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2012 신춘포럼
춤 취업 활성화를 위한 상상과 제언

 

 취업(就業)이 국내외적으로 톱 이슈인 지금, 춤계에서도 취업은 어느 면에선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계에서 취업은 그다지 공론화되지 않는다. 어쩌면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듯한데, 그렇게 예술계 전반에서 잘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를 여기서 굳이 상론할 일은 아니다. 아무튼 춤계 취업 문제를 외면하거나 뒷짐 지고 있을 때는 아니다. 춤계의 저조한 취업이 궁극적으로 대학의 무용 관련 학과와 춤 무대 현장 등 춤의 여러 기반을 뒤흔들 가능성마저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춤계 취업 문제는 무용단 입단이나 무용수들의 연간 수입과 생계 측면에서 더러 거론되어왔다. 이런 측면에서의 논의가 당연히 강화되어야 하는 한편으로,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싶다. 그래서 논의의 화두로서 취업을 넘어 창업(創業)을 자극하는 사례를 먼저 제시하려고 한다.
 춤 전공자가 창업을 고려할 때 으레 무용학원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춤을 응용하는 기업이 연간 매출액 100억원을 기록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전한다면, 선뜻 믿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기업은 존재한다. 서울에 소재한 기업 ‘BnR’이 바로 그 기업이다.
 이 회사는 피겨 스쿨, 특수 의상 제작, 홈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속 직원은 100명 규모이다. 피겨 스케이터들의 지상 훈련, 피겨 스케이터와 무용수 및 배우들의 특수 의상 공급 그리고 일반 개인들에게 건강 증진 차원의 개인 춤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는 올해 갓 30대에 접어든 인물로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였다.
 피겨 스케이터는 상시적으로 훈련을 필요로 하며, ‘BnR’은 피겨 스케이터 개개인들을 위해 상체표현법, 연기법, 근력 컨디셔닝, 폴 하니스 트레이닝 등의 교육 과정을 열고 있다. 국내 유일의 피겨 스쿨로 알려진 이 학교에서는 특히 무용 전공자들이 상체표현법과 연기법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의상 역시 피겨 스케이터들뿐만 아니라 무대 연기자들에게 무용 전공자의 감성을 살리는 중요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 연간 2천벌의 춤과 무대 의상을 제작해냄으로써 이 회사 매출액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nR’의 사례가 매우 부분적인 특수 사례로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 무용학도나 무용 전공자들이 더욱 주목해볼 사업 영역은 ‘BnR’의 홈케어 프로그램이며, 이 프로그램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다면적이다.
 홈케어 프로그램은 “쉽게 말해 남녀 세대 불문하고 춤과 운동에 익숙지 않거나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춤으로써 운동을 가까이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목표를 둔다. 웨이트 머신이나 판에 박은 반복 훈련을 탈피해서 춤을 활용함으로써 운동을 자연스런 활동으로 체질화시키는 방법은 일단 독특하다 하겠다. 춤교육에 필요한 바나 플로어도 트레이너가 직접 준비하므로 소비자의 거추장스러움이나 부담을 최소화한다. 무용학원이나 센터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춤 수련과는 달리 이 프로그램은 개인 가정이나 사무실 등 개개인의 사정에 맞춰 특정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므로 맞춤형 개인 춤교육이라 하겠다.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개인이 장소를 이 회사의 스튜디오로 옮겨 수련하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소비자의 모발과 건강 체크 및 식단 관리를 병행하여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한다.”(졸고, 춤웹진 제31호 ‘심층기획’ 기사 참조)
 홈케어 프로그램은 무용학원처럼 무용 전공자가 아니면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홈케어 프로그램은 춤을 건강 관리와 연계시키고 또 물리적 공간을 갖추지 않고서도 1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무용학원과 차이가 나고,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춤 직업 측면에서 ‘BnR’이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춤을 응용하는 직업이 앞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용단 입단이나 무용수들의 연간 수입을 중심으로 한 취업 논의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1992년 문예진흥원이 발표한 ‘문화예술통계’에서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무용(83.8%)이었고, 그 다음에 양악(74%), 디자인(71%), 영화(70.1%) 분야 순이었다. 그런데 그 10년후 있은 ‘문화예술인 실태 조사’(2003, 한국문화관광정책얀구원)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이 나타난다(조사 분야: 무용, 문학, 미술, 사진, 건축, 국악, 음악, 연극, 영화, 대중예술)
  - 예술 능력의 한계에 대한 인식(전체 예술 분야 평균)
   많이 느낌 18.1%, 다소 느낌 40.5%, 보통 13.8%
  - 예술 능력의 한계에 대한 인식(무용 분야)
   많이 느낌 15.8%, 다소 느낌 54.9%, 보통 9.8%
  - 경제적 한계에 대한 인식(전체 예술 분야 평균)
   많이 느낌 42.1%, 다소 느낌 28.9%, 보통 12.5%
  - 경제적 한계에 대한 인식(무용 분야)
   많이 느낌 51.1%, 다소 느낌 35.3%, 보통 4.3%
 그 5년후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발표한 ‘2007 전문무용수 실태 조사’(2006년도 기준, 표본수: 942건; 국공립단체 소속 49.6%, 민간 단체 단원 36.7%, 프리랜서 등13.7%)를 보아도 현장 무용인들의 상황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난다.
  - 무용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자신의 예술적 능력의 한계에 대한 인식
   많이 느낌 21.8%, 다소 느낌 49%, 그저 그러함 18.4%
  - 자신의 경제능력 한계에 대한 인식
   많이 느낌 49.7%, 다소 느낌 33.4%, 그저 그러함 14.2%
  - 무용 활동에 대한 종합적 만족도
   매우 만족 4.1%, 다소 만족 35.%, 그저 그러함 35.5%
  - 무용 활동의 경제적 보상에 대한 인식
   매우 낮음 58.7%, 다소 낮음 28.5%, 그저 그러함 11.7%
  - 무용수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인식
   매우 낮음 14.6%, 다소 낮음 32.3%, 그저 그러함 42%
 이 조사는 전문무용수를 조사 대상으로 하고 또 조사 대상인 가운데 국공립 단체 소속이 절반을 차지하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앞서의 무용인들의 직업 만족도나 실태 조사치와 바로 비교될 수 없다. 그래도 2003년도의 ‘문화예술인 실태 조사’와 비교해서 경제적 한계나 예술적 한계에 대해 몇 년 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한 응답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2007년의 조사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주지하다시피, 춤계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았으므로, 취업 환경과 사회적 인식이 호전되지 않는 상황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간 시점인 2005년도 문화관광부 조사에서 무용인이 더 높은 보수로 이직을 염두에 두는 비율이 75%였고, 1개 이상 부업을 수행하는 비율도 40%(2007년 41%)에 육박했다(2005년도 조사시 임금 규모: 전체 무용인 월 평균 임금 145만원, 무용수 소직군 월평균 임금 147만원, 안무자 소직군 월평균 임금 116만원, 대학교수 및 강사 전체 월평균 임금 153만원, 사설학원 강사 월평균 임금 89만원, 개인교습자 월평균 임금 120만원). 말하자면, 지난 10년 혹은 20년 사이 춤계는 취업 측면에서도 정체했거나 후퇴한 것으로 판단된다. 덧붙여, 이런 지적은 근래 몇 해 사이 대학 학과의 폐지, 예술계 중고교 입시 경쟁률 저하 현상으로 뒷받침될 것이다.

 

 

 3월 하순 한국고용정보원은 2010년부터 2년간 우리나라 759개 직업의 현직 종사자 2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100점 만점에 99점을 기록한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이 조사에 소개된 각 직종의 만족도 점수를 잠시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작곡가ㆍ학예사ㆍ성우ㆍ신부 98점, 국악인ㆍ아나운서 97점, 성형외과의사 95점, 화가ㆍ연극배우 93점, 안무가ㆍ소설가 92점, 성악가ㆍ목사 91점, 시인 90점, 국악연주가ㆍ변호사 89점, 전도사 87점, 국회의원 86점, 평론가 84점, 속기사 83점, 무용가 82점, 방송연출가 80점, 통역가 79점, 수녀ㆍ가수 78점, 연주가 77점, 연극영화 감독ㆍ방송기술 감독 73점, 승려ㆍ개그맨ㆍ코미디언 71점, 보조출연자 70점, 영화배우ㆍ탈렌트 66점, 신문기자ㆍ카피라이터ㆍ치과의사 64점, 연극연출가 62점, 전통예능인ㆍ방송기자 60점, 서예가ㆍ사진작가ㆍ만화가 54점, 방송작가 46점, 사진기자 45점, 영상그래픽 디자이너 38점, 애니메이터 25점, 대중무용수(백댄서) 14점.
 여기서 직업 만족도를 구성하는 요인 항목은 사회적 기여도, 직업지속성, 발전가능성, 업무 환경 및 시간적 여유, 직무만족도로 나눠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교육과 예술 분야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로 정년이 상대적으로 길고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점을 들고 있다. 만족도가 최상위로 꼽힌 직업도 더 나은 수입보다는 시간 여유가 많은 직업이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직업 만족도가 일반 통념을 쉽게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는 직업만족도가 어느 정도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또한 안무가나 무용가(= 무용수)의 직업 만족도는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 않아 보인다. 비록 상대적 수치이긴 하지만, 안무가나 무용가의 직업 만족도는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춤에 몰입하는 의지가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 만족도를 근거로 춤계의 앞날을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직업의 재직자가 일자리를 전망한 내용도 함께 발표하였다. 이 전망에서 나타난 각 직업의 향후 5년간 고용 전망은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 안무가
 1) 안무가의 고용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 이전의 무용 공연은 대부분 순수 창작활동으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거나 어린이나 청소년, 젊은 연인 등 특정한 대상을 겨냥한 타겟형 공연으로 제작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무용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안무가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3)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리고 있고, 문화발전 육성기금 등 공공 지원제도가 다양화됨에 따라 향후 무용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4) 안무가들은 안무 실력을 기반으로 연극, 뮤지컬 등으로 진출하거나 재즈, 스포츠댄스, 요가 등을 교육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여 활동하기도 한다.
 ■ 무용가
 1) 무용가의 고용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순수 창작활동에 머물던 무용공연의 제작 관행이 어린이, 청소년, 젊은 연인 등 특정한 대상을 겨냥하거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는 등 타겟형 제작으로 전향(轉向)되면서 무용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3) 지방자치단체마다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리고 있고, 문화발전 육성기금이 무용분야에도 지원되는 등 공공 지원제도의 다양화로 향후 무용시장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4) 특히 최근 신진 무용가들을 주축으로 전문 무용단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무용가의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고용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 무용단의 수는 제한적이며 이들의 이·전직도 적은 편이어서 직업 무용단의 입단 경쟁은 매우 치열할 것이다. 따라서 창작 작업과 무용공연을 위한 전문 무용단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 대중무용수
 1) 대중무용수의 고용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요계에서 댄스음악이 많은 사랑을 받고, 듣는 음악 못지않게 보는 음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백댄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2)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수의 백댄서 외에도 각종 댄스대회나 놀이공원, 호텔, 클럽, 파티 등에서의 댄스관련 공연에서 대중무용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댄스비디오를 내거나 댄스강사로 활동하는 등 대중무용수의 활동영역 또한 다양해지있다.
 3) 사설무용단의 경우 수시로 실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고 있으며, 특히 긴 연습생활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대체인력에 의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편이다.
 4) 방송사 무용단의 경우 인원이 한정되어 있고 그 인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큰 일자리 증가는 없는 편이며, 근무환경과 안정적인 수입 때문에 입직경쟁률은 치열하다.

 이상의 전망에 비추어, 향후 5년간 무용인들의 고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점에서 취업이나 창업 측면에서 춤계가 독자적인 대책을 강구하거나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취업은 활성화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다시 생각해보자. 고용이 정체(停滯)되거나 지지부진한 부문 즉 고용 전망이 크지 않은 부문에서 고용이 획기적으로 늘 리 만무하다. 안무가, 무용가, 대중무용수 고용이 현상태에 머물거나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고용이 늘어도 어느 정도일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래의 지적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대학들이 무용 관련 학과들에서 양성하는 춤 전문 인력의 낮은 취업을 안무가, 무용수, 대중무용수 부문의 취업 증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거나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다시 말해, 대학 학과들이 누가 봐도 고용이 미진하거나 매우 불투명한 부문에 매달려 취업 증대 대책을 고려한다면, 이는 승율(勝率)이 매우 낮은 전략이자 어리석으며 심지어는 전략의 부재를 대변한다.

 



 

 춤 취업 활성화 논의에서 일반적으로 먼저 제시되는 방안으로 춤 공연 활성화가 들어진다. 춤 공연 활성화는 춤 인식을 높여 춤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므로, 취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전국의 춤 공연이 행사 건수에서 포화 상태라는 지적 그리고 일반인들의 춤 공연 호응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에 비추어 이 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음의 전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을 춤 공연으로 유도하고 또 춤 공연이 행해지는 지역을 넓혀야 한다. 그러자면 양질의 공연을 위한 창작자가 발굴·육성되고 지역 사회의 협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하며, 또 공공 지원 재정 확충과 효율적 지원 제도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때문에 춤 공연 활성화가 춤 취업 활성화의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 방안은 현실적으로는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되 실제로는 불투명한 점이 적지 않다. 게다가 춤 공연 활성화가 춤 취업 즉 춤 관련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춤 공연 활성화와 춤 취업 활성화가 직접적인 인과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관점의 전환부터 요청된다. 관점의 전환은 춤 전공자가 취업할 수 있는 영역을 분석하고 그에 대처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2005년 발표된 ‘무용 전문인력 형성구조 분석과 지원방안 연구’(문화관광부)는 무용인의 직무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 바 있다.
 1) 예술직군: 안무 지도(예술 감독, 단장, 안무, 트레이너, 대본 작가, 연출), 무용수, 음악
 2) 기술직군: 무대(음향, 조명, 제작, 기계 제어, 영상, 무대 진행), 분장, 의상, 기록(사진, 촬영)
 3) 기획 및 경영관리 직군: 공연 지원(기획, 마케팅, 매니저, 사무), 공연장 운영(기획, 공연장 운영, 하우스 매니저), 코디네이터
 4) 교육 직군: 정규 기관 교육, 비정규 기관 교육(학원, 사회교육, 개인 교습)
 5) 행정직군: 공공 정책 입안과 집행
 6) 기타 직군: 비평, 응용(움직임 분석 및 기록, 치유), 언론(기자, 편집자)
 이들 직무는 무용 전공자들이 택할 만한 직무(직종)를 거의 망라했다고 생각된다. 이 직무 분석을 보면, 누구나 짐작하는 대로, 무용 전공자들의 취업 범위가 넓혀질 가능성들이 재확인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앞으로 춤을 응용하는 직업이 갈수록 각광받게 될 것이다. 다만 본 직무 분석이 2000년대 중반에 이뤄진 것이므로 그 이후 사회를 추동한 새로운 추세들을 고려하면 몇 가지 직무가 더 추가될 수 있다. 예컨대 SNS 활동이나 디지털의 영향력이 가시화되는 근래의 상황이 이 조사에 반영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마찬가지로 홈케어 프로그램 같은 유형의 직무도 본 직무 분석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은 이들 신종(新種) 직무는 말 그대로 신종이어서 앞으로 개척되고 공인받아야 할 직무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2005년에 정리되고 제시된 무용인의 직무 분류는, 당시에도 그런 감이 없지 않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고 폭이 좁아서 오늘에 이를수록 더욱 실효성이 더 떨어진다. 단적으로 말해, 낡은 것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춤 전공자의 신종 직무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신종 직무는 안무나 공연 출연 같은 정통적 직무가 아니라 대부분 일반인과 대면 접촉하는 데서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령층을 위한 건강 차원 춤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개인 혹은 집단의 일반인을 찾아가는 방문·순회·참여 직무가 다양하게 개발될 것이고, 커뮤니티 댄스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신종 직무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조류들에 의해 그 토대를 계속 뿌리내리고 있다. 춤 신종 직무를 촉진할 우리 사회 조류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졸고, ‘춤저널’ 제25호 참조)
1) 노마디즘사회: 사유(思惟)와 정보 향유 / 정보 주도 사회
2) 시공편재: 수용 경로와 유통 방식의 팽창 / 춤의 성격 분화
3) 인터액티브: 작품 및 현장과의 직접 소통 / 예술과 놀이의 결합
4) 여가사회: 춤 수용 기회(예술 차원 · 오락 차원) 증대
5) 수용 계층의 분화(일반인 / 노령사회 / 청소년 / 장애인 / 소수자): 춤의 분화
6) 춤 교육 및 춤 치유 활동 증가
 그러므로 신종직무가 속속 출현할 것은 시간 문제이다. 물론 여기에는 신종 직무를 수행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신종 직무가 다수의 종사자들을 필요로 할 것은 분명하고, 종사자가 없거나 부적격하다면 다양한 신종 직무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신종 직무에 종사할 사람을 양성하는 일은 사실상 목전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제를 수행할 곳은 어디보다도 대학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종 직무에 종사할 사람을 대학이 직접 육성하는 것이 첫째 과제라면, 대학은 재학생들이 미래의 신종 직무를 스스로 꿈꾸고 개발할 안목을 함양하는 데서도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길게는 지난 10년간 일부 대학에서 마지못한 학과 변경이 일어나고 심지어 폐과가 빚어진 바 있다. 신종 직무에 착안하여 학과가 주체적으로 교과를 혁신하였더라면 그런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5. 신종 직군 상상하기, 그리고 새로운 체제 구축

  이상의 진단 그리고 전망을 토대로 대학과 춤계가 준비해야 할 바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먼저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해서 춤의 새로운 신종 직군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춤 콘텐츠 개발 전달 직군
  2) 피트니스 프로그램 개발 전달 직군
  3) 춤 지식 개발 전달 직군

  이와 같은 신종 직군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 신종 직군은 춤으로 익힌 전공 능력을 춤 이외의 능력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예시된 세 가지 직군은 각기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는 능력, 건강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능력, 지식화하는 능력을 전제로 해서, 이를 춤 전공 능력을 활용하는 면이 강하다. 다시 말해 춤을 중심으로 각기 디지털, 건강, 지식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군들이다. 그러므로 춤을 춤만으로 인식하지 않고 춤을 포괄적으로 응용하는 능력이 없다면 이들 신종 직군은 실현될 수 없다.
  이상의 직군 이외에도 다양한 직군들이 더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추가로 거론되는 직군들을 지레 배제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직군이 현실성이 있을지는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이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어떤 직군이 시장성이 더 클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인기 직군이 되려면 앞서 직업 만족도를 구성하는 요인 항목으로 제시된 1) 사회적 기여도, 2) 직업지속성, 3) 자기 발전가능성, 4) 업무 환경 및 시간적 여유, 5) 직무만족도에서 우월해야 한다. 춤계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신종 직군이 형성되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인력 양성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춤계가 신종 직무 또는 직군 개발의 지원과 대책에서 앞장서야 한다지만, 원칙론에 머물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는 이런 작업에서 앞장선 단체나 기구도 없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실현될지 불투명하다. 어떤 형태로든 00협회, △△협회라고 한다면 소속 회원들 그리고 그 협회가 속한 예술 부문의 권익과 경제 형편이 신장되도록 사업을 펼쳐야 하는 것은 상식이고 그렇게 적극적인 협회가 있어야 할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은 우리 현실 속에서 춤계의 지원과 대책을 강조하려니 사정이 딱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대학이 신종 직군 개발을 염두에 두고 학과 출신자들이 그에 종사할 능력을 갖추도록 교과를 조정하고 강화해야 한다. 위에서 신종 직군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는 능력, 건강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능력, 지식화하는 능력을 요구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1) 노마디즘사회, 2) 시공편재, 3) 인터액티브, 4) 여가사회, 5) 춤 수용 계층의 분화, 6) 춤 교육 및 춤 치유 활동 증가에서 보듯이, 다음과 같은 가능성 또는 요구 또한 날로 커가고 있다. 1) 춤이 다른 장르 혹은 다른 인간 활동과 접목되는 가능성 증대, 2) 일반인을 위한 일반인에 의한 춤 요청 증대, 3) 일반인 소집단을 위해 반복 사용 가능한 콘텐츠 요청 증대, 4) 익명의 다수에게 전달되는 지식 콘텐츠 요청 증대

  이상과 같은 큰 흐름을 고려하여 대학에서 인력을 양성하려면, 다음과 같이 시안으로 제시되는 방향으로 전공 편제부터 개편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1) 춤 실기 및 안무 전공
  2) 춤 실용화 전공
  3) 춤 디지털 콘텐츠 전공
  4) 춤 인문 문화 전공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처럼, 신종 직무는 그에 걸맞은 틀부터 요구한다. 그간 기존 학과들에서 얼마간의 새로운 교과를 개설하여 새 흐름에 부응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미온적이며 자잘하고 지엽적인 노력은 그 실제 효력이 높지 않은 것 같고, 단적으로 현행 체제를 그대로 두고 알찬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면서도 과욕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학은 무용 관련 학과의 전공 편제부터 재검토해서 시대 흐름에 맞춰 진취적으로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다. 설령 이렇게 개편하고 채비를 갖춘다 해도, 우수한 인력을 조금이라도 배출하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다.
  위에서 예시된 전공 편제에서 짐작되다시피, 이 전공 편제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면, 무엇보다도 학과 교수진을 전공 영역에 맞춰 재구성해야 하고, 학과 신입생을 실기 능력 중심으로 선발하는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 대학에 따라서는 실기 능력을 일체 묻지 않고 일반 계열의 선발 방식을 적용하는 입학고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이 정도는 오늘날 파격도 아니다. 그만큼 사회는 급변하고 대학이 해야 할 교육 과제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무튼 새 전공 제체를 구축하는 데 따른 구체적인 방안은 대학마다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을 테지만, 핵심 관건은 이를 실현해내려는 확고한 의지이다.
  그간 대학의 무용 관련 학과들은 순수예술 무대의 현장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에 치중해왔다. 이러한 교육은 예술 인력을 공급하는 장점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이런 교육이 시대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대학의 폐과 사례가 솔직하게 말해주듯이, 대학 내에서부터 밝혀지고 있다. 기존의 교육은 그 체제에서부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급기야 춤계의 저조한 취업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대학의 무용 관련 학과의 기반마저 뚜렷이 흔들리고 있다. 아무튼 새 부대가 아니면 새 술도 빚을 수 없다. 게다가 누워서 감 떨어지기만 바랄 것인가. 현실에 안주하는 사이 알게 모르게 서서히 이지러질 것인가, 아니면 재빨리 거듭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 이 글은 20124월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대구에서 주최한 신춘 포럼에서 발표된 발제문을 추가 보완한 것임.)

34
2012.5.1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