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가〉 제작자 LG아트센터 이현정 팀장
민간·공공극장의 성공한 공동제작
방희망_<춤웹진> 편집위원

  지난 10월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 정영두의 〈푸가〉는 바흐 음악과 현대 무용의 섬세한 결합, 실력 있는 무용수들의 참여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비교적 성공적인 이 신작은 LG아트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즉 민간과 공공 극장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제작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제작 극장 중 두 곳이 민간과 공공의 경계를 넘어서서 협력한 것은 작품이 받은 관심 이상으로 주목을 받아야 할 좋은 선례라 생각한다. 안산과 LG아트센터 양측이 협의한 끝에 LG아트센터 이현정 기획팀장이 대표로 이번 〈푸가〉 공연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로 하였다.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방희망 LG아트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어떻게 협력하게 되었는지, 제작 극장에서 평가한 <푸가>의 성과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현정 지난해 정영두 안무가와 신작 공연을 협의하면서 제작비 분담과 최대한의 공연 횟수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제작환경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극장 간 공동제작의 기회를 찾아보자는 부분에 합의하였고, 이에 가을에 무용축제를 여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조형준 부장)에 제안을 해서 공동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극장이나 페스티벌과의 공동제작은 해외의 경우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무용 단체나 극장에서 제작을 하면서 단독으로 모든 제작을 책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공동제작을 할 수 있는 극장들을 섭외하여 자금을 모으고 투어를 사전에 기획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좋은 무용수들을 확보할 수 있고, 극장들도 사전에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기에 용이합니다. 또한 투어를 통해 몇 달씩 준비한 공연이 단지 2-3회의 공연으로 끝나고 사장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작품이 보완되고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됩니다. 심지어 해외 공연단체들은 국가 간 경계 없이 전 세계 극장을 대상으로 이런 공동제작을 섭외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공동제작을 할 경우, 제작비를 서로 분담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재정적인 부분에서 크게 도움을 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제작의 부담이 주니까 창작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연 횟수를 늘려 작품이 완성될 수 있는 기회도 만들게 됩니다.
이번 공연의 경우 서울과 안산의 제작비를 공연 횟수로 나눠 분담했습니다.
즉 전체 5회 공연 중 3회 공연하는 LG아트센터에서 3/5을, 2회 공연하는 안산예술의전당에서 2/5만큼 제작비를 나누면서 두 개 극장 모두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연이 제작되기 전에 통영 국제음악당(블랙박스)으로부터 초청공연 섭외가 와서 공연은 총 6회를 했는데, 초연하는 단일 무용 공연으로서 3개 공연장에서 6회 공연을 하는 경우도 드문 경우라 생각합니다.
제작극장이나 아티스트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우리 무용계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이러한 공동제작의 기회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공동제작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었는지요?

제작 과정 자체에서의 어려움은 특별히 없었지만, 초연작이 올라가는 무대의 사이즈나 기술장비 사양이 각기 다르다 보니 모든 공간을 고려해서 동선을 계획하고 디자인을 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이 투어를 가는 경우는 기존의 작품이 들어갈 수 있는 무대인지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만 확인하고 공간을 선택, 결정하면 되는데, 이번 작품은 공간이 정해진 상태에서 공간에 작품을 맞춰야 하다 보니 제작단계부터 예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제작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오히려 투어 계획이 미리 생긴 상태에서 제작을 하니,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가급적 투어가 용이한 재질을 찾게 되고, 설치와 보관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하게 되니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고 용이한 면이 있었습니다.

 




〈푸가〉 작품에 대한 저작권 계약은 어떻게 되는지요?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따라 창작에 대한 저작권은 안무가에게, 공연제작에 따른 공연권은 공동제작사가 함께 갖게 될 겁니다.
다만 현대무용의 경우 향후 재공연이나 투어를 하더라도 초연 제작사에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 향후 투어를 조직한 곳에서 주도적으로 업무 협의와 자금 집행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단 공동제작에 대한 크레딧(성명 표기권)은 공동제작사가 모두 갖게 됩니다. 따라서 향후 재공연, 투어 시 어디에서 공연을 하든, LG아트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사로 표기될 예정입니다.

작품의 유통계획은 마련해 놓은 것이 있나요?
향후 재공연을 위해 무대, 의상 등을 보관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투어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분들께서 재공연을 통해 작품을 더 치밀하게 완성해 간다면 정말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겠다는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현대무용공연으로는 드물게 초연과 동시에 총 6회의 공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워낙 바쁜 무용수들이 함께 한 작품이고, 소속 단체가 있는 분들도 계셔서 모든 공연이 끝난 지금은 다들 각자의 업무로 돌아가 있습니다. 다만 언제든 좋은 무대가 생기면 다시 모이기로 약속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좋은 작품이 사장되지 않도록 기회를 찾아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2015. 12.
사진제공_LG아트센터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