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제1회 수원발레축제
발레 대중화와 지역문화 활성화
이보휘_<춤웹진> 기자

 새로운 발레 축제가 태동했다.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수원발레축제는 수원시가 주최하고 발레STP협동조합이 주관한 것으로 발레의 대중화와 지역의 균형적 문화발전 실현을 위해 기획되었다.
 수원 야외음악당은 하얀 돔으로 덮여있는 무대 앞으로 초록색 잔디가 깔려있는 공연장으로, 잔디에서 바라본 무대는 마치 커다란 동화책을 보는 듯 했다. 발레STP협동조합은 2012년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이 모여 설립했으며, 2015년부터 부산의 김옥련발레단이 함께하면서 6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개막식이 있었던 8월 27일에는 오후 6시부터 차세대안무가전이 펼쳐졌고, 8시가 돼서야 본격적인 무대의 막이 올랐다. 첫 날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오진 않았지만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부터 강아지와 산책 나왔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된 관객까지 다양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발레STP 협동조합에서 수원발레축제를 제안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수원 시민들에게 보다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개막 공연의 첫 작품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 중 'Moonlight 파드되'. 한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등장하자 객석에선 그들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터졌다. 그 뒤로 와이즈발레단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서발레단의 〈Where we go〉 중 ‘dondevoy’가 무대에 올랐다.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은 작품은 이원국 발레단의 〈Two Different Path〉였다. 현재 현역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최고령 발레리노 이원국과 정운식을 위해 제임스 전이 안무한 작품으로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그들의 움직임에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개막공연의 마지막 작품은 서울발레시어터의 <사계 중 초우>였다. 화가 김수현의 작품 ‘초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으로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조화로운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야외공연인데 서정적인 작품으로만 꾸며져 아쉬운 첫 날이었다.

 



 그러나 메인 공연이 시작된 둘째 날의 분위기는 전날과는 사뭇 달랐다. 보다 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고, 무대 위 무용수들의 열정에 보다 많은 박수를 보냈다.
 28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자유참가작 학생부 공연에서는 발레 꿈나무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무대에 등장했을 때는 객석에서 귀여움에 대한 환호와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초등학교 1, 2학년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토슈즈를 신고 멋지게 턴을 성공시켜 보이기도 했다. 자유참가작 학생부 공연에서 마지막 작품은 수원 지역의 발레학원생들이 연합으로 준비한 무대로 <코펠리아> 중 '시간의 왈츠'와 <코펠리아> 중 '스와닐다친구들'을 선보였다. 무대에 올랐던 김세은(11세) 학생은 “처음 하는 공연이라서 떨렸는데 친구들이랑 함께해서 재미 있었다”라며 소감을 전했고, 김현지(18세) 학생은 “매번 실내에서만 하다가 야외해서 하니까 새로웠고, 다른 학원들과 같이하는 합동무대라서 더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메인 공연의 첫 무대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꾸며졌다. 오로라 공주의 16세 생일 파티 장면인 1막 아다지오, 파랑새와 플로리나 공주가 추는 파랑새 파드되, 데지레 왕자와 오로라 공주가 추는 그랑 파드되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발레리나의 아름다움에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 작품은 와이즈발레단의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였다. 외계에서 온 남성들이 지구의 여성에게 춤으로 프로포즈한다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다. 유머러스하게 진행되는 작품에 관객들은 매 장면마다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서발레단의 〈2040년의 하루〉는 기계음에 맞춰 사람들이 미래 하면 떠올릴 법한 이미지들을 춤으로 보여줬고, 다음은 이와 대조적인 이원국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파드되>가 이어졌다.
 부산에서 온 김옥련발레단은 욕심 많은 거인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를 담은 <거인의 정원>을 선보였다. 아기자기 한 의상과 움직임들이 어린 관객을 즐겁게 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발레시어터의 〈City light〉가 장식했다. 젊은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플라멩고를 연상시키는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29일 역시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자유참가작 성인부 공연에서는 취미로 발레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무대로 부부발레단, 성인취미발레부, 삼성정자 디지털시티 발레단 아다지오 등이 작품을 선보였다.
 마지막 날 진행된 메인공연으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 중 'Moonlight 파드되'와 〈La Vivandiere〉, 와이즈발레단의 〈박수치고 행진〉, 서발레단의 〈Where we go〉, 이원국발레단의 〈파밀리에〉, 김옥련발레단의 〈해운(海雲)〉, 서울발레시어터의 〈Tango for Ballet〉가 무대에 올랐다.
 달빛이 비추는 잔디밭에서 보는 발레 공연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유참가작 학생부 공연을 본 이은숙(40세)씨는 “발레가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몰랐고, 어린 아이들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고 이야기 했고, 가족과 함께 보러왔다는 김은아(44세)씨는 “너무 환상적이었고, 아름다웠다. 다음에 또 보러오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수원발레축제가 진행되는 5일 동안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치러졌다. 무대 앞 잔디밭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발레STP협동조합 단체들의 홍보 및 후원자 모집 등이 이루어졌고, 낮 시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발레체험 교실이 열렸다. 발레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발레를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축제였다.

 


..............................................................................................................................................................




미니 인터뷰_ 발레STP협동조합 김인희 이사장

 


축제가 한창 진행 중이던 8월 28일, 리허설이 끝난 후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수원발레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발레STP협동조합 김인희 이사장(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보휘 수원발레축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이 3년 전부터 1년에 3번씩 공연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소극장에서 공연을 했었고, 그 다음에는 8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했는데 관객개발도 되고, 한 공연장에 와서 다양한 단체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현재 발레단들이 가지고 있는 숙제 중에 하나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레를 보여줄 수 있는가’ 입니다. 그에 대한 답을 찾다가 야외무대에서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산책하다가 볼 수 있고, 티켓을 사야 한다는 부담도 없으니 좀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수원에서 그리고 야외음악당에서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사실 여러 군대 생각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원 행궁에 외국 관광객들이 많고 하니 궁 앞에서 해볼까 했었습니다. 그런데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과 같이 미팅을 하는 날 ‘비가 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수원문화재단 측에서 이곳을 소개시켜 주셨고, 와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좋은 야외 공연장인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기꺼이 이곳에서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프로그램을 짜시면서 제일 신경 쓰신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일단 6개 단체의 개성과 특징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저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차세대 안무가전, 자유참가작 학생부, 자유참가작 성인부였습니다. 왜냐하면 차세대 안무가가 우리나라 안무계의 미래가 되는 거고, 자유참가작 학생부 같은 경우는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이 무대에서 메인으로 설 무용수들이고, 자유참가작 성인부는 발레가 업이 아닌 취미로 하고 있지만 발레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분들입니다. 정말 발레시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초점을 맞춰서 프로그램을 짜게 되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첫 회다 보니 예산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이번에 출연해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재능기부 플러스 본인들의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하고 있는 거라서 너무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 분들의 열정과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 저희 가지고 있는 예산에 두, 세배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족했을 거에요. 그런데 굉장히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참가자분들, 지도자, 선생님, 안무가, 모든 스텝들이 정말 한 마음 한 뜻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서 조금이라도 고생하시는 분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수원시, 수원시문화재단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불편함 없이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첫 째는 수원에서 발레를 좋아하시는 발레 팬, 발레 마니아분들이 많아졌으면 하고요, 5년, 10년 안에 수원을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발레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수원발레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엔 가깝게는 중국, 일본, 동남아의 발레 마니아 분들도 와서 관람할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15. 09.
사진제공_공연기획MCT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