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나의 안무 노트 : 김재덕 〈웃음〉
보여주는 것보다 ‘드러나는’ 동작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재덕_안무가

 지금껏 하고 싶었던 공연이 혁신적이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표출하고 싶은 방향도 달라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각적인 부분에서 새로움을 찾는다고 가정할 때, 그와 달리 나는 '보여주는 동작'보다 '드러나는 동작'이 짙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비논리성으로 윤리적 가치를 드러내고 싶다는 나의 사유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느낌이나 감정으로 분류되는 윤리성의 가치를 현대인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물론 공연을 본 후 사람들은 '윤리적 가치를 느꼈습니다. 재덕씨!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느꼈습니다' 라고 한다면 그건 이 작품이 '보여준 동작'으로 귀결되었음을 뜻할 것이다.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동작은 결과가 유예된 채 끝없이 순환한다.

 



 남는 것은 나의 궁금증뿐이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이 어떤 의미나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중요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평가가 자신의 글이 어땠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것처럼, 무대 바깥에서 나의 작품을 보았던 나 스스로는 기쁜 방향으로 본 작품을 판단할 수 있었다.
 내 작품을 보며 내가 즐거워했고 이런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것이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혁신적인 사고를 '드러나게' 하고 싶었던 시도를 통해 느낀, 첫 감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한 단원들이 작품 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며 촌스럽게도 혼자 감동받았다.
 아무래도 첫날엔 에어컨을 끄고 공연을 선보인지라 너무나 더워 그런 걸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부산공연에서 단원들의 모습은 이젠 말할 것도 없이 보다 강력하고 빠르고 정확한 의도를 보여준 것 같았다.
 여기서 드디어 내가 해야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것들을 위해 살 것이다.

 

2014. 08.
사진제공_LIG아트홀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