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내한공연 갖는 해외 무용수 5인 연속 인터뷰
국제 무대에서 한국 알리는 전천후 외교관

외국의 직업무용단에서 프로페셔널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5명의 무용수들이 내한, 고국 무대(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자신의 춤을 선보인다. 해외로 진출한지 많게는 14년, 적게는 3년 된 이들은 존 노이마이어, 리암 스칼렛, 제롬 로빈스 등 당대 유명 안무가들의 명작들을 춤춘다. 그 주인공들을 연속으로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 덴마크 왕립발레단 홍지민

14년 만의 고국 무대, 벌써부터 설레인다


 



현재 소속 컴퍼니에 입단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예원학교 재학 중 캐나다국립발레학교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객원 선생님으로 매년 오시는 제 멘토 Sorella Englund를 만났습니다. Sorella선생님은 Drama and expression 이라는 수업을 통해 덴마크 왕립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인 〈라 실피드〉 등 부르농빌 발레와 〈오네긴〉과 〈지젤〉 같은 드라마 발레들을 지도해 주셨습니다.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춤을 생각하는 마음이 비슷한 선생님과 저는 금방 서로를 알아보았고, 그분 곁에 더 가까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발레단 오디션들을 계획하고 보고 있는 중, 학교를 다닐 때 저를 좋게 봐주셨던 캐나다 국립발레단 Karen Kain 예술감독님께서 저를 캐나다국립발레단으로 불러주셨습니다. 그곳에서 4년간 프로생활을 하던 중 덴마크에 계신 제 선생님 Sorella가 발레단에서 여자 무용수를 찾고 있다고, 오디션을 보러 오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새로운 도전으로 생각하고 바로 캐나다에서 덴마크로 가서 개인 오디션을 봤습니다, 그리고 합격 후 지금 제가 춤추고 있는 덴마크 왕립 발레단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입단한지 얼마나 되었으며 그동안 출연했던 주요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얼마 전 중국 공연을 끝으로 발레단과 두 번째 시즌을 마쳤습니다. 덴마크 왕립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인 August Bournonville 안무가의 〈La Sylphide〉, 〈A Folktale〉, 그리고 〈Napoli〉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작품 〈Harald Lander의 Etudes〉에도 출연했습니다. John Neuimeire의 〈Lady of Camellias〉와 〈Romeo and Juliet〉, Alexander Ekman의 〈Cacti〉, Kim Brandstrup의 〈Rystet Spejl (Shaken Mirrors)〉 등에 세계초연 무용수로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Nikolaj Hubbe 단장님의 새로운 〈백조의 호수〉에서 파드트루아를 췄습니다.
캐나다국립발레단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William Forsythe의 〈Second Detail〉, Jerome Robbins의 〈pus 19/the Dreamer〉, Jiri Kylian의 〈Indigo Rose〉와 〈Wings of Wax〉, John Neumeier의 〈Nijinsky〉와 〈The Seagull〉, George Balanchine의 〈Theme and Variations〉 〈Serenade〉, 그리고 〈Who Cares〉 등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할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컴퍼니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과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요?
매일아침 극장으로 걸어갈 때, 연습실에 있는 August Bournonville의 동상과 Erik Bruhn의 사진들, 극장 안 곳곳에 걸려 있는 오래된 포스터들 등등, 이 역사와 전통 깊은 덴마크 왕립발레단에서 춤추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라 실피드〉가 만들어졌던 그 무대에서, 세계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많은 무용수들이 춤추었던 그 무대에서 제가 같은 발레를 추고 있는 것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발레단에 입단해서 첫 무대 리허설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역사 깊은 오래된 극장에는 그 극장만의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 무대에 서서 관객석을 봤을 때의 그 감동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희 왕립극단은 세 개의 극장이 있습니다. 발레, 오페라, 연극단이 세 곳을 나눠서 쓰고 있지만, 어떨 때는 발레단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세 가지 다른 프로그램을 세 극장에서 동시에 공연을 할 때도 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공연하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좋은 점입니다. 또한, 코펜하겐에 위치한 저희 발레단은 다양한 안무가와 객원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단장님께서 발레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초빙해 주십니다. 그리고 Corpus라는 발레단 안의 발레단을 통해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접하고 워크샵도 참여할 수 있는데, 계속해서 자기의 한계에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부상입니다. 덴마크에 와서 첫 시즌에는 좋은 기회도 많이 받고, 모든 공연에 출연했습니다, 그러던 중 부상이 와서 작년 시즌말부터 쉬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시즌에 겨우 다시 무대에 복귀했는데, 운동 중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뇌진탕 증상으로 다시 3개월가량을 쉬어야했습니다. 그때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생활이 안정되고 제 2의 고향이 된 캐나다 토론토를 떠나 춤을 추려고 덴마크 코펜하겐에 왔는데, 먼 길을 떠난 그 결정적인 이유인 춤을 못 추고 발레단에 못 나간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이번 3월에 다시 무대에 돌아와서 지금은 발레단과 중국 북경 그리고 상하이 투어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덴마크왕립발레단의 단원들은 거의 덴마크 왕립발레학교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발레단 레퍼토리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특히 부르농빌 발레를 할 때면 리허설이 굉장히 빨리 진행됩니다. 모두 음악만 들으면 저절로 안무가 나오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들어온 무용수들은 빨리 동작과 스타일을 익히도록 더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에 공연할 작품과 파트너 무용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공연할 작품은 〈백조의 호수〉 중 백조 파드되, 그리고 〈Viscera〉 파드되입니다.
Eric Bruhn은 캐나다 국립발레단과 덴마크 왕립발레단 두 곳 모두에서 중요한 분이셨습니다. 캐나다에서 춤추었고 지금 덴마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는, Erik Bruhn 버전에 가까운 〈백조의 호수〉를 가지고 갑니다. 〈Viscera〉라는 작품은 영국 로얄발레단의 안무가 Liam Scarlett의 작품입니다. 작년에 저희 발레단에서 공연했던 작품인데, 그때 제가 부상을 당해서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안무가의 작품을 한국 관객분들께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제 파트너 Ulrik Birkkjaer는 저희 덴마크 왕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입니다. 음악성, 예술성, 테크닉 모두를 다 갖고 있는 훌륭한 무용수입니다.

이번에 고국 무대에서 공연을 갖게 된 소감과 이번 공연을 통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예원학교 예무제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갖게 되니 14년만입니다. 캐나다에 유학 간 후 몸이 안 좋아져서 졸업을 전후로 해서 4년 가까운 시간을 쉬어야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다시 춤을 못 출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춤을 출 때 저는 가장 제 자신일 수 있고 또 가장 저답게 숨을 쉴 수 있는데, 제 인생에 춤이 없었던 4년이라는 시기, 그리고 발레단 오디션을 봐야 하는 중요한 때의 오래된 공백은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끊임없이 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이렇게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 기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이번 내한 공연을 결정한 이유는, 제가 발레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저를 사랑해 주시고 도와주시며 믿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발레단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자 한국인인 저는,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인 한국무용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자리에서 함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향후 컴퍼니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2016/17 시즌은 〈백조의 호수〉와 〈지젤〉로 시작하고, Christopher Wheeldon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Wayne McGregor, Jiri Kylian, Akram Khan의 새로운 발레들, George Balanchine의 〈Jewel〉 등 좋은 작품들이 많아, 기대되는 시즌입니다.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건강악화와 부상으로 춤을 전혀 못 출 수도 있었기에, 이렇게 캐나다국립발레단과 덴마크왕립발레단이라는 좋은 발레단 두 곳에서 커리어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꿈같은 일이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의 목표는 제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용수이자 예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15세 때 캐나다국립발레단의 〈오네긴〉을 보고 사랑에 빠져 정말 매일 공연을 보러 갔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저에게는 〈오네긴〉의 타티아나를 추는 것이 꿈이 되었습니다. 춤에는 그 사람의 평소 생각과 말과 행동들이 담긴다고, 또 무대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성숙한 인간으로서, 좋은 작품을 마주해서 마음이 담긴 춤을 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볼 때 감동받고 마음이 정화되는 것처럼, 제 춤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 홍지민 주요 이력
예원학교, 캐나다국립발레학교 졸업
2010 - 2014 캐나다 국립발레단
2014 - 현재 덴마크 왕립발레단 

2016.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