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비상주예술단체 지원사업 류댄스컴퍼니 〈늦은 가을〉
지역 공연장과 학교와 연계한 타켓형 기획공연
장광열_<춤웹진>편집위원

 상주예술단체 육성 지원사업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공공 지원정책 중 하나다. 공모에 의한 1회성의 지원에 그치지 않고 공연장과 공연예술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지속적인 지원인데다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시행된다는 점에서 여타 정책과는 차별화 된다.
 작품제작 지원금과 무용수들의 출연료 외에도 연습실과 행정인력의 사례비도 지원대상에 포함되다 보니 경쟁 또한 치열하다. 비록 상주단체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일정 횟수, 우선 대관 등 공연장을 지원해주는 것이 비상주예술단체 지원사업이고 충청북도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류댄스컴퍼니(예술감독 류명옥)는 음성문화예술회관의 비상주단체로 이곳에서 정례적인 공연를 펼치고 있다.
 2015년 비상주예술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0월 21-22일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류댄스컴퍼니의 공연은 4개의 각기 다른 작품을 지역의 초중학교와 연계한 공연무대로 꾸몄다. 10월 21일 저녁 공연에는 <춘향을 사랑한 제임스 본드>(안무 윤보경)를 공연하면서 오창 각리초등학교의 공연을 함께 편성했고, 10월 22일 오후 3시 공연에서는 <각설이의 순정>(안무 김건탁), <늦은 가을>(안무 한은경 류명옥), <발칙한 호기심>(안무 강진주) 3개 작품 외에 음성여자중학교의 〈DNUS〉를 함께 공연했다.

 



 편성된 학생들의 작품은 10분 남짓한 것이었지만 춤 공연이 전무하다시피하고, 무용예술을 자주 접할 수 없는 지역적인 여건을 고려한 이같은 시도는 전문 무용단 체제로의 운영을 목표로 하는 지역 무용단의 입장에서는 관객 확보란 점 외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무용예술을 감상하도록 하기 위한 효율적인, 어떤 면에서 보면 고육지책의 시도일 수도 있다. 필자가 본 22일 공연의 경우 지역 관객들의 이 같은 정서를 고려해 서로 다른 색깔의 작품을 골고루 배치한 예술감독(류명옥)의 고민도 읽을 수 있었다.
 품바타령에 맞춘 김건탁의 솔로춤인 <각설이의 순정>은 경쾌한 음악에 남성 발레무용수의 다양한 동작들이 선보이도록 한 구성과 후반부에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서로 소통하는 시도,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순발력이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두 번째 순서로 선보인 여성 2인무 〈Late Autumn- 늦은 가을〉은 이날 공연 중 가장 관객들의 감성을 크게 자극했다. 중견 무용가 한은경과 류명옥이 안무하고 춤춘 이 작품은 중앙대학교 무용학과를 함께 다닌 오랜 친구가 나이를 먹으면서 갖게 되는 감정의 변화들을 친구들의 이야기로 담담하게, 그리고 소박하고 아름답게 풀어냈다.


명옥아/잘 지내고 있니/가끔씩 옛날 생각을 해/
대학교 입학해서 너를 처음 봤을 때/ 청바지에 긴 생머리 아주 야무진 아이였는데
그 시절 끝없는 데모로 세상은 우울했고/최루탄 가루가 난무하는 흑석동 하늘아래
그 끝없는 계단을 숨도 안차고 뛰어 올랐어/
오층 무용실 그 짜증나게 삐그덕 거리던 /낡은 마루바닥 소리가 그립다/
나는 네가 휴학을 할 줄 몰랐다/
지금도 자주 아프니/나도 오랜 불면증으로 고생을 한다/
여름 한낮 심부름을 하다 말고 마당 평상에 누워 /하늘의 별을 세다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깨어 보니 이 나이가 되었다
해는 저물고 집까지는 아직 멀었지만/명옥아 아무 걱정하지 말자/
늦은 가을일뿐이야
지금은 우리가 살아있는 가장 젊은 날이고/우리의 겨울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


 한은경이 등장해 테이블 위에 놓인 구형 타자기로 자판을 두드리면 두 사람의 마음을 담은 이 글이 전면에 투사된다. 한 줄 두 줄 읽어가다 보면 두 친구의 이름다운 우정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이내 감각적인 음악에 실린 무용가들의 중후한 움직임들이 무대를 수놓는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추는 춤은 그리움의 정서로,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만들어내는 춤은 아름다고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춤으로 다가온다. 그 사이 음악은 팝송에서부터 포크송까지 감미로운 선율에서 “여행을 떠나자” 흥겨운 리듬으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사각조명을 활용한 공간 활용과 움직임의 시각적인 효과도 보는 재미를 더했지만 이 작품은 무엇보다 따스한 우정이 담긴,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한은경 류명옥 두 무용수의 서정적인 춤이 압권이다.

 



 7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출연한 <발칙한 호기심>은 팔의 움직임을 많이 사용한 전반부 춤 구성과 무대 위에는 의자를, 천장에는 우산을 오브제로 활용해 시각적인 효과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변화시킨 구성을 곁들여 컨템포러리 댄스가 갖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공연 중간에 해설을 곁들여 공연 작품과 무용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한, 대중들에게 무용예술을 보다 가깝게 다가가도록 한 주최 측의 노력도 돋보였다. 류(流) 댄스컴퍼니는 지난해에도 지역의 가족 관객들을 염두에 두고 타겟형 작품인 <왕비가 된 심청>(안무 류지나, 연출 류명옥)을 초연한 바 있다. 이처럼 공연 기획단계에서부터 특정 계층을 겨냥해 작품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전문 무용단 체제로 운영되는 춤 단체가 많아지면서 단순히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연 작품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지, 전국의 공연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판매하겠다는 춤 단체들의 의도가 깔려있다.
 이와 함께 복지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문화융성을 내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소외지역 공연 등 문화나눔 부문의 지원예산이 증액하면서 이를 겨냥한 마케팅 차원에서 성행하고 있는 면도 없지 않다.
 류댄스컴퍼니의 지역의 공연장과 학교를 연계한 이 같은 기획공연은 지역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장르의 무용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공연단체들에게는 지역 내에서 단체의 인지도 상승은 물론이고 관객들과의 소통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로 보였다.

2015. 11.
사진제공_류댄스컴퍼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