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2015 뉴댄스아시아국제축제
네트워킹 확대 성과, 편차 큰 작품 선정
정다슬_<춤웹진> 유럽 통신원

 4년 전 여름, ‘광진국제여름춤축제’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던 페스티벌이 올해 ‘뉴댄스아시아국제축제’(2015 New Dance for Asia International Festival / 이하 NDA)로 그 이름을 바꾸어 변화된 모습으로 찾아왔다. 민간 춤 단체인 데시그나레 무브먼트(Designare Movement) 주최로 지난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서강대메리홀 대 소극장을 중심으로 개최된 페스티벌은 이제 매년 여름마다 관객들을 찾아 올 예정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페스티벌에는 일본, 싱가폴, 홍콩, 폴란드, 미국, 한국 등 총 6개국에서 온 30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하였다. 이미 NDA는 ”국내의 젊은 현대무용가들에게 아시아의 페스티벌과 레지던시 등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시아 현대무용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이른바 베이스 캠프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본 후쿠오카 댄스프린지 페스티벌과 일본 세션하우스 극장, 싱가폴 M콘택트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 미국 디트로이트 댄스 시티 페스티벌, 삿포로 뉴챌린지 페스티벌 등과 협력관계를 맺는 한편 이들 페스티벌의 일부 디렉터들도 이 기간 중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페스티벌의 개막일인 8월 25일에는 국내외 무용단의 초청공연 섹션인 ‘인터내셔널 컴퍼니 플랫폼’에 총 5개의 작품이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미국 디트로이드 댄스 시티 페스티벌과 아트 랩 제이의 예술감독인 정주리의 작품 〈No Right Answer〉, 테이크 루트 컴퍼니의 〈Ink〉, 한국 박상준 댄스저널의 〈Angry ‘Bell’〉, PJH 댄스 프로젝트의 〈She is Cold〉, 싱가폴 T.H.E Dance Company와 한국 안무가 김재덕의 협업작품 〈Present〉가 공연되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은 김재덕의 〈Present〉이다. 이번 페스티벌의 게스트이기도 한 싱가폴 출신의 안무가 퀵 쉬분이 2008년 설립한 T.H.E(The Human Expression) 댄스 컴퍼니의 상임 안무가인 김재덕은 댄서들이 서울에 체류한 2주 간 작품을 계획했다고 한다.
 두 명의 남성 무용수는 무대 뒤쪽에 배치된 의자에 관객을 등지고 앉아 있다가 서서히 라벨의 음악 ‘볼레로’에 맞춘 역동적이고 과격한 몸짓들을 만들어 낸다. 익숙한 음악의 박자를 크고 작게 나누고, 동작의 시작과 끝마다 힘을 실어내는 등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음악에 세밀하게 반응한다. 특히, 작고 짧은 움직임들은 처음과 끝이 분명한 반면 작품 전체적으로는 유연한 흐름이 느껴지게 하여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안무가 김재덕 특유의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움직임과 위트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싱가포르에서 지난해 초연되었었다.
 하지만 NDA 페스티벌 첫째 날의 대부분 작품들은 완성도나 질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안무가 정주리의 〈No Right Answer〉은 ‘인생’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에 걸 맞는 깊이 있는 리서치가 결여된 듯 느껴졌다. 작품의 주제와 연계성이 없는 움직임과 이미지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나열하는데 그쳐 버려 안무가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작품을 끌고 가는 힘과 흐름이 길을 잃었고 그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페스티벌의 둘째 날인 8월 27일에는 ‘아시아 페스티벌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의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 5개가 소극장에 올려졌다. 일본 안무가 아야 테라소마의 〈츠카〉, 이토 나오코의 〈Good Girl, Bad Girl, Luluby〉, 폴란드 안무가 수잔나 카스프윅의 〈We are very sorry, but there is no place for Susana〉, 한국의 최우석·배민우의 듀엣 〈Insignificant stories〉가 공연되었고 홍콩 출신의 옹 용록(Ong Yong Lock)은 이번에 진행된 워크샵 참가자들과 함께 작업을 준비하여 공연하였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최우석, 배민우의 듀엣 〈Insignificant stories〉는 10년 지기 친구의 우정과 그들이 잊고 있었던 순수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명과 의상을 이용해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간 그들은 속옷 하나만을 걸친 채 유년시절로 돌아갔고 극도로 밀착된 움직임을 통해 자연스러움과 친밀함을 형성하였다.

 



 폴란드 출신의 수잔나 카스프윅은 자신이 보냈던 한 지원서에 대해 돌아왔던 이메일의 대답을 작품의 제목으로 삼았다. <매우 미안하지만 우리에게는 수잔나를 위한 자리가 없습니다>는 무용과 예술 세계에서 그녀가 마주했던 많은 시련을 비롯하여 요즘 사회에서 누구나 마주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투쟁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컴퓨터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은 금방이라도 영웅이 등장할 듯 웅장하지만, 그녀는 어리숙한 모습으로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늘 대립하고 승리를 쟁취하려는 우리와 그것을 조장하는 사회 – 특히 무용세계 – 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절대 포기하면 안됨” 모드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실패를 인정할 때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닌지 되물어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냈다.

 



 8월 27일에는 2명의 일본 무용가(Suzyki Akinoro, Nakamira Yo)와 한국 김경일의 안무 작품이 선보인 ‘아시아 젊은 안무가들의 무대’(Asia Young Generarion Stage) 와 이주영 김광민·김준희·김서윤이 참가한 ‘한국 안무가의 밤’ 공연이 이어졌다.
 모든 공연이 끝난 후 축제에 참가한 각 페스티벌의 감독들은 자신들의 축제에 초청할 작품들을 선정했다.
 김재덕 & T.H.E Dance Company 의 〈Present〉가 일본 Fukuoka Dance Fringe Festival(FDFF)에 초청되었으며, 김서윤의 〈Selffish answer〉는 일본 FDFF와 싱가폴 M1CONTACT Contemporary Dance Festival 에, 김경일의 〈Harmonious〉는 일본 도쿄 Dance Bridge International과 삿포로 Hokkaido Dance Project에, 김광민의 〈Interection〉은 싱가폴 M1CONTACT Contemporary Dance Festival과 미국 Detroit Dance City Festival에 각각 초청되었다.

 



 싱가폴 T.H.E Dance Company와 M1CONTACT Contemporary Dance Festival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퀵 쉬분은 “이제 한국에서도 아시아 현대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페스티벌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싱가폴과 말레이지아에서 공연을 한 한국의 무용가들을 많이 알고 있으나 이제는 우리나라의 무용가들도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긴 것이니 말이다.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T.H.E Dance Company 오디션 때 한국 무용수를 찾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NDA와 협력해 진행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페스티벌을 통한 네트워킹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전반적으로 2015 NDA는 아시아의 축제 및 극장, 컴퍼니의 디렉터들과 평론가들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 한국 안무가들의 아시아 춤 시장 진출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3일 동안 대극장과 소극장의 객석이 거의 만석을 이루는 등 관객확보에도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다만 이번 축제에 참여한 공연작품의 프로그래밍에 있어서는 예술적인 작품의 완성도에서나 소재의 다양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뉴댄스’라는 페스티벌의 명칭, 그리고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축제를 구성했음에도 이름에 걸맞는 새롭고 파격적인 작품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축제가 출범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고, 공공 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5일 동안에 걸친 국제 축제를 운영하는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NDA가 스스로 밝힌 포부 그대로 아시아 현대무용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축제가 추구하는 목적과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뚜렷이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하나의 페스티벌을 제작하고 지속적이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한 작품 선택과 다채로운 구성을 통해 관객과 해외 게스트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매해 관객의 참여가 늘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5. 09.
사진제공_뉴댄스아시아국제축제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