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상을 춤추다〉로 부산ㆍ서울에서 연이어 공연 갖는 정신혜
질 높은 공연으로 제대로 관람료 받겠다

 

인터뷰│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일주일 간격으로 부산과 서울에서 연이어 공연을 갖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세상을 춤추다>는 시리즈로 이어지는 기획공연이지요? 어떤 컨셉트로 기획된 것인가요?
정신혜 우리 전통춤이 대단히 심오하고 아름다운 멋을 가지고 세계적인 공연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단조로운 형식과 이미지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춤 재발견 시리즈’는 우리춤 고유의 미학을 살리면서도 세계적인 공연작품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로 기획했습니다.

‘우리춤 재발견 시리즈’의 두 번째 버전인 셈이군요. 첫 번째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었나요?
‘누가 춤의 마음을 보았을까?’ 라는 질문을 화두로 제1장 누가 왕의 뜨락에서 춤의 향기를 느꼈을까? - 왕의춤, 제2장 누가 신의 제단에서 하늘을 보았을까? - 신의춤, 제3장 누가 한 세상 살아가는 사람의 눈물을 읽었을까? - 사람의 춤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하나의 기획공연 작품을 부산과 서울에서 이어서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운 작업이지요. 이번 공연은 어떤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었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왕의 춤, 신의 춤, 사람의 춤 세 장으로 나누어 구성한 것은 첫 번째 공연과 같습니다. 다만 그 내용에 있어서 지난 첫 공연 때 찬사를 받은 작품은 그대로 살리면서 안무와 무대를 업그레이드하고 다른 작품은 첫 공연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춤을 새롭게 엮어 보다 다채로운 무대로 꾸몄습니다.

직접 출연해서 보여주는 작품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연화무> <지전춤> <허튼춤>을 남녀 무용수들과 함께 춥니다. 제가 안무하는 무대에서 제가 춤을 추는 것도 안무가이자 무용수로서 의미가 있지만, 그 보다 평소 존경하는 중요무형문화재 92호 고성오광대 보유자이신 이윤석 선생님과 92호 태평무 전수조교이신 이명자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이 영광입니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서울에서도 꾸준히 정기적인 공연 무대를 마련, 아카데미 테두리 안에서 안주하는 무용가들과 차별화 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을텐데요. 무용단은 어떻게 꾸려가고 있습니까?

재정적인 문제는 순수예술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누구나 괴로움을 겪는 공통의 문제이지요. 저희 무용단은 매년 한국 전통춤과 창작춤 대극장 공연을 하기 때문에 제작비 마련이 더 힘이 듭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문화재단 지원금 일부에 저희 무용단의 작품성과 관객 흡인력을 알아주시는 기업들의 협찬금, 그리고 극히 제한적인 초대권 외에는 거의 유료로 티켓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 등으로 충당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자부심을 갖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당당하게 그에 걸맞은 관람료를 받고자 합니다. 개인 무용단으로는 비교적 높은 관람료를 책정하고 있는데 그래도 작품성을 인정해 주시는 고정관객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비평가로서 정신혜무용단의 작업을 오래 동안 지켜보아 왔습니다. 스태프들과의 협력도 뛰어나고 전통과 창작적인 것을 아우르는 단체의 성격도 분명하고 무엇보다 제작되는 작품의 예술적인 질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안무가로서 본인이 선호하는 작품 성향은 어떤 것인가요?
자기 안에 갇혀지는 것을 원치 않고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창작이든 전통이든 표현기법에 있어서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안무와 무대를 꾸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춤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한국춤으로도 인간의 삶 뿐 아니라 무궁무진한 우주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세계인이 공감하고 환호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외형적으로도 무용단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고 공연 작품도 더욱 다양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용단이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어려운 여건에서도 작품 안무와 제작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습니다. 빚을 지더라도 작품의 수준을 높이는 데는 타협과 양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진정성과 작품성을 평단과 관객이 알아주시고 성원해 주신 덕분에 이만큼이나마 발전해 왔다고 생각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앞으로 꿈인 세계적인 한국춤 단체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더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독립 안무가 시절보다 대학에 전임교수가 된 지금은 아무래도 작업 환경이 더 나아졌을텐데요. 당시와 비교해 피부적으로 와 닿는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변화라기 보다는요, 대학 교수가 되면서 유리한 점도 있고 불리한 점도 있습니다. 요즘 대학의 무한 경쟁체제에서 예술을 하는 교수라고 해서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만은 없는 현실입니다. 입시, 강의, 취업 등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예술가의 입장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어려운 점이 더 많습니다. 다만 제가 추구하는 작품에 맞는 제자들을 키우고 무대를 함께 꾸며 나갈 수 있는 점은 보람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예술가로서는 작품에 전념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항상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산 지역은 전통무용의 분위기가 강한 곳이고 대학을 중심으로 한 무용계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곳이지요. 반면에 전체적인 춤 환경은 발전이 더딘 면이 없지 않습니다. 부산 지역 무용계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예로부터 호남은 소리, 영남은 춤을 높이 사 왔고 그 중심에 부산 춤이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었지요.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렇듯이 춤 예술이 상당히 위기에 처해있는 것처럼 부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학 무용계와 일반 무용계의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부산에서 대학 무용학과가 문을 닫기도 하는 상황에서 대학 무용계의 영향력이란 것은 거의 없습니다. 부산 무용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런 시각을 뛰어 넘어 대학이든 필드이든 보다 치열함을 가진 무용가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순수예술을 한다는 것은 배고픈 일입니다. 그것을 감수하면서 정말 혼신을 다해 춤에 정열을 다 바치는 젊은 무용가들이 설 곳이 있어야 지역 무용계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학에서도 그런 무용가를 배출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이력을 좀 소개해주세요
동아대와 동 대학원을 마치고 26세이던 1997년에 정신혜무용단을 창단한 이후 이듬해 신인 안무가전 최우수 안무가상, 2000년에 제2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1년 제32회 서울무용제 우수상 등 1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수상을 하였습니다. 인간문화재 이매방 선생님을 사사하여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을 이수하면서 나름대로 한국춤의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00년 중반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시야를 확장하기 위해 2년여 미국 뉴욕에서 수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표 작품으로 <소나기> <인연> <굿․ Good> 등 30여 작품이 있습니다. 현재 신라대학교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남춤학회 부회장, 무용역사기록학회 이사, 부산국제무용제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계획 중인 다른 공연이나 행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3년 전부터 해 오던 전통춤 기획 시리즈 ‘춤ㆍ세대공감’을 가을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2차까지 선정되어 시범공연(4월 28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성과를 거두어 서울에서 구상하는 창작작품을 완성하게 되면 부산 관객들을 위한 공연도 연말에 마련해 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지요.
모든 예술 활동이 그렇겠지만 관객의 성원이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이 잘 만들어야 하겠지만요. 그런 점에서 많은 분들이 예술작품을 많이 봐 주시고 잘 만든 작품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위 한계비용 제로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하는데 그런 시대에는 무엇보다 예술활동이 어떤 생산활동보다 우리 삶에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춤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예술활동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다 많은 분들이 춤을 사랑해 주시고 기업들도 춤 예술가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더 많이 해 주셨으면 합니다.

 

2015.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