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출판사 자체기획 무용책 〈홀로 추는 춤〉 출간한 김영훈 대표
“무용가들이 글을 많이, 잘 써야 합니다”
김인아_<춤웹진> 기자

“누구나 춤을 추고, 춤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무용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낯선 요즘. 손쉽게 즐기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해 허둥대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한 중견 무용가의 자전적 이야기와 무용 교 양서의 성격을 함께 갖춘 새로운 내용의 책이 화제이다. 기획과 편집, 제작까지 도맡은 출판 기획자를 통해 책 출간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김인아 공연예술 장르 중에서도 대중성이 가장 취약한 예술분야가 무용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용관련 책은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교양서로 읽을 만한 책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무용 전공 서적은 대부분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 무용가들이나 교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무용가들이 자비를 들여 출판사에 의뢰해서 발간됩니다. 춤비평가들의 비평집 역시 어느 정도 자비를 들여서 발간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무용책을 출판사에서 직접 기획하고 모든 제작비를 부담하면서 출판하는 것은 무용계에서는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어떻게 무용 관련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지요?
김영훈 책을 출간 할 때 두 가지를 고민합니다. 하나는 책을 찍어서 돈을 벌 수 있느냐?와 이 책이 출판 시장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가 바로 그것입니다. 무용 관련 책을 내려고 하니까 무용과 관련된 책들을 모두 사보려고 서점에 나갔어요. 저는 적어도 20-30만원은 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볼 책이 없더군요. 전공자들을 위한 책, 자서전류, 교재류를 빼면 책이 몇 권 없었어요.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책을 내면 꾸준히는 나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책이 한 키워드를 장악하면 꾸준히 나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책의 제목인 <홀로 추는 춤>은 우리나라 무용계의 환경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책의 저자인 무용가 손인영씨는 발레리나 강수진씨나 댄싱 9의 우승자인 김설진씨 처럼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무용가가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모든 제작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의 판매도 고려했을 텐데요. 대중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무용가의 책을 출판하는데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요?
네. 책을 기획하기 전에 손인영 선생님을 몰랐던 것은 사실입니다. 부담도 되었지요. 하지만 손인영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출간을 위한 가능성을 파악했습니다. 또 출판사의 의도에 따라주셨고, 글의 느낌도 고쳐주셨어요. 1년에 한두 권 책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에 너무 예민하면 책을 내기는 힘듭니다. 책의 필요성, 저자와의 관계만 확실하다면 그 부담은 뚫고 앞으로 나가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도자료에 보면 ‘무용 감상과 무용가의 현실에 관하여 말하다’라는 글이 눈에 띄던데요. 출판인으로서 이 책의 발간이 갖는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자기가 만든 책을 직접 의미를 말하면 우스운 일이 될 것 같네요. 그래도 말해야 한다면 무용가가 무용가의 삶과 현실에서 대해서 스스로 고백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책을 만들면 책의 내용이 좋은 것, 예쁜 것, 잘한 것... 등으로 가득차기가 쉬워요. 일종의 인지상정입니다. 아픈 것, 안 좋은 것, 못난 것, 이런 말하기가 어렵거든요. 이 책은 그런 내용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한 책입니다.

기획자로서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는지요?
기획 당시, 이 책은 무용가를 꿈꾸거나, 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여러 꼭지의 글이 있는데 기획자로서 가장 공감이 간다거나 애착이 가는 글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한 꼭지를 꼽기는 어렵고, 저는 전반적인 무용계의 현실을 이야기한 ‘춤의 저변에 대해서’라는 챕터를 주목합니다. 또 그 부분이 앞으로 더 연구되고, 발전시켜 다른 책으로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조선일보> <국제신문> 등 중앙과 지역의 꽤 큰 신문사에서 서평과 관련된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것 역시 이례적인 일입니다. 신문의 북 코너에 무용 관련 책에 대한 정보를 발견하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무용 책이 출판 담당기자들의 눈에 들기도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춤에 대한 책이 별로 없었고, 팔리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과거의 스타일로 책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신선함이 조금은 진솔하게 느껴지고 전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 안나푸르나에서 출간되는 책은 꽤 탄탄한 기획과 편집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기획 과정에서, 출판을 결정할 때 어떤 기준을 갖고 있으신지요?
앞서 말씀한 것처럼 출판사는 영리목적의 사업체이기 때문에, 먼저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 기준이 무너지면 70-80퍼센트는 출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손해를 보더라도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 다양하게 스스로 묻습니다. 가령 내가 아니면 못 만들 것 같은 책도 그런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편입니다. 그 기준 때문에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30대 초에 출판계에 입문해서 이제는 십년 넘게 출판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의나무, 오픈하우스 등의 출판사에서 마케팅, 기획, 편집주간을 거쳤습니다. 2013년 1인 출판사로 ‘안나푸르나’를 시작해서 열다섯 권 남짓 책을 냈습니다. 햇수로 3년인데 올해(2015)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한다는 느낌이 있고, 회사를 키워나가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독서와 음악에 빠져 사는 사람인데, 술자리도 좋아합니다.

평소 무용공연장에는 자주 가는 편인지요? 보다 많은 일반인들이 무용공연을 즐기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있어야 할까요?
안타깝게도 그런 편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예악을 즐기는 진옥섭 선생과 일로 자주 뵌 적이 있는데 그 때 공연을 종종 보다가 이번에 손인영 선생을 뵙고 또 공연을 좀 다녔습니다. 대신 춤 음악은 많이 듣는 편입니다. 발레곡부터 현대음악까지 열심히 찾아서 듣고 있습니다.

혹 다음에 구상 중인 예술관련 서적이 있는지요?
안나푸르나는 결국 제 취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크게 문학(소설, 비소설), 예술 쪽 책을 중심으로 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에는 음악 분야의 책들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로큰롤 유적지를 찾아 나서는 책’과 ‘흑인 음악을 소개하는 책’을 낼 계획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화가들을 다루는 책’도 준비 중입니다. 그 밖에도 여러 권 있지만 비밀입니다.

<춤웹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혹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세요.
저는 무용하시는 분들이 글을 많이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잘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그럴 때 무용도 저변을 넓힐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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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춤꾼'의 근육과 언어로 쓰다

 


어수웅 Books팀장
조선일보 2015-11-07 보도



 소다 마사히토의 발레 만화 '스바루'를 좋아합니다. 발레리나 스바루의 성장담인데, 이 장르 소재로는 예외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죠. 스바루의 열정을 예찬하다가도 어느 때는 너무 뜨거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홀로 추는 춤'(안나푸르나)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7년간 국립무용단의 프로 무용수였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서울예술단과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했던 손인영(53)씨가 쓴 책입니다. 인천시립 예술감독 당시 그는 스바루 같은 존재였다죠. 춤에 미친 나머지 아이를 둘 이상 낳는 무용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망언'을 단원들에게 했다가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자신도 젊은 시절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연습하다가 유산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사실은 그런 책이 보고 싶었습니다. 춤꾼이 자신의 문장으로 춤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춤에 대한 선망(羨望)을 지닌 몸치라는 게 제가 가진 비극이지만, 그 선망이 남아 가끔 이 예술 장르의 책을 펼쳐 봅니다. 아쉬운 건 대부분 무용 전공자를 위한 교재이거나 무용사(史) 혹은 무용가 평전들이라는 거죠.

 '신경은 곤두선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용수들은 간혹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누가 타이밍이 안 맞는지 잘못을 따지는 과정이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안무가는 휴식을 외친다. 동료 무용수들은 서로 끌어안고 토닥거리며 격려한다. 언성을 높였던 무용수는 웃음으로 화답한다.'(155쪽)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잖아요. 여기에는 최초의 원시 언어인 몸짓을 유려하지만 허세 없는 문장으로 쓸 수 있는 프로 무용수의 글이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춤은 대중적으로 가장 취약한 예술 장르. 문화부 통계에 따르면 1년에 한 번이라도 무용 공연을 보는 한국인은 0.7%입니다. 장르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 장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혹적인 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큽니다. 이번 주말 '홀로 추는 춤'의 아름다운 근육을 '읽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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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추는 춤

: 무용 감상과 무용가의 현실에 관하여 말하다

 

 

 홀로 갈 수밖에 없는 길이지만
 다시 태어나도 춤을 선택하겠다는 선언,
 춤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매달리는 것인가!

 

 춤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같다. 언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춤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남아 인간을 이토록 매료시키는 걸까. 또 인간은 왜 춤을 추는 걸까? 안나푸르나의 신작 ⟪홀로 추는 춤⟫은 평생 춤을 춰온 무용수의 단순한 자기 고백이 아니다. 이 책에는 ‘춤’이라는 고독한 길을 선택한 저자 손인영의 무용 인생을 회상하는 내용뿐 아니라, 오늘날 한국 무용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춤을 추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고단한 길인지를 설명하면서도 저자는 그래도 다시 태어나면 또 춤을 선택하겠다고 고백한다. 이토록 사랑하는 춤을 함께 즐기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저자는 이 책을 썼다. 누구나 춤을 추고, 춤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무용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낯선 요즘. 손쉽게 즐기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해 허둥대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무용에 대한 애정으로 춤을 즐기는 법, 감상하는 법, 무대 보는 법과 한 편의 무용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쉽고 세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을 덮을 무렵이면 춤 공연이 보고 싶어 몸이 쑤실지도 모른다.




 
평생 춤추며 살아온 그녀의 삶,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한국 무용의 동향을 알 수 있다

 

 처음 예쁜 옷을 입고 물동이 춤을 추었던 첫 무대, 처음 안무를 만들어 올렸던 데뷔 무대, 혼자 후배의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스산한 거리의 풍경... 이 책은 그런 장면들을 통해 손인영이라는 한 개인의 시선으로 한국 무용계의 현실을 짚는 동시에 세계를 무대로 ‘춤’의 환경 그 자체를 생생한 언어로 보여준다.
 베시 숀버그, 김수악, 정재만, 송범, 머스 커닝엄 등 한국과 세계의 쟁쟁한 무용수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손인영은 무용계에서 살아왔다. 무용계의 거장들과 얼굴을 맞대는 그녀는 당당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이제 겸손하게 그 과거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 그녀는 많은 것을 깨닫고 감사해한다. 무용계를 이끌어온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무용계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밝히는 그녀의 태도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처절한 시련과 마주한 인간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무너져 포기하거나, 아니면 받아들이고 이겨내거나

 

 손인영의 프로필은 이 땅의 안무가, 그 모습 그 자체다. 들어가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국립무용단의 무용수 출신,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받은 뉴욕에서의 긴 유학 생활, 안무 능력과 무대 연출 능력을 인정받아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 했던 공연 투어……. 그러나 저자의 서문에서 말하듯 손인영은 한 차례 큰 시련을 겪으며 그 시절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고,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는 시간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이 책은 그렇게 충전한 든든한 내공을 바탕으로 쓰였다.

 손인영은 앞으로도 홀로 계속해서 춤을 출 것이다. 한국의 무용계를 지탱해온 다른 어른들처럼 그녀도 묵묵하게. ⟪홀로 추는 춤⟫은 무용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관람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가슴 먹먹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춤 그날까지 그녀는 그렇게 춤추며 살아갈 것이다.


저자 소개

손인영
무용가. 동서양의 오가며 전통춤과 현대무용을 배우고, 추고, 만들었다. 국립무용단, 서울예술단 무용감독을 거쳐 창작무용단 ‘나우’를 만들어 활동했으며, 인천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대표작으로는 〈감각 2002〉 〈아바타 처용 2004〉 〈안팎 2005〉 〈삼일 밤 삼일 낮 2009〉 〈신데렐라 되기 2010〉 〈인당수 2012〉 등이 있다.


목차

서문...5

나의 삶
다시 살아도 춤을 선택할 것이다...13 / 16살 그 아름다운 시절은 가혹했다...19 / 그때는 그랬다...25 / 나의 첫 현대 무용 데뷔 공연...33 / 무용수의 휴일...39 / 뽕짝과 어머니...45 / 삶을 즐겁게 하는 예술...51 / 내 춤의 모토, 전통과 현대의 접목...57

나의 직업
안무를 향한 갈망...67 / 작품 <안팎>이 나에게 남긴 것...73 / <웃음>은 웃으면서 만들었다...81 / 아일랜드에서 보낸 6주...89 / 춤추고 부대끼며...97 / 작품 를 끝내고...105 / 남미와 유럽 공연 투어...113 / 한국의 장례 문화를 춤으로 풀다, <삼일 밤 삼일 낮>...119

무용의 이해
발레 공연이 처음이라면...131 / 현대 무용 재미있게 감상하기...135 / 무용수의 감각...143 / 몸과 몸이 만나다...151 / 마치 언어 같은 춤...157 / 춤과 시간...165 / 관객을 사로잡는 에너지...171 / 부채춤이 가르쳐준 배려의 마음...179 / 서예를 하는 것과 같은 춤...183 / 솔로와 듀엣, 그리고 춤 창작의 묘미...191 / 가야금 줄 위의 춤...199 / 무대 미술과 음악...205 / 사진 한 장이 주는 재미...213

춤의 저변에 대해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221 / 현대 무용은 어떻게 한국에 정착했나...227 / 무용수가 되는 길...233 / 무용수가 가장 아름다운 나이, 서른...237 / 춤을 직업으로 삼기...243 / 국립무용단에서의 나날...249 / 들풀 같은 삶, 독립안무가...257 / 한국의 지원 제도...265 / 재능 있는 무용수가 왜 무용복을 벗었을까...271 / 서울의 춤 공연장...277 / 세계 무용 시장의 변화 속에서...281 / 뉴욕의 춤 공연장...290

관계와 감동
춤추며 사는 삶...297 / 자애로운 스승, 정재만...301 / 자판기 커피와 클레어...305 / 인내가 작품을 만든다...311 / 랄프 새뮤얼슨, 그는 문화를 이끄는 사람이었다...317 / 시대의 거장, 송범...325 / 춤 평론가, 베시 숀버그...329 / 머스 커닝엄의 실험 정신...337 / 가무악의 마지막 명인, 김수악...341

추천사...349


추천 글

국립무용단 시절 춤에 미쳐 있던 손인영을 보았던 게 벌써 30년 전 일이다. 이제 무용계 중견이 되어 무용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을 위한 책을 썼다니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미술이나 음악은 쉽게 읽을 만한 책들이 많은데 비해 무용은 그 수가 모자랐는데 좋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무용가들의 열정과 창작에 대한 고뇌, 무대에서의 성취를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
─ 디딤무용단 예술감독 국수호

춤은 어렵고, 대중과 먼 예술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까닭에 춤이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손인영 씨의 책은 춤을 꿈꾸고, 춤을 즐기려는 분들에게 다가서려는 한 무용가의 애쓴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세상 모든 무용수들은 매일매일 무대나 연습실에서 열정을 다해 춤을 춘다. 이 책을 만나서 춤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 전문무용수 지원센터 이사장 박인자

손인영 씨를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었다. 그녀가 책을 썼다니 참 기뻤다. 발레 감상법을 비롯하여 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 부분은 대중들에게는 유익할 것이다. 내 이야기도 나와서 웃음 지으며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춤을 보러 공연장으로 오면 좋겠다.
─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강수진

춤에 대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무용가로서 자주 하는데 손인영 씨의 《홀로 추는 춤》은 그런 책이다. 무용가만의 독특한 언어와 시선으로 춤에 대해 말하기 때문에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춤에 대한 본질을 적확하게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라도 나름의 상상과 해석으로 춤을 그려보고, 읽어낼 수 있는 단초들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안애순

《홀로 추는 춤》은 그런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대부분의 무용 관련 서적들은 전공자들을 위한 교재 성격이나 무용사, 그리고 무용 인물 등 한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용수로, 안무가로, 무용 교육자로, 무용 단체를 운영하는 수장으로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한 무용가의 진솔한 자기 고백부터 그가 만난 인물들, 무용계를 둘러싼 환경이나 제도, 그리고 각기 다른 장르의 무용에 대한 비교와 세계무용계의 최신 흐름까지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춤 비평가,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 장광열


책 속에서

p70
서른을 넘기면서 무용수로 평생을 살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무용수로 성공할 만한 체격도 능력도 안됐다. 160cm의 키로 대극장에서 주역이 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개인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전통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한국 창작 무용가의 길을 선택했다. 먼저 전통춤 공연으로 기본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p132
한 번 본 작품이라면 다른 무용단의 작품도 보기를 바란다. 무용단에 따라 스토리 해석이 제각각이다. 해석을 비교해가며 보면 재미는 더 쏠쏠하다. 발레 공연에 익숙해지면 무용수들의 테크닉과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고전 발레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테크닉은 여러 가지다. 발레리나(여자 무용수)는 다리를 얼마나 높이 들어 올릴 수 있는지, 새털처럼 가볍게 양다리를 벌려 뛸 수 있는지, 얼마나 정확하게 여러 번 돌 수 있는지, 발걸음을 작게, 빨리 그리고 가볍게 할 수 있는지 등이다.

p136
현대무용 안무는 다양하다.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무용이다. 어떻게 남과 다르게 작품을 만들지 고민하기에 작품마다 안무의 스타일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다. 현대 예술을 조금 이해하는 관객이라면 작품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머리를 굴린다. 관객은 안무가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전전긍긍한다.

p159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야 어휘력이 발전하는 것처럼, 춤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갖가지 스타일의 춤을 배우면 움직임을 구사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춤을 배워서 다양한 움직임을 할 줄 알게 되면 스스로 움직임을 만드는 능력도 발전한다.

p184
춤에 있어 농담이란 중심에서 짓누르는 육중한 무게와 내공의 힘을 말한다. 이는 창호지에 물이 스미는 것이나, 누룩을 발로 지그시 누르는 것과 같다. 깊은 우물로부터 펌프질하는 것과 같으며, 꿈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영상과 같이 아쉽고 아련한 그 무엇이다. 김치로 말하자면 곰삭은 김치, 오래 묵히고 삭혀서 감칠맛이 나는 김치처럼 내용에 무게가 실린 것을 말한다. 이럴 때 춤에 내공이 있다고 말한다.

p270
한국은 한 예술가가 자기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히 실험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백 원을 주면 백 원 만큼의 결과를 원하는 지원 제도이기에 실험적인 작품보다 무난한 작품이 주로 공연된다. 예술이 수학 공식처럼 명확하면 좋겠다. 그러나 예술은 수많은 도전 속에서 이루어지고 오리무중 속에서 느닷없이 탄생한다. 좋은 작품은 오랜 기간 꾸준히 연구하고 다양하게 실험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2015.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