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일본 아키타 현지취재_ ODORU AKITA 2017
춤추는 아키타, 경연과 플랫폼으로 국제교류 실현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보여 진 아름다운 설경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 아키타(秋田).
 이곳은 일본의 현대무용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이시이 바쿠(Baku Ishii)와 히지카타 타츠미(Tatsumi Hijikata)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해 태동한 “ODORU AKITA(춤추는 아키타)” 국제 무용축제의 공식 타이틀은 ‘Odoru. Akita Intenational Dance Festival 2016 Baku Ishii & Tatsumi Hijikata memorial’이다.
 이 새로운 축제는 예술가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고, 아키타가 제대로 된 전문 무용단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무용의 불모지란 점, 그리고 이시이 바쿠의 내한공연을 대한민국 신무용의 기점으로 잡고 있다는 점 때문에 국내 춤계에서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다.
 태평양 전쟁 전에 이시이 바쿠는 독일에서 당시 유행하던 현대무용을 배워 일본에 소개했고, 히지카타 타츠미는 일본의 현대춤인 부토의 창시자이다. 이 두 아티스트의 이름을 내걸고 출범한 이 축제는 유명 무용가가 태어난 고장을 매개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올해 축제 프로그램은 7월 20일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메인 프로그램은 10월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열린 올해부터 새로 신설한 젊은 안무가들의 경연무대였다. 10월 25일 축제의 오프닝 성격을 띤 스페셜 나이트 프로그램과 개막 파티가 열린 아라마사 슈조 구 칸논코 니시모미구라는, 소주 공장을 이번 축제를 위해 임시로 극장으로 개조해 만든 곳이었다. 

 


 개막공연은 일본 FUTOME PERFORMANCE의 〈Virzin〉(안무 Kaoru Norimatsu), 한국 이종현과 김종우의 듀엣 〈Wake up sleep〉(안무 이종현)와 GAMBLERZ의 〈Dream of invisibles〉이 장식했다.
 젊은 안무가들의 경연으로 치러진 히지카타 타츠미 기념상 파이널리스트 공연은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아키타현 아동회관 안에 있는 게야키 시어터에서 치러졌다. 파이널리스트에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출품된 작품을 토대로 1차 비디오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과 예술감독인 야마카와 산타(山川三太)가 직접 공연을 보고 초청한 작품들로 이루어졌으며 한국 일본 타이완 캐나다 코스타리카 등 5개국에서 모두 16개 작품이 최종 경연에 참가했다. 

 


 경연을 모두 마치고 시상식 전에 열린 지역 댄스의 진흥을 위해 마련된 ‘아키타 댄스컬렉션’에는 아키타 시에서 활동하는 6개 단체의 공연이 이어졌다.
 경연단체 입상자들에게 수여된 상은 부토의 창시자인 히지카타 타츠미의 이름을 따 ‘Tatsumi Hijikata Memorial Award’로 명명되었고 심사위원은 부토 댄서인 Akaji Maro, 무용평론가인 Tatsuro Ishii, 부토 댄서인 Natsu Nakajima, 예술감독인 Santa Yamakawa가 맡았다.
 이 축제는 오프닝 공연을 포함 경연 출품작까지 모두 19개 작품이 소개되면서 마치 젊은 안무가들의 댄스 플랫폼 같은 성격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이 축제에 초청된 12명 게스트들 대부분이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고 시상식 장에서 이들 예술감독들은 자신의 축제에 초청할 공연 작품과 안무가들을 발표하는 순서가 함께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심사결과 제1회 ‘Tatsumi Hijikata Memorial Award' 본상 수상의 영예는 26일 밤에 〈Matou〉를 안무 공연한 Ruri Mitoh에게 돌아갔다. 심사소감에서 Tatsuro Ishii는 “대상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수상자에게 상을 준다기 보다는 벌을 준다는 생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자고 해 합의가 되었다”며 수상자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밝혔다.
 28일밤 공연한 김설진은 〈Trace〉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각 페스티벌 감독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작품은 디렉터(Diretor)상으로 명명되었다. 

 



 올해 축제에서는 경연과 플랫폼, 그리고 지역 활성화를 결합한 전략적인 축제 운영이 지난해 태동 때보다 더욱 강화된 점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한국 참가팀들이 유독 많았던 경향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첫 축제를 참관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해외에서도 예술가의 이름을 딴 예술축제들이 여럿 있지만, 무용가 두 사람의 이름을 동시에 내세운 아키타의 경우 지역적으로 무용예술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향후 축제 운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밀려왔지만 두 번째 축제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운영 면에서 훨씬 더 발전했다.
 무용강좌 등을 편성 시민들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지역 상공인들을 축제의 집행위원장과 운영위원에 선임한 시도, 지역의 아마추어 무용단들과 지역 주민들의 참여 프로그램을 함께 편성토록 하는 등 민과 관이 협력하는 시도를 보여준 것과 함께 한국 일본 타이완에서 열리는 주요 무용축제를 방문 발품을 팔면서 작품을 고르는 야마카와 예술감독의 열성적인 노력이 보다 나아진 축제를 위한 원동력으로 비쳐졌다. 

 


 지난해에도 이 축제를 지켜 본 무용평론가 노리코시 타카오는 “춤추는 아키타 축제는 단순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키타 사람들과 역사에 뿌리를 내린 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경연 프로그램을 시행한 첫해 임에도 여러 페스티벌에 중복 초청된 작품들이 여럿 나온 것은 작품의 질을 어느 정도 담보한다는 점에서 향후 이 축제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이시이 바쿠와 히지카타 타츠미 등 지역 예술가들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축제로서 ‘춤추는 아키타’는 예술가들의 춤 문화유산을 아카이빙 한다는 면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고 앞으로의 프로그래밍도 그런 점에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7. 11.
사진제공_TAKAYA ENDO/ODORU AKITA 201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