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월 23일 밤 홍은동 서울무용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랑스의 즉흥 아티스트 엠마누엘 그리베(Emmanuel Grivet)의 쇼케이스 무대는 공연으로서의 즉흥이 가진 예술성과 무한한 확정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의미있는 무대였다.
서울국제즉흥춤축제의 추천 아티스트로 내한한 엠마누엘 그리베는 11월 21-23일까지 서울무용센터에서 즉흥 워크숍을 가졌고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4명의 워크숍 참가자(용혜련, 윤성은, 조정은, 차유정)들과 엠마누엘 그리베와 피아니스트 프렌세스카 한의 연주가 함께 하는 두 개의 각기 다른 즉흥 공연이 선보였다.
엠마누엘 그리베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공연을 연이어 보여주면서도 움직임의 완급에 따라 같은 공간을 다르게 느껴지도록 하고, 팔과 무릎을 활용한 즉흥적인 움직임에 따른 에너지의 조율로 춤을 보는 관객들의 시선을 무한대로 확장시키고 있었다.
피아니스트 프란세스카 한의 연주는 엠마누엘의 움직임에 따라 때로는 함께 요동치거나 앞선 건반의 터치로 그의 움직임을 또 다른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두 아티스트의 즉흥 음악과 즉흥적인 움직임의 만남은 마치 물고기가 물살의 흐름에 따라 유영하듯 한없이 자유로웠다.
창작 주체자의 무의식으로부터 이미지를 끌어내는 즉흥의 매력, 이미 짜여진 작품, 규격화된 공연 형식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몸짓은 그것 자체로 훌륭한 한편의 춤 공연이 되었다.
SIDance, SPAF, 한국&핀란드 합작공연, 브라질 현대무용단 내한공연 등 굵직굵직한 축제와 공연들이 난무하는 10월 하순에 서울무용센터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이날 즉흥 공연은 작고 소박하지만 예술적으로 충만한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홍은예술창작센터가 서울무용센터로 명칭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국제교류를 통한 다양한 무용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도 향후 양보다는 질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한 한국 춤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공연은 서울무용센터가 마련한 안무가 워크숍 & 쇼케이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치러졌다. 안무가 워크숍 & 쇼케이스 프로그램은 10월 29-30일 안무가 고지혜와 Kay Patru의 소마틱메소드 워크숍에 이어 11월 6일 재불 안무가 이선아와 피아이브 디아콩의 2인무와 고지혜와 Kay Patru, 미디어 아티스트 올리버 그림과 사운드 아티스트 레미 클레멘씨비츠의 협업 쇼케이스 공연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