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단 30주년 기념공연 춤패배김새 총감독 최은희
동시대 삶과 사회문제를 춤의 소재로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춤패배김새는 경성대학교 한국무용 전공 졸업생들을 주축으로 1985년 12월에 선생님께서 만드신 단체이지요.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12월 23일 영화의전당에서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30년이라면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인데요. 우선 30년을 맞은 감회를 듣고 싶습니다.
최은희 창작무용의 불모지였던 그 시절 부산에서는 첫 한국무용 동인 단체로 출발하여 지금은 명실상부 부산을 대표하는 무용 단체가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새로운 공연 형태를 모색하며, 대부분 신무용이 주류를 이루었던 부산 무용계에 한국 창작무용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부산 무용계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고 봅니다.

경성대학교 무용과는 부산대학교·동아대학교·신라대학교 무용과와 함께 대학을 중심으로 부산 무용계의 발전을 이끌어 왔었지요. 당시 부산의 무용계 여건은 어떠했는지요?
유일하게 무용단체로는 부산시립무용단 활동이 있었고, 전통춤과 신무용 공연이 주가 되었던 시점에서 각 대학교 무용과가 신설된 후 첫 졸업생들이 배출되던 시기였다고 봅니다. 당시 무대공연은 부산시민회관과 경성대 콘서트홀, 카톨릭센터에서 주로 이루어졌는데, 이윤택 연출가의 가마골 소극장이 생기면서 배김새 창단공연을 그 곳에서 올렸습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소극장에서의 무용 공연 활성화에 선구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춤패배김새가 30년 후 가진 기념공연은, 800석 규모의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무대였습니다. <발등 우에 하늘을 두고, 배기다>는 작품 제목도 그렇고 30주년 기념공연이었던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배김새의 그동안의 작품들은 동시대 삶의 역사적,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살풀이와 그것을 통한 생명력의 회복을 지향점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30주년 공연 작품도 그동안 추구해왔던 춤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배김새 단원 한수정과 하연화 대표가 공동으로 안무를 맡았습니다. '풀쩍 뛰어올라' '발등 우에 얹고' '배기다' '그리고 물결 같은 춤길' 4장으로 나눠 구성되었습니다. 서해 깊은 물속에 잠겨있는 슬픈 사건들- 천안함, 연평도와 백령도의 포격, 세월호... 젊은 영혼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의미 없는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물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창단공연 작품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지요. 이후로도 원폭, 정신대, 매춘, 환경, 낙태 등 사회적인 소재의 작품을 다수 창작하는 등 예술의 사회참여를 춤으로 보여주는 활동도 춤패배김새를 주목하게 한 요인이었습니다. 춤패배김새가 지난 30년 동안 거둔 성과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영남지역 향토 춤의 대표적인 춤사위를 의미하는 ‘배김새’는 지역 춤 뿌리 찾기 활동과 한국 전통춤의 지역적 특색을 입혀 꾸준하게 이 시대 문제들을 춤으로 부각시켜 왔습니다. 뚜렷한 주제의식의 정기공연과 크고 작은 페스티발 참여는 물론, 정신대 해원상생굿 등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어려움을 풀어내고자 이 시대의 대동 굿판에도 동참하여 왔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춤배배김새 활동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창단 공연을 마치고, 서울 창무춤터에서 공연하기 위해 2미터도 넘는 무대소품을 들고 헤매던 일, 해운대에서 정신대 해원상생굿 <아리랑 진혼무>를 올릴 때 하늘도 울고 땅도 울어버린 그날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공연했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1998년부터는 일본 쓰시마 아리랑 축제에 참가하여 지금까지 한일 민간문화 교류에도 앞장 서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작품들을 공연했었습니다. 그중에서 애착이 가는 작품도 있었을 텐데요.
정신대라는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한 <아리랑 진혼무>, <백의>와 영남지방의 춤사위를 토대로 공동안무 한 허튼춤인 <배김허튼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춤패배김새를 통해 적지 않은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하셨습니다. 그들 중 몇 명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춤패배김새 예술감독 정미숙, 현 대표를 맡고 있는 하연화, 그리고 한수정, 천안시립무용단 안무자인 김종덕, 부산춤공간shin의 대표인 신은주, 울산시립무용단 단무장 전현철과 훈련장 박정은, 국립무용단 박영애 등이 있습니다.

30년을 맞은 춤패배김새의 앞으로의 활동방향이 궁금해집니다. 단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께 해주시지요.
지금까지의 작업을 일괄되게 지속하면서 현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끊임없이 고민하여 오늘의 춤으로서 다각적인 활동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단원 각자는 개개인의 개성이 묻어나올 수 있는 실험적인 공연과 타 장르와의 융복합 작업도 새롭게 모색을 하였으면 합니다.

지난달에 최 선생님께서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무용가 헤수스 히달고와 함께 부산에서 협업공연도 가졌었지요? 선생님의 앞으로의 활동계획도 듣고 싶습니다.
히달고와 협업한 <눈보라-Blizzard>는 프랑스에서 초청받아 내년 11월에 3-4개의 극장에서 올려지고, 전통춤 워크샵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시적으로 올리기보다는 다른 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올릴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품위주의 해외진출만 이루어지는 가운데, <눈보라-Blizzard>와 같이 한 시간의 길이의 작품도 해외 무대로 진출함으로써 부산의 무용가들이 국제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꾸준하게 전통춤 공연과 더불어 그 동안의 작품을 레퍼토리화 하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여건이 되는대로 창작, 국제협업 작업에도 계속 몰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춤패배김새를 통해 부산 무용계 발전을 위해 공헌한 선생님의 노력은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견 무용지도자로 한국 무용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순수예술을 지향하다보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특히 기초예술인인 무용가들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상업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면 기초예술이 무너지고, 기초예술이 무너지면 모든 예술이 무너지게 됩니다. 극장의 상주단체로 정착할 수 있는 지원과 다각적인 생활에 뒷받침을 할 수 있는 환경의 체제가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복지문제에 무용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입니다.

2016.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