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문형희 & 이현주 〈흐르는 강물〉
부부 아티스트의 가무악 일체 협업 작업
이보휘_<춤웹진> 기자

 무용음악극 <흐르는 강물>(6월 19-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연주자 문형희가 음악감독을 맡고, 국립무용단 중견 무용수 이현주가 안무를 맡아 제작한 가무악 일체의 협업작업으로 기획된 공연이다.
 대금, 피리, 거문고, 25현가야금, 해금, 장구, 타악 등 우리나라 대표 악기들의 독주와 합주곡으로 편성된 이날 음악은 전통곡으로 시작하여 창작곡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전통 곡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현주는 안무 의도에서 “우리 전통 악기의 독특한 연주기법을 바탕으로 우리 춤의 움직임이 음악이 되도록 안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가무악 일체’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실 두 사람은 이제 눈빛만 봐도 안다는 10년을 훌쩍 넘긴 세월동안 서로의 예술적 견해를 나누고 합을 맞춰온 중견 예술가이자 부부이다. 6월 19일 밤. 메르스의 여파 때문인지 객석은 절반 정도가 비어있었다. 공연은 문형희 음악감독의 청명한 대금 소리로 시작되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 장면으로 대금독주곡 ‘상령산’을 연주하였다. 그 뒤 공연은 5장으로 나뉘어 5곡이 연주되었고, 장과 장 사이는 따로 구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1장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다’에서는 ‘소나무와 하나야키’ 곡이 연주되었다. 일본의 작곡가 미키 미노루의 곡을 편곡한 것으로 25현 가야금 연주에 맞춰 무용수들은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푸른 빛 조명 아래에서 도미노 형식으로 이어지는 무용수들의 팔 동작이 마치 물의 흐름을 연상케 했다.
 2장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만나면 반드시 채우고 넘는다’에서는 ‘녹수는 어이하여’가 연주되었다. 음악은 장고와 대금 연주로 긴장감을 더해갔으나 무용은 점점 빨라지는 동작 위주로 부분부분 군무진들의 합이 제대로 맞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3장 ‘샘물들의 만남이 하나의 강물이 된다’에서는 ‘자청비의 노래’가 거문고 연주로 이어졌고, 4장 ‘흐르는 물은 산을 만나면서 산과 다투지 않는다’에서는 ‘협화음’이 연주되었다. 공연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 또한 극에 달했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둘 혹은 셋이서 같은 동작을 하다가 어느 순간 흩어져 각자의 동작을 하기도 하고, 각자의 동작을 하고 있던 무용수들이 어느 순간 두 세 명이 모여 같은 동작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모였다 흩어지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마지막 5장 ‘강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에서는 ‘청성곡’이 연주되었고, 굽이쳐 흐르던 강물이 바다에 이르러 평화를 찾듯 격하게 움직이던 무용수들의 움직임 또한 점점 잦아들었다. 그렇게 60분가량의 공연이 끝이 났다.

 



 공연을 관람한 백승목(59세)씨는 “저는 사실 무용을 잘 몰라서 음악 위주로 들었는데 음악이랑 춤이랑 잘 어우러졌던 것 같았다”고 관람 소감을 들려주었다. 백제나(29세)씨는 “음악과 춤을 듣고 보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음악에 집중하면서 무용을 보는 것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체적으로 작품은 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웅덩이도 만나고 산도 만나면서 흐르던 강물이 바다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를 음악과 무용으로 표현한 공연이었다. 음악과 움직임의 조화로움이 강을 연상케 하였으나 시종일관 푸른 계열의 조명아래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공연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지루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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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부부 예술가 문형희 & 김현주

 공연 후인 6월 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로비에서 문형희 음악감독과 김현주 안무가를 만났다.




이보휘
: 공연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분주할 것 같습니다.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우선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문형희: 저는 국립국악관혁악단 수석 대금연주자로 현재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앙대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하고 졸업하자마자 97년도에 국립국악관혁악단에 입단을 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현주: 저는 한성대학교 무용과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한양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대학교 때 동아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그 계기로 94년도에 국립무용단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제 퇴직을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6월 30일에 명예 퇴직합니다.

국립무용단에서 20년 넘게 활동 하신거네요. 추후의 계획은 세우셨어요?
김현주: 사실 계획이 별로 없어요. 앞으로 개인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 무용단에 오래 있다 보니까 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공연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궁금증은 ‘어떤 계기로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먼저 제안하신건가요?
문형희: 누가 먼저라기보다 밥 먹다가 서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년에 한번 공연을 해볼까’ 라고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와이프가 다음날 바로 실행으로 옮기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 이후로 생각 안하고 있었어요. 현재 박사 과정 중이라 바쁘기도 했고요. 그런데 간간히 음악을 달라고 하길래 이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3개월 전 쯤에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부랴부랴 준비를 했죠.
이현주: 저는 1년 전부터 대관을 하고 준비를 해왔습니다.

공연 제작비로 지원금을 어디서 받았는지요?
이현주: 아니요. 이현주 지원금이었죠(웃음). 저희가 국립에 소속되어있어서 지원금 신청은 어려워요. 그런데 20년 동안 국립단체에 있으면서 서로 눈들은 높아져서 힘들게 작업했습니다. 사실 어제 예산 정리 되서 얼마 정도 들었다고 이야기 해줬더니 놀라더라고요. 아무래도 음악은 무대세트라든지 의상에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진 않으니까요.
문형희: 저희는 예산 문제도 있었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대단했습니다. 창작을 하다보니. 그 부분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요.

무용공연에서 음악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음악과 협업을 표방한 공연이다 보니 음악 쪽의 작업에 대한 호기심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더군요.
이현주: 요즘에는 음악하는 분들이랑 무용하는 분들이 따로 따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저희가 컨셉트를 잡은 게 ‘새로운 전통’이라는 것인데, 몇 년 만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예술은 가무악일체로 볼 수 있잖아요. 춤하고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지금은 뗄 수 있는 관계처럼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무용에서 부족한 부분은 음악에서 도와주고, 음악에서 부족한 부분은 춤에서 도와주면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번 작업을 하게 된 것이고, 그래서 더 의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형희: 저는 오래 동안 무용음악 작업을 많이 해왔습니다. 제가 했다기보다 연주자로서 녹음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는 다양한 무용음악 장르를 섭렵했었고,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시대에 맞는 무용음악의 중요성에 대해서 정립이 안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고민을 하던 차에 이번 기회에 숙제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했고, 그런 점에 있어서는 성과를 얻은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고, 회의를 많이 하셨던 부분은 어떤 내용들이었나요?
이현주: 저희는 사실 회의를 1시간도 넘게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결혼까지 하게 된 계기도 이 사람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음악적인 부분은 완전히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이야기 하고 나면 믿고 기다렸습니다.
문형희: 와이프는 많은 이야기를 안했다고 하지만 저는 사실 굉장히 많이 고민했습니다. 믿음이 있어서 서로의 분야에 대해 관여를 안했을 뿐이지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연출력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컨셉트가 정해지면 그 안에서 음악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죠. 누가 보면 뚝딱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서는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럼 작품의 전체적인 컨셉트는 이현주 선생님께서 잡으신 건가요? 팜플렛에서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른다. 웅덩이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곳을 채우고 흐른다. 넓은 바다를 향한다는 걸 잊지 않는다”라고 적어주신 아버지의 편지에서 모티브를 얻으셨다고 봤습니다.
이현주: 네. 사실 그 부분은 아주 작은 도화선이 되는 것이고요, 무용단을 정리하는 입장이 되고 나니 그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예술을 통해서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혹은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문형희: 그래서 기존에 공연을 보던 시각으로 와서 보면 ‘뭐지’라는 반응을 하실 수도 있고요. 저는 오히려 젊은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어려워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고요. 다양한 관객층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공연 이야기 말고 좀 다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현주: 사실 주변에서 제일 궁금해 하시는 이야기입니다. 공연 때문에 만났습니다.
문형희: 여름에 페스티벌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대금 독주를 했고, 와이프가 독무를 했었습니다. 그 뒤 똑같은 레퍼토리로 지방공연이 생겨서 같이 갔었고요. 그러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죠. 또 <우루왕>이라는 총체극이 있었는데 그 때 저는 연주자로 와이프는 안무가로 오랜 기간 해외공연을 가고, 지방공연도 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죠. 연주자와 무용수가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단체에도 세 네 커플 있습니다.(웃음)

예술가 부부로서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집에서 혹시 서로의 예술관에 대해서 대화를 하는 편인가요?
문형희
: 개그맨들이 집에서 안 웃긴다고 하잖아요. 사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현주: 그래서 주변에서도 저희 부부가 독특하다고 이야기 많이 하세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 외에는 이야기는 안하는 것 같습니다.
문형희: 그런데 이번을 계기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듣고 하는 것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이현주: 사실 둘이 같이 작업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식구들끼리 하는 느낌이고 해서 지금까지 꺼려왔었습니다. 또 부부가 한다는 이슈에 다른 부분이 가려질까 걱정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은퇴를 앞두고 극장에서 정리를 하고 서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자 처음으로 같이 하자고 부탁을 했죠.

그럼 단점은 없으신 거네요.(웃음)
이현주: 네. 저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동경하고 존중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아 하나는 있을 것 같아요. 서로 활동하는 것을 다 알고 있어서 얼마를 버는지 숨길 수 없다는 것이요.
문형희: 사실 단점이라면 서로 너무 믿는다는 것이겠죠. 결혼 한지 13년이 넘었으니까요.

앞으로 두 분이 계획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이현주: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하고 싶어요. 무용단을 20년 넘게 다니면서 굶주렸던 창작의 욕구가 있거든요. 능력이 닿는대 까지 해 볼 생각입니다. 어쨌든 전통을 잊지 않고, 전통을 재해석 하면서 제 생각을 넣고 싶습니다.
문형희: 제가 연주자의 길로 살아왔지만 대학원에서는 지휘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지휘자의 꿈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주자다 지휘자다 보다는 그냥 훌륭한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목표도 있고요. 꿈은 원대하고 큽니다.

2015. 07.
사진제공_아리랑미디어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