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시애틀 현지취재_ 컴퍼니 윔윔(Whim W’him)의 젊은 안무가전
주목할 만한 레퍼토리 구축 과정
장수혜_<춤웹진> 미국 통신원

 미국 동서부와는 달리 문화적 교류가 어려운 북태평양지역에서 클래식무용이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 북태평양지역의 대표도시, 워싱턴 주 시애틀은 잘 포장된 유명한 예술단체가 투어를 온다 해도 상업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현지 관객들의 취향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다. 그중 약 200석정도 되는 블랙박스극장, 에릭슨 시어터 오프 브로드웨이(Erickson Theatre Off Broadway)를 7회의 공연 동안 꽉 채운 현지 무용단이 있다.
 시애틀의 컨템포러리 무용단 윔윔(Whim W’him)은 벨기에 출신 예술감독, 올리비에 위버스(Olivier Wevers)가 키운 무용단이다. 윔윔은 2009년에 활동을 시작한 뒤로 매우 빠른 성장을 보이며 지역 관객들의 사랑과 애정을 듬뿍 받아왔으며, 북태평양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년도에 처음 시도하는 시즌제에서 오프닝 작품으로 선보인 ‘코레오그래픽 신딕 (Choreographic Shindig)’을 보면 무용단뿐 아니라 소속된 무용수들의 실력을 넓히고 미국의 타 지역에도 무용단을 홍보하려는 예술감독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코레오그래픽 신딕 (Choreographic Shindig)’은 약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온 신진안무가전이다. 그리고 그 선발과정이 돋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안무가를 발굴하는 목적도 있지만, 무용단원들의 능력을 끄집어내기 위함이었다. 지난 해 9월, 전 세계에서 약 300명의 안무가가 작품을 제출했고 7명의 무용단원들과 예술감독이 직접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며 인원을 추려냈다. 그렇게 선발된 안무가 죠슈아 퓨(Joshua L.Paugh), 마리야 커(Maurya Kerr), 익산 루스템(Ihsan Rustem)은 각각 주어진 50시간 내에 단원들과 각 20분짜리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9월 11일부터 13일, 16일부터 19일까지 7회에 걸쳐 공연되었다.
 첫 번째로 공연된 <심금에 관한 짧은 막 Short Acts on Heartstrings>은 죠슈아 퓨(Joshuan L.Paugh)의 안무 작품으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들이 익살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한 빈티지음악에 노스탈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안무가 죠슈아 퓨는 현재 텍사스 다크서클스 컨템포러리댄스 (Dark Circles Contemporary Dance)의 예술감독으로 한국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발레리노로 활동을 했던 안무가이다. 클래식발레 컴퍼니와 활동했던 배경으로 그의 작품은 진지함보다는 가벼움과 유머에 중점을 둔다. 조슈아 퓨는 윔윔과의 협업에 대해 “흑백영화에 컬러를 더한 느낌”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마리야 커(Maurya Kerr)의 <인투더 와이드 웰컴 Into the Wide Welcome>은 앞 작품과는 대조되는 느낌을 전달했다. 마리야 커는 알론조킹 라인즈 발레단(Alonzo King LINES Ballet)에서 약 12년간 무용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샌프란시스코 타이니피스톨(tinypistol) 무용단의 예술감독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조슈아의 작품과는 달리 파괴적이고 자극적인 안무를 선보였으며 많은 관객들의 팬심을 끌어들였다. 공연이 끝난 뒤 가졌던 관객과의 대화에서 무용수 토리 페일(Tory Peil)은 “클래식무용수 출신으로서 알을 깨고나와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그 어느 무용컴퍼니도 단원들에게 작품을 큐레이팅하는 기회를 주지 않는데 이번 기회를 통한 안무가, 마리야 커와의 협업은 나에게도 도전이었으며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진지한 마리야 커의 작품과 익살스러운 죠슈아 퓨의 작품을 잘 마무리한 듯한 마지막 작품은 영국출신 안무가 익산 루스템(Ihsan Rustem)의 <더 로드 투 히어 The Road to Here>로 진지하면서도 익살스러우며, 듀오, 트리오, 앙상블이 잘 조합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극장의 구조를 아주 잘 사용하여 간단하지만 기발한 안무가의 창의력을 볼 수 있었다. 극장의 문을 사용한 입체적인 요소나, 무용수들의 연기력이 작품을 풍성하게 했다. 익산 루스템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지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독립안무가로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안무로 윔윔 무용단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을 만들어냈다.

 



 소규모의 공연이지만 지역 문화센터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시애틀의 벨로시티댄스센터(Velocity Dance Center)와 함께 안무가들이 직접 작품의 일부를 가르쳐 주는 시간이 마련되었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본인들이 배운 안무의 완성된 버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음으로써 관객의 범위를 더욱 깊이 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많은 인원들이 참여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작품이 하나씩 끝날 때 마다 15분간의 인터미션이 있었는데도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믿음직한 태도를 보였다.

 



 인터미션 때마다 예술감독은 로비에서 관객들과 직접 인사를 하며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술감독 올리비에 위버스(Olivier Weevers)는 시애틀 퍼시픽 노스웨스트발레단(Pacific Northwest Ballet), 캐나다 로얄 위니펙발레단(Royal Winnipeg Ballet)의 주역 무용수출신으로 지난 6년간 윔윔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및 예술분야에 많은 공헌을 해왔으며, 본인의 예술적인 비전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사회의 니즈에 맞추며 무용단을 꾸려나가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무용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분야의 포럼 등에도 참가하며 교류를 증진시키고 있으며 이번 코레오그래픽 신딩의 취지도 ‘교류’의 목적을 두었으며, 향후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 그리고 아시아지역과의 교류도 고려중이라며 만나는 이들에게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 몇 해간 윔윔의 빠른 성장비결에 대해 “관객들의 사랑”덕분이라고 언급했다. “외국인 예술감독으로서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윔윔무용단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관객들과 팬들이 지금의 윔윔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윔윔은 2015년과 2016년 가을, 겨울, 봄시즌 동안 8명의 안무가의 9개의 신작을 준비 중이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www.whimwhim.org/ 에서 찾을 수 있다.

2015.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