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제21회 창무국제무용제
아시아 태평양 춤 소개, 공연의 질 더 높아져야
이보휘_<춤웹진> 기자

 제21회 창무국제무용제가 7월 27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8월초까지 이어 가고 있다. 1993년부터 매해 개최되고 있는 창무국제무용제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통한 세계화'를 내걸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춤을 소개하고 있으며, 올해는 뉴질랜드, 이탈리아, 일본, 핀란드, 말레이시아, 우리나라 무용단의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개막공연은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작품은 문근성의 <설장고춤>이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실용무용과 타악실기 교수를 맡고 있는 문근성은 정확한 장고 장단과 화려한 발놀림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느긋하게 관객들과 소통하며 이끌어가는 그의 무대매너에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화답했다.
 뉴질랜드 아타미라댄스컴퍼니(Atamira Dance Company)는 개막공연에서는 <하카(HAKA)>를, 이틀 뒤 열린 우수작 초청공연에서는 <모코(MOKO)>를 선보였다. 두 작품 모두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 문화를 소재로 한 것으로 <하카>는 전쟁 전 자신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모코>는 몸에 문신을 하는 마오리족의 전통예술에서 나온 작품이다. <모코>는 여러 개의 빨간 줄이 무대 천장에서 바닥까지 서로 얼키게 연결되어 있는 무대 장치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작품에서 같은 의상을 입고 나오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10분 가까이 같은 음악과 같은 동작을 반복해 두 번 모두 공연을 본 관객들을 의아하게 했다.
 개막공연의 마지막 작품은 창무회의 <봄날은 간다>였다. 2014년 김매자의 춤 인생 60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으로 이날은 일부분만이 무대에 올랐다.

 



 우수작 초청공연(7월 29-30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으로 무대에 오른 윤명화무용단의 <맞이굿-영고>는 우렁찬 북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신을 맞이하는 제의식을 소재로한 작품인 만큼 굿에서 볼 수 있는 광적인 에너지를 기대했으나 형식적인 군무로만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탈리아 무용단 콤파니아 자팔라 단자(Compania Zappala Danza)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조금은 평이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하면 애절하면서도 청순한 사랑을 떠올리겠지만 이 날 보여준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평온한 분위기의 듀엣이었다.
 우수작 초청공연의 마지막은 LDP의 <노코멘트>가 장식했다. 2002년에 초연되어 10년 넘게 공연되고 있는 LDP의 대표 레퍼토리이다. 남성 무용수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매력적인 작품이나 이 날은 그 모습이 제대로 보여 지지 않아 역시 아쉬움이 남았다. 무용수들이 익숙한 작품으로 무대에 오를 때는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7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진행된 소극장 초청공연에서는 강지혜의 〈More Than I-Red〉와 고블린파티의 <불시착>, 말레이시아 무용단 아스와라댄스컴퍼니(Aswara Dance Company)의 <루티드 인 실랏>이 무대에 올랐다.
 강지혜의 〈More Than I-Red〉는 검은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심장을 상징하는 듯한 빨간색 풍선을 가슴 안에서 꺼내 위로 날려 보낸다. 그 모습이 열정이 식어버린 혹은 감정이 메말라 버린 인간의 모습인듯 하여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아스와라댄스컴퍼니의 <루티드 인 실랏>은 말레이시아의 전통 무술을 안무화한 것으로 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듀엣 작품이다. 무술적 움직임과 섬세한 손동작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고블린파티의 <불시착>은 무용수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속옷만 입고 등장한 두 명의 남성무용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하지만 중간 중간 한국말이 들리는 말을 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의 이러한 유머러스함은 작품 중간 중간 계속되면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무용평론가 김예림은 “공연예술 축제의 경우 극장분위기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로 다시 아르코 극장으로 돌아온 것이 반갑다”면서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화 작업을 하는 무용단 위주로 초청됐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조금 덜 흥미로울 수도 있는 축제이다. 그렇지만 축제의 컨셉트를 잘 지켜나가려고 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화하는 무용단들 가운데에서도 요즘의 동시대성을 가진, 좀 더 흥미롭고 진보성을 가진 단체들이 있다. 그런 단체들을 찾아서 초청을 하면 더 풍성한 무대가 될 것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벌써 중반까지 달려온 ‘제21회 창무국제무용제’는 앞으로 4일의 공연만을 앞두고 있다. 솔로 작품으로만 꾸며진 <명곡!명춤!>,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워크숍공연&드림앤비전>, 폐막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우수작 초청공연>이 그것이다. 또한 8월 3일 창무 포스트극장에서는 ‘세계 무용예술시장의 현재, 그리고 그 속의 한국 무용가들’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진행될 예정이다.

2015. 08.
사진제공_공연기획MCT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