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현대춤 공간에 대한 게쉬탈트(Gestalt)적 분석과 해석의 지평
김혜라_부산대 예술ㆍ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 예술학 박사 / 숙명여대 강사

 다층적인 현대 춤의 이미지와 사유를 비평이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여 가치평가를 할 것인가. 또한 춤의 감성적인 정서를 어떻게 기술하여 독자와 매개시킬 수 있는가? 라는 비평적인 문제가 제기 된다. 이러한 문제의 한 방안으로서 춤의 게쉬탈트(Gestalt 형태지각) 분석을 통해 난해한 현대 춤의 현상적 경험과 정서적 의미를 비평 기술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게쉬탈트적 비평 기술(description)의 필요성

 비평은 작품을 기술(description)하고 해석(interpretation)하여 가치평가를 하는 작업으로서, 비평 기술은 비평가의 보는 방식과 이해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신비평가인 마르시아 시걸(Marcia Siegel)은 춤 비평이 비평가의 해석이나 가치 평가보다 춤을 보는 방식과 전달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조하였다.
 포스트모던 이후 현대 춤의 주된 표현 방식이 특정한 주제와 극적 성격을 중심으로 춤이 진행되기 보다는 추상적인 이미지와 불명확하게 설정된 상황을 중심으로 정서적 자극을 구사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작품에 대한 심미적인 인상비평이나 제단비평의 방식은 작품의 의미를 더욱더 모호하게 할 것이다. 또한 춤 공연의 찰나성과 무형성의 특성상 춤 비평이 세부적인 움직임의 관계성을 분석할 수 없는 시공간적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기에 춤은 다른 분야에 비하여 더욱 비평가의 직관과 판단에 의해 작품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도 하다. 더구나 다원주의시대 비평의 자율성은 비평가의 해석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춤 비평가는 자신들의 가치평가에 관한 미학적 논거를 제시해야 하며 작품의 의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그 관계성에 대한 성실한 기술을 통해 어떤 정당성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미술사학자인 한스 제들마이어(Hans Sedlmayr)는 현대예술 작품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보이는 대상과 보이지 않는 의미가 가능한지 작품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해야하며, 현대예술의 불안정한 특성에서 그 조건과 설명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현대작품을 이해하려면 가시적인 대상의 형태와 의미에 대한 관계적 가능성을 수용자에게 설명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현대 춤의 형식적 표현 중 한 경향으로 무대에서 시각 이미지가 강조되어 몸과 움직임의 이미지를 통하여 사유의 확장과 정서를 매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춤 비평이 춤 지각 과정에서 생득되는 미적 경험이 어떠한 형태와 구조를 통해서 정서적 의미로 연계되는지를 제시할 때 난해한 현대 춤이 형식적 구조분석을 넘어 근본적인 사유를 담아내는 의미 있는 몸짓으로 해석될 것이다. 따라서 비평가는 춤 현상에 대한 분석적 시각과 전체 구조적 관계를 매개하여 춤의 해석적 의미와 가치평가를 기술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게쉬탈트적 인지 과정에서 의미생성

 우리가 현장에서 춤을 볼 때에 부분적인 동작만이 아니라 일정한 단위(phrase)의 형태를 인지하여 전체의 표현적 의미로 연결시켜 이해하듯, 게쉬탈트 지각 방식은 춤을 보는 보편적인 행위이면서 동시에 춤의 의미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우리는 일련의 지각과 인지 과정을 통해 춤의 구체적인 표상을 느끼며, 이러한 이미지는 어떤 상황에서 지각되고 그에 따르는 생리적 변화를 수반하는 복합적 상태를 갖게 되어 환경과 특정한 형태의 만남을 통해서 표출된다. 이러한 지각 방식을 연구한 게쉬탈트 심리학자들은 시지각(Visual Perception)의 현상적 경험에 주목하여 대상의 형태 또는 구조를 통해 인간의 심리적 과정을 밝히고자 하였다. 게쉬탈트 지각의 핵심은 전체의 행동은 전체의 개별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과정 그 자체가 전체의 본질적 특성에 의해 결정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도와 미와 솔을 합쳐 누르면 도+미+솔의 소리는 각기 들리지 않고 으뜸화음의 멜로디로 들린다. 이러한 지각 현상은 대상의 속성 이외의 각각의 음의 요소를 넘어서는 형태성질(form qualty)의 속성이다. 즉 대상은 통합된 전체로서 이해해야 하며 부분적인 현상은 전체에 의해 부분적 성질이 다른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전체성의 의미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은 시지각과 기억의 상호작용을 통한 시심상(視心像)의 미적경험을 강조하여 작품의 표현적인 성질이 감상자의 심리적 역동성을 일으키는 구조관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성질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를들어 회화 공간에서 심리적 긴장을 일으키는 요소들인 중첩, 착시, 왜곡, 원근법 등 형식 구조적 관계를 통한 질적 표현이 작품의 이미지 표상과 특성을 잘 드러내 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게쉬탈트 지각 개념이 시지각의 생리적인 반응과 인지된 지각 과정을 통해 예술대상의 구조적 성질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줄 수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에서 지각되는 형태감의 기저에는 심리적 환경요인이 작용되어 영향을 미치는데 대상의 구조를 통한 긴장과 질적 변화는 감상자의 시심상과 결부되어 작품의 주된 이미지가 의식의 전경으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지 과정에서는 또한 의식·무의식적으로 개인이 속한 세계에서 경험된 역사적으로 축적된 인식이 영향을 받아 수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와 민족적 배경에 따라 같은 상황에 대한 다른 인식적 반응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게 한다. 따라서 같은 작품의 현상과 구조도 지각자의 고유한 경험의 세계와 인지과정을 통해 심상의 심리적 조건, 문화적 형태 지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작품의 어떠한 의미는 전체에서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에서 전체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게쉬탈트적 춤 분석 방법의 모색

 이과 같은 게쉬탈트 심리학의 전체성의 원리는 전체 작품을 보는 큰 관점에 적용될 개념이며 부분적으로는 강한 게쉬탈트적(형태적) 특징의 표현적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총괄적으로 춤의 이해와 의미파악이 선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체 춤에서 반복되는 강렬한 형태감 및 심리에 포착되는 역동적 성질과 같은 요소들은 전체 작품의 주제적 내용 및 형식의 주된 요소로 설정될 수 있고 이런 주요소를 구성하는 매체의 부분적인 특징을 구분한다. 그 다음으로 각 매체들의 특성과 관계성을 재조합하여 전체 구조의 성질과 이미지를 지각자의 심상과 연계하여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체 작품을 구성하는 토대 이상의 의미로 해석 할 수 있게 되며 작품의 표현성이 역동적인 춤 공간에서 움직임의 양적‧질적 구조의 패턴이 시지각의 행위와 함께 정서 경험의 요인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주제적인 내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체 작품 매체들의 맥락관계를 재인지할 수 있으며 인지된 내용을 다시 주제적인 의미와 연관시켰을 때 부분적인 관계성이 전체 작품의 존재성과 의미 있는 해석으로 연계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춤의 시각적인 이미지와 형식이 게쉬탈트 지각의 전체성의 시각에서 “현상적 합감”과 “의식적 통합”을 포함한 이해에서 분석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춤을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춤을 보는 감상자와 춤을 만든 안무가 그리고 이를 둘러싼 문화라는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편적인 지각 방식을 토대로 한 시도가 다층적인 현대 춤의 맥락과 정서적 경험을 비평의 영역에 도입하여 감상자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쉬탈트적 춤 분석과 해석의 지평

 토마스 쿤은 과학에서 어떠한 현상의 발견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인지적 변화과정 중에 새로움이 출현할 수 있음을 패러다임의 유의미한 발견이라고 하였으며, 하나의 장(field)에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동일한 현상을 다르게 보는 방식의 차이는 공동체가 속한 역사적 시간 간격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대 춤의 형식과 표현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춤 정서를 인지하는 시각은 하나의 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 가능성으로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전체성의 이해의 범주를 확장해서 작품의 현상적인 의미를 둘러싼 문화와 역사적인 틀의 유기적인 이해와 해석이 작품의 미적·정서적 의미를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 작품을 보는 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혹은 작품의 이미지는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에 대한 그 시각이 미치는 범주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고 게쉬탈트 지각이 보는 것과 보이는 것, 눈에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보고 싶은 것을 구분하고 각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게쉬탈트 이론이 서양적 토대에서 구축되었으나 대상을 지각하는 것은 동서양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행위이고, 의미의 이해과정과 해석은 지각자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조명될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이다. 타 예술 장르에 비하여 춤은 몸을 통해 직접적인 정서 경험의 장을 제공함으로, 몸짓 언어에 대한 구체적인 구조 분석과 상호 연관성을 통한 해석이 춤의 정서 경험을 구체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춤 구성 요소들의 구조 분석은 다층적인 춤 현상의 이해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해석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술 작품 해석에서 주관성이 배재할 수는 없으나, 가시적으로 지각되는 전체 구조 분석이 안무가의 시각을 이해하고 사회문화적 틀, 즉 전체 속에서 작품이 논의될 때 작품 해석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현대 춤 비평에 적용해 볼 때, 작품 구조의 현상적 합감에 의한 게쉬탈트적 기술이 평문의 논리적 근거를 지지할 수 있는 한 방법적 접근으로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부언하면 춤 비평가는 안무가와 춤꾼들의 노력이상으로 작품의 새로운 표현에 내재하는 탄탄한 해석적 근거를 창발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사료된다.

2012.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