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사고파는 것을 넘어 네트워킹의 장으로
해외 현지취재 독일 International Tanzmesse
장광열_본 협회 공동대표 / 춤비평

 세계 여러 나라의 안무가나 컴퍼니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제작, 그리고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걸쳐 점점 더 세밀해지고 있다. 특히 국제교류 부문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즈음들어 아트 마켓이나 플랫폼 형태의, 춤 작품과 사람을 모으는 춤 축제가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에서 무용만의 마켓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탄츠 메세(internationale tanzmesse nrw) 역시 전년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신장했다.



1400명의 델리게이트, 130개부스, 40개의 공식 쇼케이스 공연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4일간 펼쳐진 2102 탄츠 메세는1,400명이 넘는 프로그래머, 저널리스트, 예술가 그리고 무용 관계자가 50개 국가, 500개 단체에서 방문하였으며 130개의 부스가 설치되었다. 탄츠 메세의 공동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Kajo Nelles 는 "지난해 보다 방문자의 수가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고 있는 아트 마켓이나 댄스 플랫폼의 참가자 증가 현상은 춤이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올해 탄츠 메세는 네덜란드의 춤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Holland on the Move”란 이름으로 공식 쇼케이스 공연 외에도 부스 전시장 앞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매일 네덜란드 컴퍼니들의 쇼케이스 공연이 이어졌다.
 아시아 무용계의 신장도 확연히 목격될 정도였다. 특히 중국과 타이완의 경우 최근 몇년 동안 국제교류 무대에서 대단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드레스덴에서 열린 독일 탄츠 플랫폼에서 중국이 황금 시간대에 자국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소개하는 2시간짜리 컨퍼런스를 개최하더니, 이번 탄츠 메세에서는 타이완이 “Dancing Taiwan” 이란 타이틀로 네덜란드의 “Hollan on the Move”와 함께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타이완은 개막 공연에 2개의 컴퍼니가 공연한 것 외에도 가장 큰 극장의 쇼케이스 공연에도 두 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대형 부스, 쇼케이스 공연 후 가진 델리게이트들을 위한 파티에 자국의 무용수들과 안무가들을 적극 소개하고, 파리에 있는 타이완 문화센터의 책임자까지 참여해 홍보활동을 펼쳤다. 중국 역시 가장 큰 규모의 극장에서 쇼케이스를 가졌고 많은 무용 관계자들이 탄츠 메세에 참가했다. 반면에 일본은 단 한편의 쇼케이스 공연도 없었고 부스를 설치한 컴퍼니나 기관도 없었다.
 아트 마켓에서 늘 함께 마련되는 작은 규모의 컨퍼런스나 아티스트 토크, 쇼케이스 공연 후 자국의 무용단을 추가로 PR하기 위한 각테일 파티, 특정 지역의 컴퍼니와 안무가를 위한 작은 미팅 등도 연일 이어졌다.
 독일 뒤셀도르프 탄츠하우스가 주도하는 안무가 집중지원 프로그램인 iDAS와 쾰른 지역의 안무가들을 집중소개하기 위한 스피드 미팅 등이 대표적인 작은 규모의 프레젠테이션을 곁들인 미팅 프로그램이었다.
 몇 개의 컨퍼런스 중 예술감독이나 프로그래머가 단체나 아티스트를 초청할 경우 어떤 기준에 의해 뽑는가를 주제로 한 섹션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50여명의 청중들과 함께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유럽과 아시아의 무용 전용극장의 감독과 축제 감독, 그리고 무용단체의 투어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작품의 예술성, 새로운 양식의 실험적인 작품들, 안무가의 독창성 등 예술적인 면 외에도 축제의 성격에 맞는 레퍼토리(야외공연이나 즉흥춤 축제 의 경우 등)나 항공료나 공연료 등 재정적인 면을 고려한다”는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발표되고 이를 토대로 한 의견 교환이 이어졌다. 

 

 



주목할만한 작품들

 2012 탄츠 메세 참가자들은 8월 29일 개막공연(뒤셀도르프 오페라하우스)부터 무용수가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양식의 춤 공연에 환호했다.
 주최측이 첫 작품으로 고른 것은 . 검은색의 깃털로 금속형의 바디를 장식한 로봇 흑조는 댄서로 변신, Asa Unander-scharin의 안무에 의한 움직임을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맞추어 펼쳐보였다. 환상적인 조명과 결합한 이 공연은 움직임이 중심이 되는 테크놀로지와 로봇 댄서에 의한 춤이 결합되는 신선한 시도였다.
 이어진 타이완의 두 개 무용단 공연도 호평을 받았다. Legend Lin Dance Theatre의 (안무_Lee-Chen Lin)은 타이완의 전설에 기초한 전통적인 색채와 현대적인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시종 느린 움직임과 독특한 머리 장식과 페이스 분장을 곁들인 남녀 2인무는 동서양 문화가 융합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동양적 컨템포러리 댄스의 모범적인 유형으로 기록될 만했다.
 Cloud Gate 2 컴퍼니의 (안무_Cheng Tsung-lung)은 댄서들의 기량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움직임 조합과 앙상블, 공간 활용에서 탁월함을 보였다.
 이번 탄츠 메세의 공식 쇼케이스 공연은 대형 작품보다 작은 규모의 작품에서 더 우수한 레퍼토리를 만날 수 있었다. 쇼케이스 공연에는 백조를 소재로 한 작품이 세편이나 선정되었다. 8월 29일 탄츠하우스에서 공연된 프랑스 Le Guetter Luc Petton & Cie의 (안무_Luc Petton)도 그중 하나로 물을 가득 채운 대형 수족관에는 댄서들이, 무대 위에는 실제 백조가 등장하는 파격으로 시선을 모았으나 작품의 완성도에서는 범작에 머물렀다.


 

 

 

 8월 31일 탄츠 하우스 소극장에서 공연된 La Veronal의 (안무_Marcos Mora Urena)는 15분 길이의 솔로춤으로 러시아의 오래된 민속풍의 의상과 움직임만으로 공포에 대한 소재에 집요하게 접근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HeadFeedHands의 <[How To Be] Almost There>는 의자를 소품으로 사용한 2인무로 두 명 남성 무용수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과 균형잡힌 바디 웍이 밎어내는 절묘한 앙상블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9월 1일 탄츠하우스 스튜디오 6에서 공연된 archeopteryx 8 dance group의 역시 15분 길이의 2인무로 인간의 감성을 극도로 자극하는 두 남성 무용수의 신체와 신체를 접촉하는 절묘한 타이밍과 움직임 배합이 특히 빼어났다.


 

 

 

 이들 작품들은 별다른 조명이나 영상 등 비주얼적인 것의 도움 없이도 무용수들의 몸만으로 작품의 소제를 적절히 풀어내고 관객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예술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Back to the body"의 경향을 실제적으로 구현한 작품들이었다.
 한국은 안무가 백호울과 댄스 씨어터 창이 공식 쇼케이스 공연에 선정되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백호울이 안무한 는 20분 길이의 솔로 작품으로 Fabrik Heeder krefeld 무대 공연 후 10여곳으로부터 공연제의를 받는 성과를 얻었다. 이 작품은 10월 14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된다.
 샤우스필 하우스에서 공연된 댄스 시어터 창의 (안무_김남진)는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70분 길이의 2인무였다.

 



 

변화하는 공연예술 아트 마켓

 이즈음들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공연예술 아트마켓은 단순히 공연상품을 팔고 사는 기능을 넘어 또 다른 비지니스의 장이 되고 있다. 아트마켓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참가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주요 마켓일수록 네트워킹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피드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을 곁들인 시연 프로그램인 Pitching, 라운드 테이블 등 아트 마켓 프로그램이 다양해진 것도 네트워킹을 확대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자신과 연관이 있는 분야의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은 곧 정보 공유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고, 동일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것은 그대로 효율적인 비지니스의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트 마켓이나 유명 축제에 가면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축제의 예술감독이나 프로그래머(Programmer)들이다. 안무가들이나 컴퍼니의 매니저들에게 이들은 만들어진 무용작품을 사는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즈음 들어서는 이들 외에도 큰 조직체의 장이나 그 조직체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시선이 쏠린다.
 예를 들어 EDN(European Dance House Network)의 경우 유럽에 있는 19개의 무용 전용극장 감독들이 소속해 있는 만큼 이 기관의 대표나 이사를 알게되면 곧바로 19개 극장과 연계되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 그룹의 유럽 16개 극장 투어를 시행하고 있는 "Kore-A-Moves"의 경우도 EDN의 몇몇 주요 멤버들과 네트워킹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아트 마켓은 대부분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작은 규모의 컴퍼니들이나 프리랜서 안무가, 그리고 무용수에게는 작업할 파트너를 찾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컴퍼니의 쇼케이스 공연을 보고 공동작업의 가능성을 찾거나 안무가의 스타일이 자신과 맞는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반대로 빼어난 댄서들에게는 안무가의 눈길이 머물 수도 있다. 역으로 안무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할 무용수를 찾는 장이 될 수도 있다.
 아트 마켓의 쇼케이스 공연은 그 숫자가 적지 않은 만큼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만날 기회도 그만큼 많아진다. 시장으로 치면 신상품이 그 만큼 많이 출시된다는 말이다.
 아트 마켓의 질은 그것을 찾는 델리게이트들의 면면과 쇼케이스 공연의 질, 그리고 어떤 급의 단체들이 부스를 설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탄츠 메세는 대부분 유럽의 무용단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이나 프랑스 등 메이저 무용강국들의 부스는 설치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APAP과 비교해 보면- 물론 APAP은 무용뿐만 아니라 음악 부문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 미국의 무용단이 참여하긴 하지만 쇼케이스의 숫자에서도 탄츠 메세는 상대적으로 적다. APAP이 공연 에이전시 위주로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탄츠 메세는 공연단체가 주도적으로 쇼케이스를 마련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2012 탄츠 메세는 작품 경향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몸에 대한 탐구가 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시아의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네트워킹 확장을 위한 참가자들의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탄츠메세는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10월 9일부터 5일간 우리나라에서는 PAMS(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가 치러진다. 아트 마켓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공연예술 상품의 유통과 제작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한국 델리게이트들의 전략도 보다 세밀하고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탄츠 메세 홈페이지 www.tanzmesse-nrw.com

2012.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