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고블린파티 〈인간의 왕국〉 작업 후기
성공적인 공연이란 어떤 것인가요?
지경민_고블린파티 단원

 

 

 우리 Goblin Party는 작년 여름, 5명의 무용수와 함께한 15분 버전의 <인간의 왕국>과 작년 겨울, 20분 가량의 듀엣 작품 <불시착>을 통해 외계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2014년, 저는 다소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위의 두 작품을 합쳐 1시간 분량의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껏 1시간 분량의 작품을 만들어 본적도 없었으며 그 때 당시 20분-30분 분량의 작품을 만들어 무언가를 전달하기에는 나에게 다소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던지라, 고블린파티에게 1시간 버전의 작품은 하나의 중요한 과제라 여기게 되었건 것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시작된 '20분가량의 두 작품을 1시간 버전의 작품으로 만들기'는 '두 작품을 떨어진 두 개의 열차를 붙여 버리듯 붙이면 되겠지' 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작품의 재정비가 필요하였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두 지점은 자연스러운 재조합과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하는 것.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었고, 팀원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였습니다. 여러 객관적인 눈들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에는 '안무자 지경민'이라는 타이틀 대신 '방향제안자 지경민'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습니다. 현재까지도 무용수 활동을 겸하고 있는 저로서는 1시간 분량의 작품을 만드는 내공이 안무자의 자격으로서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무엇보다 '안무자'라는 타이틀 자체가 다소 거창하다는 느낌을 늘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5명의 공동 창작자들과 함께한 작업은 말 그대로 공동창작 작업이 되었습니다. 각 장면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나 연습들이 차곡차곡 진행되었고, 움직이는 시간만큼이나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작업 중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무용수는 결코 안무자를 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안무자는 무용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안무자는 무용수에게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융화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무용수 스스로가 이러한 작업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가장 큰 순간은 안무자의 신선한 재료가 무용수 스스로를 즐겁게 할 때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보아, 아직 나는 한 시간 분량의 작품을 이끄는 안무자로서의 재목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입니다. <인간의 왕국>, 다섯 명의 창작자들은 작품에 대한 동기, 신선한 재료들을 각자가 생각해냈고 그것을 의논하고 움직였습니다.

 



 성공적인 공연이란 무엇인가? 기립박수가 나와야지만 좋은 공연이고, 소위 '대박'이라 말 할 수 있을까요? 무릇 고블린파티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공연이란 누구 하나 부상 없이 잘 마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던, 멤버들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웃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지만 어렵게 작업을 이어가는 우리와 같은 독립단체들이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공동창작 작업을 통하여 하나의 작품 안에 두 작품을 녹이기 위해 원래 가지고 있던 장면에서 파생되어 쌓아지는 것을 발견해왔고, 새로이 투입된 한 명의 멤버로 작품을 더 풍부하게 하는 등, 개개인의 역할이 큰 작업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보아 이번 첫 고블린파티의 개인공연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아쉬움들은 늘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작업은 작업 기간 중에 잘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이튿날 공연이 되어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아쉬움들은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는 큰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저는 현재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다작(단 기간에 여러 작품을 만드는)을 하지말자' 라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블린파티의 첫 개인공연 <인간의 왕국>이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아쉬움을 가지고 조금 더 본 작품에 파고들고 싶은 이유에서입니다.
 다행히 저희 나름대로 밀도를 갖고 만든 20분가량의 두 작품 <인간의 왕국>과 <불시착>이 무대에 계속해서 오르는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파트별로 보다 더 깊이 있는 모색을 하기위하여 멈추지 않고 작업에 임해보려 합니다. 솔직하면 오래간다고 하지 않던가요? 최소한 저는 흐름에 쫓겨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바보처럼 보일지언정 거짓말 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솔직해지려 합니다.

 


2014. 10.
사진제공_고블린파티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