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후쿠오카 현지취재_ 제10회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
이제는 아시아 춤 교류의 완충지대로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매년 2월 일본의 요코하마와 후쿠오카에서는 경쟁하듯 2개의 춤 행사가 함께 열린다. 공교롭게도 이들 두 행사는 메인 공연의 날짜가 매번 겹친다. 요코하마댄스콜렉션(YDC: Yokohama Dance Collection)의 메인 프로그램인 안무가들의 작품 경연일과 후쿠오카댄스프린지페스티벌(FDFF: Fukuoka Dance Fringe Festival)의 공연은 올해도 어김없이 2월 11-12일 같은 날에 열렸다.
 YDC와 FDFF는 일본의 젊은 안무가들이 주축이 되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이 선보이는 자리란 점에서 유사하지만, YDC가 크게 시니어와 주니어 2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경연을 펼치고, 몇 개의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프랑스 정부와 스페인 페스티벌 등과 연계해 시상하는 등 비교적 체계적이고 큰 규모로 펼쳐지는 경연의 장이라면, FDFF는 비경연이며, 참여하는 작품의 질도 그 편차가 크다. 그러나 참가한 심사위원들이나 델리게이트들이 자신의 축제나 극장에 이들 작품을 초청한다는 점에서는 둘 다 일종의 플랫폼과 같은 성격을 띤다.

 



 2008년에 태동,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FDFF는 처음에는 일본의 젊은 무용가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선보이고 서로간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공연의 장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작품이 해외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갖는데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듯했다. 곧 국제적인 플랫폼(Platform)으로서의 기능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또한 공연 기회를 자주 갖기 힘든 일본의 젊은 안무가들에게 점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해마다 참가 신청자들이 늘어나고, 시연되는 작품의 성격이 다양해지고, 작품의 질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7년 FDFF는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후쿠오카의 Pomplaza홀과 Reizensou 뮤지엄 등에서 열렸으며 모두 24개의 작품이 선보였다. 이중에는 3개의 한국 팀과 홍콩, 스위스, 이스라엘, 태국, 중국,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일본 타이완 등 다국적 무용수들로 이루어진 안무가들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었다. FDFF의 지난 10년 동안의 네트워킹의 성과를 보여주듯 ASIA센터, M1 Contact Contemporay Dance Festival, New Dance for Asia(NDA), Seoul Choreographer Dance Festival(SCF), Seoul Dance Collection(SDC) 등에 참가했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 안무가들의 작품은 서울댄스콜렉션에서 입상한 비보이 그룹 GAMBLEZ의 〈Dream of a bum〉(안무 신규상)과 서울안무가페스티벌 참가작이었던 최진한 안무의 〈A! MAN-Inside the room〉, 그리고 NDA 참가작품이었던 S Group의 〈BAN〉(안무 황다솜 박신정) 이었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 참가작들은 작품의 소재에서부터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에서부터 무엇보다 다양성이 눈에 띄었다. 댄서들의 에너지 배분과 내밀한 앙상블을 추구한 Edouard Hue 안무의 〈Meet Me Halfway〉와 Yoshko와 Kota가 안무한 〈Body Language〉는 2인무로서 만만치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들 작품들은 8월에 개최되는 한국의 NDA와 12월에 개최되는 싱가포르의 M1 ontact Contemporay Dance Festival에 각각 초청받았다.
 뚱뚱한 체격의 2명 여성 무용수가 출연한 FUTOME Performance 의 〈A Bubble That Won't Rise〉(안무 Kaoru Norimatsu)는 빈 맥주 캔을 이용한 기발한 착상의 전개로, 〈Mimosa〉에서 안무와 솔로 춤을 선보인 Kaho Kogure는 즉흥에 기반을 둔 유연한 움직임과 깊은 상상력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이들 두 작품은 6월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과 5월에 제주에서 개최되는 제주국제즉흥춤축제에 각각 초청받았다.

 

 



 FDFF는 매해 공연 뿐 아니라 워크숍과 스피치 프로그램을 함께 편성하고 있다. 3일 동안 열린 워크숍에는 스위스의 Edouard Hue와 인도네시아의 Mugiyono Kasido, 일본의 Barabbas Okuyama가 강사로 참여했다.
 2월 11일과 12일에 열린 2개의 스피치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 Mugi Dance Company의 설립자인 Mugiyono Kasido가 인도네시아의 컨템포러리댄스에 대한 소개를, FDFF의 자문위원인 Takao Norikoshi가 영상을 곁들여 지난 10년 동안의 FDFF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이벤트는 모든 참가 작품들의 공연이 끝난 후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듣는 것과 함께 델리게이트들에 의해 초청작품이 발표되는 순간이다. 축제의 예술감독인 Yoshiko Swain, 무용평론가 Takao Norikoshi, Odoru Akita 예술감독인 Santa Yamakawa, 홍콩 안무가 Daniel Yeung, SCF 해외예술위원인 최병주, NDA 예술감독 유호식, SPAF 사무국장 유인화 등이 코멘트와 함께 자신들의 축제에 초청할 안무가들을 발표했다.
 2012년부터 매해 FDFF를 지켜본 필자는 조금씩, 차근차근 성장해 가고 있는 이 축제가 일본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발전시키는 완충지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축제의 예술감독인 요시코 스웨인이 두 차례에 걸쳐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와 연계해 즉흥 전문 아티스트의 즉흥 워크숍을 후쿠오카에서 별도로 개최, 컨템포러리 댄스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던 것, 프랑스 안무가 수잔 버지의 워크숍을 마련한 것 등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일본보다 전체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의 컨템포러리댄스 작품을 매년 3개씩 편성하고 있는 것 역시 예술감독의 분명한 축제 지향점에 대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적지 않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매년 비슷한 규모로 치러지고 있는 한국의 화려한 몇몇 국제 춤 축제에 비해 FDFF는 작고 소박하지만,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공연 후 솔직한 전문가들의 관람평을 듣고 싶어 몰려오고, 또 이어진 뒷풀이 모임에서도 적극적으로 전문가들로부터 더 많은 소감을 듣기를 희망하는 진지함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후속적인 교류의 기회를 가지려는 일본 젊은 무용인들의 면면은 진정 춤이 좋아, 자신들의 춤 작업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들로 올해도 이런 열기는 어김없이 계속되었다.  
 FDFF의 자문을 맡고 있는 무용평론가 Takao Norikoshi는 실제로 매해 서울댄스콜렉션, 서울안무가페스티벌, NDA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노리코시는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이 동년배 무용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FDFF를 통해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은 컨템포러리 댄스의 다양성에 눈을 뜨고 또 동년배 무용인들의 작업에서 자극을 받는다. 또한 아시아 다른 나라의 작품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이 페스티벌이 걸어 온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를 강조했다.

 

 


..............................................................................................................................................................




인터뷰_ FDFF 예술감독 Yoshiko Swain

무용축제 통해 후쿠오카 성장 돕겠다
 

장광열 10주년을 축하한다. FFDF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으로 10년을 맞은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Yoshiko Swain 솔직히 10년을 이어가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감개무량하다. 그리고 모두에게 고맙다. 10년 전에 시로부터 프로젝트 지원을 받았다. 소극장 공간을 1주일 동안 그냥 쓰라고 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약간의 돈이 남았었는데---.어쩌면 이것이 축제의 시작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음 속에 담아둔 생각이 있었기에 작지 않은 일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생각으로 축제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해외 축제를 다니면서 좋은 무용 작품을 보았을 때 이 작품을 나 혼자만이 즐길게 아니라 친구들과 후쿠오카의 무용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컨템포러리댄스가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만 공연되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춤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적인 특성을 살린 작품들이 한 자리에서 공연되어지면 더욱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축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페스티벌의 목적은 소박하다. 그것은 일본의 컨템포러리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간 중에 열리는 서울댄스콜렉션과 서울안무가페스티벌의 수상작품 등 우수한 한국의 컨템포러리댄스 작품을 매해 포함시켜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6년째 계속해서 페스티벌을 지켜보았다. 참가작품의 질도 매년 성장하고 있고 네트워킹도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축제 스태프들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축제 재원확보는 어떻게 하고 있고 운영 스태프는 어떻게 조직하고 있는가?
2013년부터 다시 후쿠오카 시의 예산이 지원되기 시작했고 페스티벌의 홍보 등도 시 문화 관련 담당자들이 도와주기 시작했다. 운영 스태프들의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며, 기술 스태프진들 역시 축제의 취지에 동감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축제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일본 중앙정부에서 50%, 후쿠오카 시에서 50%의 지원금으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축제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처음 3년 동안은 시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지원이 끊어졌다. 돈이 없어 축제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돈이 없다고 하니까 그냥 와서 공연하겠다는 무용가들이 여럿 있었다. 그게 좋았다. 그 배려의 마음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매해 다시 힘을 내어 치루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축제에 참가했던 작품들이 FDFF를 통해 소개되는 비중도 점차 늘어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NDA, 서울댄스콜렉션, 서울안무가페스티벌과 싱가포르의 M1 Contact Contemporay Dance Festival, 일본의 요코하마댄스콜렉션과 Odoru Alkita 축제, 그리고 홍콩과 중국에서 열리는 작은 축제들과 연계되어 있다. 당신이 대표로 있는 IPAP을 통해서도 매해 한국의 여러 무용축제에 참가작들이 초청되고 있지 않은가?(웃음)

참가 작품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가?
매해 공모를 한다. 규모가 크고, 예술적인 완성도가 뛰어나게 높은 작품은 역사가 오래 되고 돈이 많은 페스티벌에서 하면 된다. FDFF는 안무가로서 자신의 색깔을 가진 작품, 지역적인 특성이 묻어난 작품, 안무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애착을 갖는 그런 작품을 선택한다.

앞으로 FDFF는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기본 미션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후쿠오카 지역을 춤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데 축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스튜디오 무용 워크샵을 활성화시키고 웹사이트를 통해 축제를 정기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월요일에는 ‘안 팔리는 무용’이란 타이틀로 누구나 참여해 춤출 수 있는 무용 공연을 정례화 하는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2017.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