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아키타 현지취재_ Odoru. Akita(3) 리뷰 〈다크니스 품바〉
장소와 시공을 뛰어 넘어 혼이 부른 밤
TAKAO NORIKOSHI_무용평론가

 이시이 바쿠와 히지카타 타츠미라고 하는 일본 댄스의 개혁자를 낳은 아키타에 매력적인 댄스 페스티벌이 탄생했다. 두 사람의 위업을 기림과 동시에 다음 세대의 댄스를 아키타에서 낳는 요람의 장으로서 페스티벌이 시작된 것이다.
 이시이 바쿠는 전쟁 전에 독일로 건너가 세계 최첨단의 모던댄스를 배우고 일본으로 가져왔다. 히지카타 타츠미는 전쟁 후의 고도성장의 한 가운데에서 기술의 습득이 아닌 신체의 진실을 댄스로 하는 부토를 확립시켰다. 지금 부토는 세계로 퍼져 ‘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역류한 유일한 현대 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렉터인 야마카와 산타가 구성한 프로그램은 다채로웠다. 먼저 댄스강좌부터 시작하여 100장 이상의 이제껏 일본에서 없었던 규모의 부토 포스터전이 개최되었다.
 한국에서는 4명의 안무가가 초청되었다. 이 점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 현대무용의 기초를 만든 한 사람이 이시이 바쿠의 제자 최승희이기 때문이다. 전쟁 전에는 ‘반도의 무희’라고 불리어 일본에서도 대스타였던 사람이다.
 이번에는 전통에서 모던댄스까지 이철진, 이화석, 남정호 등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컨템포러리댄스로는 세계적으로 인기인 김재덕이 이끄는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의 거센 파도와 같은 댄스에 아키타의 관객은 열광적인 기립박수로 답했다. 또한 ‘아메리카 모던댄스의 원류’에서는 오리하라 미키와 파스칼 리유가 첨예한 무대를 보였다.
 지역 댄스의 진흥을 위해 ‘아키타 댄스 컬렉션’이 또한 개최되었다. 대만에서 온 Lee Tsia Oe's 무용단과 아키타를 대표하여 가와무라 이즈미의 신작, 그리고 지역의 댄스교실공연, 아키타의 젊은 댄서 아타치 카스미와 가와무라 마나가 젊은 재능을 겨뤘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마로 아카지가 이끄는 다이라쿠다칸의 〈무시노호시〉이다. 거대한 스케일로 계속 작품을 만들어 내는 부토의 왕도가 때와 시간을 넘어 사람들의 영혼을 이었다.
 이 ‘Odoru. Akita’는 단순한 지역진흥의 이벤트가 아니라 아키타 사람들과 역사에 뿌리를 내린 페스티벌이다. 제 1회 때 타오른 열기가 다음 페스티벌 이후에도 전해져 아시아로 직접 이어지는 페스티벌이 되는 것을 크게 기대하게 하는 페스티벌이었다.




 아키타에 기립박수를 일으킨 〈다크니스 품바〉

 이시이 바쿠・히지카타 타츠미 기념 국제댄스페스티벌 〈Odoru. Akita 2016〉의 중심 프로그램의 하나로 공연된 것이 김재덕이 이끄는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2016년 11월 1일 아키타시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이다. 이 작품은 공연이 열리기 전 주에는 런던의 명문 더 플레이스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품바는 거지가 밥을 얻으러 다닐 때 불렀던 노래. 슬프지만 어딘가 유머도 있다. 울면서도 웃는, 그런 안타까운 감정이 담겨있다”고 김재덕은 말했다.

 

 



 남자만으로 구성 된 댄서들은 뛰어난 테크닉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재덕의 안무는 속도에 맞춰 그 위에 세심한 손과 목의 뉘앙스를 엮어 간다. 파워풀함과 동시에 얇은 얼음장 위를 전력질주 하는 것 같은 부서질 듯한 매력이 넘친다. 객석에 놓인 마이크 앞에 소리꾼이 등장하고 거칠고 굵직한 목소리로 품바를 부르기 시작하면 재덕 자신도 그에 맞춰 불러 극장전체를 열기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그보다 뛰어났던 것은 후반이었다. 무대 위에 같은 간격으로 금속재질의 젓가락이 놓여져 있다. 무릎을 꿇고 일렬이 된 댄서들은 마치 탭댄스와 같이 젓가락으로 바닥을 찍는 리듬을 새기면서 춤을 추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정신문화인 ‘한’은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가혹한 현실과 불합리함에 몸이 비틀어 끊어질 듯한 마음을 노래와 춤에 담는다. 언뜻 보면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재덕의 안무에도 그 밑바탕에는 한이 깊게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이 전해져 온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기립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디렉터인 야마카와 산타도 “아키타에서 처음 봤다” 고 했다. 장소와 시공을 뛰어 넘어 혼이 부른 밤이었다. 

2016. 12.
사진제공_‘Odoru. Akita’ Intenational Dance Festival 201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