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우리

이영미 「인생운동을 찾았다!」 북콘서트
춤으로 몸 건강을 일깨우다
김인아_<춤웹진> 기자

“춤은 덜 고통스러우면서 몸과 마음과 머리의 재미가 한꺼번에 느껴지는 독특한 운동이다. 오죽 재미있으면 ‘춤바람’이란 말이 있을까.”
― 「인생운동을 찾았다!」, 춤으로 글까지 쓰게 되다니. 15쪽

 연극과 대중예술을 연구하고 평론하는 이영미 작가는 1990년대부터 1년에 한, 두 권의 책을 집필해왔다. 그간 쓴 책이 한정식 메뉴만큼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성실한 작가에게 책상머리에 붙어 몰두해야 하는 시간은 절대적이었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우스갯소리 같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무릎과 어깨가 망가지고 소화기능도 떨어졌다. 50대의 나이, 더는 늦추지 않고 이제라도 아픈 몸을 재건하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어떻게 건강을 되찾을 것인가? 자타공인 몸치에 저질체력이었던 작가는 춤을 자신의 ‘인생운동’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춤을 인생운동으로 찾는 여정을 한권의 책에 유쾌하게 담아냈다.
 루덴스협동조합과 독립서점 한평책빵이 주최하는 이영미 작가의 「인생운동을 찾았다!」(부제: 한심한 몸을 깨우는 춤의 마법) 북콘서트가 지난 5월 20일 서울 녹번동 소재 서울혁신파크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열렸다. “제가 춤을 추고, 춤으로 책까지 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어쩌다 춤에 다가가 춤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영미「인생운동을 찾았다!」북콘서트 현장 ⓒ춤웹진




 여느 북토크 현장과 달리 가운데 공간을 텅 비운 채 주변에 의자를 둥그렇게 배치해 놓고 참석자들을 기다렸다. 30명 정도 자리했을 즈음 저자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고는 함께한 사람들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물어보았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50대 혹은 40대로 직장생활을 오래해 어깨가 아프다거나 오십견, 근육통, 관절염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람들은 대개 몸의 불편함을 감지했을 때 제일 처음으로 병원을 찾아가 침을 맞거나 약을 먹고 그것으로 신통치 않으면 자가 치료의 방법으로 찜질을 하거나 건강식을 찾는 등의 순서를 밟는다. 그렇게도 몸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결론은 ‘운동’이다. 운동은 노화된 근육과 딱딱해진 혈관을 유연하게 만드는 최종,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저자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하고, 운동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는 거다. 흔히 찾게 되는 헬스클럽, 친구가 추천하는 요가나 필라테스, 요즘 유행하는 운동법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 생활패턴을 알고 각각의 운동이 가진 성질을 파악해야 한다. 평생을 분석하고 연구하며 살아온 저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이 무엇인지를 찾기 시작했다. 소음인 체질에 몸이 차가운 편이므로 수영이나 격렬한 운동은 맞지 않고,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작업하는 생활특성상 집에서 틈틈이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저자는 춤을 선택했다. 대개 춤은 운동의 선택지로 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저자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일주일에 한 번 교습, 집에서 두 시간 작업 후 5분씩 하루에 5~6회 꾸준히 복습하는 식으로 일상에서 쉽고 흥미롭게 해낼 수 있었다.




작가와 참석자들이 벨리댄스를 함께 춤췄다 ⓒ춤웹진




 그렇다면 어떤 춤을 춰야할까? 춤의 영역은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다. 춤과 음악이 주요한 마당극을 연구해온 저자에게 한국무용은 비교적 가까운 장르이다. 이미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에 막상 했을 때 머리 속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아무런 지식도, 분석할 여지도 없는 생소한 춤이어야 했다. 호기심을 만족시키며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운동 효과가 높으면 더욱 좋을 터였다. 춤 운동으로서 방송댄스가 인기지만 젊은이들의 문화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50대에겐 무리다. 에너지를 크게 써야하는 재즈댄스나 줌바댄스, 근육을 비틀어 팽팽히 버텨야 하는 발레 같은 춤도 쉽지 않다. 고심 끝에 저자는 ‘댄스스포츠’를 자신에게 알맞은 춤 운동이라 판단했다.
 저자는 무작정 학원에 들어서 미지의 댄스스포츠 세계를 접했다. 라틴 5종, 모던 5종 가운데 초보자에게 수월한 라틴댄스를 먼저 골랐다. 가장 처음 배운 춤은 빠른 음악에 촐랑거리는 스텝을 밟는 자이브로, 미국 스윙댄스인 지터벅을 바탕으로 한 춤이었다. 다음엔 쿠바의 룸바 음악을 바탕으로 라틴댄스 중 가장 느리고 끈적끈적 움직이는 룸바, 룸바와 비슷하지만 맘보나 차차차 음악에 맞춰 훨씬 경쾌하게 추는 차차차, 그리고 무릎 바운스를 많이 쓰는 역동적인 브라질 춤 삼바를 배웠다. 포기하지 않고 2년 가까이 라틴댄스 4종목의 기본 춤을 익히고 나서 모던댄스의 기본이라 불리는 느린 3박자의 우아한 춤, 왈츠도 추게 됐다. 저자의 재치 있는 설명에 동작 시연이 곁들여진 북콘서트는 어느덧 참석자들과 함께 춤추는 활기찬 춤바람 현장으로 거듭났다.




친필사인 하는 저자 이영미 ⓒ춤웹진




 운동 삼아 시작한 댄스스포츠를 5년 넘게 하다 보니 저자의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어깨를 쫙 편 팔 동작, 골반과 허리를 많이 움직이면서 고질병인 오십견이 해결됐고 무릎과 허벅지, 등허리에 힘이 생기며 관절염과 요통 걱정이 사라졌다. 이처럼 근골격계에 도움을 받자 몸에 균형감이 생겨 바른 자세를 취하게 되고 걸음걸이도 빨라졌으며 폐활량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후에도 저자는 살사, 탭댄스, 벨리댄스, 플라멩코, 훌라를 몸소 익혀 나갔다. 이제까지 배운 춤만도 10여종이나 된다. 그렇게 몸의 관리 방법을 터득해갔고 그 중심에 춤이 자리한다. 춤 자체가 주는 몸의 즐거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자잘한 지적 깨달음을 더하여 저자에게 춤은 인생운동이 되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끝없이 하락했을 체력이 어땠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고 말한다. 덧붙여 전문적인 춤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세상 온갖 춤을 접하고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한다.
 저마다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춤을 춘다. 사교를 위한 춤추기도 있을 것이고 심리적 치유를 얻고자 혹은 공연 후 성취감을 위한 목적에서 춤을 출 수도 있다. 이날의 춤은 운동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역효과나 부작용 없는 탁월한 인생운동 말이다. 저자의 친필사인을 담은 책과 함께 현장을 나오며 나의 인생운동이 될 춤을 한참 그려보았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19. 07.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