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공연 중 무용수들의 부상에 대한 조언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방법
Steven McRae_영국 로열발레단 주역무용수

2007년,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으로 처음 로열발레단에 입단했고 그 시절은 정말 꿈만 같았다. 당시 세계최고의 발레리나인 알리나 코조카루(Alina Cojocaru)와 함께 로열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뒤 발레단에서의 2년 동안은 내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은 뭐든지 배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 연습량이 너무 많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열심히 연습한 덕에 비교적으로는 빠른 기간 안에 주역 역할을 받아 공연을 올릴 수 있었지만, 결국 내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것이었다.
 물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시즌동안에 더 많은 좋은 작품들에 출연하기로 이미 예정되었고, 훌륭한 안무가들과 일 할 기회가 줄줄이 있었지만, 나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날부터 활동을 모두 멈춰야만 했고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대략 1년 정도를 무대에서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무용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처음 나타내는 반응은 아마도 대부분은 분노, 짜증, 슬픔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무대에 서기 위해 일상을 바치는데 부상을 당한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 현실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깊은 우울감에 빠졌고,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날 의사가 말하길, 본인이 하라는 대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다시는 무대에 서게 될 수 없을 거란 말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모든 것은 결국 내가 하기에 달려있고 내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호주로 잠시 여행을 떠난 뒤, 회복과 재활치료를 위해 런던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나는 1년 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건강해지고, 현명해질 것이라 다짐했다.
 이렇게 무대에서 어쩔 수 없이 멀어지게 된 뒤, 나는 내 직업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최대한 많은 공연을 보고, 리허설에도 참관했고, 수업도 많이 들었다. 또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이렇게 나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천천히 기본부터 다시 다져 볼 수 있었다.
 내 재활코치 레슬리 콜리어(Lesley Collier)와 재활 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기회야말로 내가 무용수로서 긴 커리어를 가질 수 있도록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였다. 레슬리는 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고 나는 지금도 발레단에서 그녀와 함께 트레이닝을 한다. 좋은 무용수가 되기 위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자기 자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은 본인한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무용수는 매일같이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러나 재활기간 동안 나는 그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아직도 스튜디오에 연습하러 갈 때면 최대한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내 자신을 채찍질한다. 하지만 이제는 내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강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 어떤 공연도 완벽한 적은 없었지만 내가 진정으로 즐겼던 순간들은 있었다. 그 순간들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공연의 다음 날, 스튜디오에 돌아가서 왜 그 순간만큼은 즐길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 지 연구했다.

 

 



 부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나는 일과 휴식시간을 잘 조절하려 노력한다. 주 6일 정도를 매일 훈련해야 하는 무용수로서 쉽지는 않지만, 회복시간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강도가 센 훈련은 미리 일정을 정해두고 조절해가며 훈련을 해왔다. 만일 비행을 해야 한다면 바로 리허설로 직행하는 것은 별로 현명한 결정이 아니지만 가끔은 일정상 꼭 그래야만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부상을 당했을 시 내가 배운 지식과 그동안 해 온 재활훈련들이 큰 도움이 됐다.
 요즘은 내 삶의 방식이 또 바뀌었다. 결혼한 뒤 딸이 생기면서 스튜디오에서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을 연구해내야만 했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나는 이제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있다. 대신 이제는 그 짧은 시간이 더 생산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무대로 복귀하게 되면서 내 자신을 신뢰하는 훌륭한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는 무용수로서 일생동안 무대에 오르기 위한 방법만 연구해왔기 때문에 적어도 한번쯤은 우리자신에게 “나는 열심히 해왔고, 지금 이 순간만큼을 기다려왔어. 그러니 이제 무대에 나가서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거야”하고 상기시키는 순간들이 필요하다. 남들이 보기에 매번 결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앞으로의 무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내 자신을 굳게 믿을 수 있게 되었다.


• 스티븐 맥레의 사진은 사진작가 릭 게스트 (Rick Guest)의 작품이며 작가의 사진집 「The Language of Soul」과 「What Lies Beneath」에 실린 작품들이다. 더 많은 사진은 다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rg-dance.com/  

• 원본: 영국, 그라밀라노 지
“Turning Weakness Into Strength: The Royal Ballet’s Steven McRae On Injury”
http://www.gramilano.com/2016/02/the-royal-ballets-steven-mcrae-on-injury-turning-weakness-into-strength/

• 번역_ 장수혜(춤웹진 시애틀 통신원)

2016.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