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현대무용단 창단공연
앙상블 부재, 우려를 넘어 선 새로운 기대
장광열_춤비평가

기대와 우려. 국립현대무용단 (Korea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 창단공연(1월 29-30일, 토월극장, 평자 28일 시사회 공연 관람)은 한 안무가의 서로 다른 색깔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하는 흥미로움이 있었지만, 댄서들의 앙상블 부재란 프로젝트 무용단 체제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보여주었다.

예술감독 홍승엽의 8개 안무 작품 중에서 일부 장면만을 뽑아낸 18개 피스가 1부와 2부로 나누어 선보인 이날 공연은 안무가의 서로 다른 색깔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하는 흥미로움이 있었지만, 댄서들의 앙상블 부재란 프로젝트 무용단 체제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보여주었다.

<달 보는 개><데자뷔>에서 보여지는 음악과 움직임의 다양한 조합, <사이프리카><벽오금학도>에서의 영상과 무대미술을 활용한 비주얼, <빨간 부처>와 <아큐>에서 오브제를 활용한 이미지 변주 등 이날 공연은 다양한 색깔의 작품이 한 무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댄스 씨어터 온을 중심으로 보여준 홍승엽의 안무 특성은 서양춤 특유의 형식미와 분석적인 틀을 지니면서도 동작과 동작 혹은 동작군 사이의 연결지점에서 정형을 빗겨감으로써 작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데 있다. 그러나 이날 창단공연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의 단원들은 같은 작품에서 이전 댄스 씨어터 온의 무용수들이 보여주었던 집중력과 앙상블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했다.

작품의 전편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0명의 무용수들이 18개의 에피소드에 잇따라 출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관된 컨셉트를 따라가면서 표출되어야 할 무용수들의 앙상블과 차분한 음미의 부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1부와 2부 사이에 30분간의 인터미션이 있긴 했지만, 다른 안무가들의 서로 상반된 스타일의 작품, 무용수들의 테크닉과 집중력, 그리고 출연자들의 은근한 경쟁까지 가미된 발레 갈라 공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한 안무가의 작품에서 추출한 18개의 피스는 산만하게 비쳐졌고, 전체적으로 무거운 톤은 객석의 분위기를 가라 앉혔다.

 

 

 국립현대무용단 <블랙박스>

 


이번 무대는 향후 국립현대무용단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예술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창단공연이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정비되지 않은 체제에서 만들어진 만큼 다음 행보에 대한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1만원이란 저렴한 티켓 가격, 사전 계획된 공연 티켓이 모두 매진되어 추가 공연을 할 만큼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어낸 점 등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다음의 두 가지 사안은 한번 더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는, 프로젝트무용단의 앙상블 부재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유럽의 직업무용단들이 보여주는 안무가들의 왕성한 수평교류는 무용수들이 어떤 스타일의 움직임도 비교적 무난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몸이 만들어져 있기에 가능하다. 대부분의 안무가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무용수들을 선발하는 방식을 택한다. 향후 매번 오디션에 의해 선발될 우수한 자원(무용수) 확보와 이들을 위한 훈련 코스의 체계적 운영은 프로젝트 무용단의 단점을 극복하는 키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은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전공으로 나누어진 대한민국의 독특한 무용교육 체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기존의 국립무용단이나 국립현대무용단은 동일한 선상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국제적인 무용계의 시선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의 국립무용단이 보여주는 창작 작품은 컨템퍼러리 댄스이다. 다만 그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은 또 하나의 국립 무용단이 만들어진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결국은 안무가들의 다른 스타일과 작품의 질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성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무용의 영역만을 고집하지 않고 컨템퍼러리 댄스라는 큰 그림으로 운영의 방향을 잡을 때 오히려 국립현대무용단의 차별성은 더욱 살아날 것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영문 표기를 “Korea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로 한 것은 이 무용단이 그 향방을 바로 잡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전재: <객석> 2011년 3월.)

2011.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