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춤 국제교류의 명암
tanz nrw 페스티벌 &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강수진
2011.5.15

│뒤셀도르프와 에센, 그리고 쾰른에서 확인한 춤 네트웍의 중요성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춤전용 극장의 정식 명칭은 Tanzhaus-nrw이다. Tanzhaus 뒤에 nrw가 붙는다. nrw는 Nordrhein Westfalen의 약자로 독일의 북쪽 지역권을 일컫는다. nrw지역에 속하는 8개 도시의 춤 단체와 안무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춤 축제(Festival Fur Zeitgenossischen Tanz)가 5월 5일 개막되어 5월 15일까지 이 지역권에 속하는 8개 도시에서 열렸다.



nrw 페스티벌 개막식          nrw 페스티벌이 열린       nrw 페스티벌 극장 로비
뒤셀도르프탄츠하우스


 축제에는 이 지역권에 속한 도시인 본, 뒤셀도르프, 에센, 쾰른, 크리필드, 뮌스터, 바이르젠, 부퍼탈에 베이스를 두고 활동하는 20개 단체가 메인 공연에 참여했다. 이들 단체들은 많게는 3개 도시에서, 적게는 1개 도시에서 각각 순회 형식으로 공연했다.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축제의 전체 프로그램은 공연과 쇼케이스,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컨퍼런스로 짜여졌다. 비록 축제를 내세우곤 있지만 일종의 마켓과 같은 성격이 농후했다.
 캐나다, 프랑스, 한국,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 등 해외 여러 나라와 베를린, 드레스덴 등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 온 극장 관계자와 프레젠터, 축제 감독 등의 공식 일정은 메인 공연 보기 외에도 쇼케이스와 프레젠테이션 참가, 이 지역의 유관 문화예술 기관 방문 등으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졌다. 프로그램 사이사이 뿐 아니라 공연 전과 공연 후에는 매일 30분내지 1시간의 티타임이나 Drinking 타임을 배정했다. 말이 티 타임이지 이 시간은 단체의 예술감독과 매니저들과의 미팅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최근 들어 국제적인 춤 교류의 조짐은 극장 대 극장 혹은 페스티벌 대 페스티벌, 컴퍼니 대 컴퍼니의 공동제작과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한 교류와 함께 네트웍을 통한 국제교류가 더욱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무용계에서 네트웍을 중심으로 교류 모델을 창출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이 바로 이 독일을 중심으로 한 EDN(European Dance Network)이다.
 유럽에 있는 춤 전용극장 20여 곳이 참여하고 있는 EDN은 좋은 작품 또는 새로운 작업을 보여주는 컴퍼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무용단 초청 시 공동으로 연계 공연을 시도해 비용을 절감한다.
 이번 nrw 페스티벌도 쉽게 말하면 플랫폼 성격의 네트웍 축제이다. 8개 도시에 있는 무용단과 안무가 그리고 극장 관계자, 기획자들을 한번에 모아 춤 마케팅을 시도하는 셈이다. 지역 무용계와의 네트웍과 세계 여러 나라 무용계와의 네트웍을 형성해가면서 아울러 지역의 춤 인프라를 구축한다.
 초청된 해외 프레젠터들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컴퍼니의 공연을 볼수 있고 새로운 네트웍을 구축할 수 있다. 역으로 이들 입장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프레젠터들을 만날 수 있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춤 인프라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대규모 석탄 공장을 개조해 맏든 에센의 춤 공간인 Pact Zollverein, 쾰른의 무용 박물관,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무용 마켓인 뒤셀도르프 탄츠 메세 등을 방문하도록 하고 이들 기관의 책임자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 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프로그램 참여 시도는 주목할 만했다.
 지역의 춤 관계자들이 결속에 구축한 네트웍을 통해 효율적 국제교류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정부의 지원정책에 휘둘리며 지극히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국내 춤계의 국제교류 양상과는 분명히 비교되는 것이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확인한 충격적 사건


 오랜 만에 슈투트가르트를 방문했다. 독일의 북쪽 지역도 약간 덥긴 했지만, 남부 독일을 대표하는 도시인 이곳은 훨씬 더웠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팔 차림이었고 연일 계속된 햇볕 쨍쨍한 날씨 탓인지 공원과 숲속은 일광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5월 8일에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자랑하는 레퍼토리인 <까멜레아 레이디>를 보았다. 강수진이 주인공 마르그리트 역을 맡았다. 어머니날이어서 그런지 장년층 관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고, 여느 때와 다르게 가족과 함께 온 듯한 한국인 관객들의 모습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그것을 기념해 고른 레퍼토리는 존 크랑코, 존 노이마이어, 지리 킬리안, 모리스 베자르, 한스 반 바넨, 케네스 멕밀란 등이었다.



<카멜리아 레이디> 공연 입장 입구 관객들         <카멜리아 레이디> 팜플렛


 강수진의 마르그리트는 여전히 좋았다. 커튼콜도 수차례나 계속 이어졌다. 아직도 내게는 1998년 이 작품이 이 극장에서 초연된 지 2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보았던 그 감동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나 초연한 극장에서 다시 이 작품을 만나는 감회는 그래서 남달랐다.
 쇼팽의 피아노 음악만으로 드라마틱한 구성을 가능하게 한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천재적인 감각과 드라마의 중심에서 무대를 장악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강수진의 카리스마. 왜 그녀에게 이 작품으로 브노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여했는지, 어떻게 그녀가 캄머 텐처린(궁정무용수)으로 등극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공연이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이번 시즌에는 모두 5명의 마르그리트가 캐스팅되었다. 그러나 팜플렛에 실린 대부분의 사진은 강수진의 춤추는 모습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20장의 사진 중 표지를 포함 10장의 사진이 모두 강수진의 것이었다. 15명의 주역 무용수 중 서열 1위인 그녀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 후 강수진 부부와 저녁을 함께 했다. 중앙일보의 요청으로 무용을 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무용을 그만두었다 다시 시작하게 된 초등학생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강효정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참 잘했다.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무용수이다“.
 여기 와서 보니 슈투트가르트발레단 2010/2011년 시즌 공연일정을 알리는 책자에 올해 3월 10일과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대극장과 3월 17-19일 마카오 Cultural Center에서 <오네긴>을 공연하도록 되어있는데 한국 공연은 안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마카오 공연만 했어요. 참으로 창피해 죽겠어요. 발레단에서 얼굴을 못들고 다닐 정도로요. 메이저 컴퍼니와 약속했던 공연을 직원의 실수라는 말로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세종문화회관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한국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한국 공연 취소로 발레단도 큰 타격을 입었구요.”
 시즌 홍보 책자에 한국 투어 일정이 기록된 것만 보아도 한국 공연이 이미 상당히 구체화되었고, 그것이 갑작스럽게 취소되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몇 년간 내한 공연에서 갖고 있던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들이 모두 사라지고, 한국의 공연장을 대표하는 극장 중 한곳의 일방적 취소 사실이 세계 여러 나라 공연예술계로 전해지면서 생길 엄청남 부정적 여파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하다.
 전막 공연 외에도 트리플 빌로 짜여진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에도 출연해야 하는 공연 스케줄과 함께 그녀는 여전히 하루도 발레 클래스를 쉬지 않고 있었다. 9월에 스위스에서 로잔 국제 발레 콩쿨 역대 우승자들이 하는 발레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고, 2012년 로잔 국제 발레 콩쿨의 심사위원으로도 초청되었다.
 그녀에게 언제까지 춤출 것인지 물을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슈투트가르트 국립 오페라극장

2011.5.1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