이용해 표출한 장면은 불균형적인 한 편의 시각적 퍼포먼스였다. 정상인과 비정상인,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이들에 대한 경계가 어떤 의미도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출연자들이 자신들의 신장을 더 높이거나 더 작게 하는 시도도 그것 자체로 상징성이 강하다. 종반부에 저성장인, 정상인, 그리고 정상인을 더 높이 보이게 한 댄서들까지 10명의 출연자들 모두가 무대 앞쪽에 일렬로 서서 추는 군무는 무용이 움직임의 예술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이다. 출연자들이 관객들에게 선사한 가장 강렬한 춤의 클라이맥스, 관객들은 안무가가 이 사회에 던지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온몸으로 뜨겁게 체감한다.
 안은미의 〈大心땐쓰〉는 두 명 저성장인 출연자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무용예술 본연의 창작작업을 통한 공감과 해방과 자유의 감각을 일깨웠다. 예술의전당이 오랜만에 무용제작에 참여한 기회를 안무가 안은미는 선명한 메시지, 따뜻한 휴머니티를 담아낸,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가진 작품으로 보답했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7. 05.
사진제공_최영모, 안은미컴퍼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