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댄스 프로젝트 ‘Hello Stranger’
객원 안무를 통한 레퍼토리 확보 작업
방희망_<춤웹진> 편집위원

 올해로 창단 7주년을 맞은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댄스는 외부 안무가를 초청하여 8주간의 워크샵을 갖고 그 결과물을 쇼케이스로 선보이는 프로젝트 ‘Hello Stranger’를 진행하였다. 홍대포스트극장에서 선보인 공연(2월 26-27일)의 첫날에 다녀왔다.
 이번 작업에 초청된 안무가는 유회웅리버티홀의 유회웅, Soo d Art Company의 정수동, Ninety9 Art Company의 장혜림 등 세 사람으로 각각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이라는 다른 전공을 가지고 다크서클즈의 단원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첫 작품인 유회웅의 〈Born Again〉은 바흐의 네 곡을 붙여 탄생부터 성장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언젠가 맞이할 죽음까지 숨차게 달려가는 인생의 풍경들을 적절한 유머를 섞어 스케치해낸 작품이었다. 남성 무용수 1명과 여성 무용수 2명이 밀착하여 한 덩어리를 이룬 채로 어머니의 태(胎) 안에서 생명의 움직임을 시작하는 첫 시퀀스는 진중한 흐름으로 중심을 잡았다. 이후 펼쳐진 남녀, 여성 듀오에서는 일상 속 행동들을 도입한 아기자기한 동작들이 재미를 주었고 마지막에는 작은 포스트극장 무대공간을 조명을 활용해 꽉 채운(반듯하지 않고 다면으로 돌출된 극장 벽면의 특성까지 더 해져) 효과를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수동의 작품 제목 〈Pourchas〉는 인도 신화 속 거인 Purusa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하늘 땅 사람이 모두 그 거인으로부터 연유했다고 하는데 정수동은 이 거인이 여성이라고 해석하였다(필자가 찾은 몇 가지 자료에는 여성이라고 단언한 것이 없고 오히려 남성이라는 의견이 우세해서 근거가 궁금하다). 여하튼 세상만물을 낳은 거인이 여성이라는 데서 착안하여 현대에서 다시금 추구되는 강인한 여성상과 연결시켜 만든 작품이었다.
 첫 장면부터 남성무용수가 여성의 몸에 매달린 채 등장하였고, 그림자를 이용하여 여성의 몸은 극단적으로 확대하고 남성은 극단적으로 축소시켰으며, 근육을 뽐내는 팔 동작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틀었다. 공연이 끝난 후 안무가의 발언으로, 이 작품이 남녀무용수들의 성격과 일상에 대한 꾸준한 관찰을 통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장혜림의 〈Abyss; 깊은 못〉은 누구나 가슴 깊숙이 묻어둔 ‘한’을 포착하되 감정을 과잉시키지 않고 차분하게 관조한 작품이었다. 촛불을 담아 나온 정주 여섯 개를 울려 내는 맑은 소리로 공간을 정화시키고, 접어 만든 종이배를 손가락에 끼워 무용수들의 동작과 함께하도록 만듦으로써 마음 또는 영혼의 미묘한 변화를 시각화하는 등 한국무용 전공자답게 무속에서 찾아낸 오브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돋보였다. 상처 입은 고래가 내는 것 같은 묵지근한 음악이 ‘희망어’로 대표되는 Sigur Ros의 노래로 연결되면서 응어리가 풀리는 과정을 이끌어낸 것도 상당히 감각적인 연출이었다.

 

 



 공연 직후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댄스의 조현상 대표는 창단 7년차를 맞이하면서 단체의 색깔이 관성에 갇힐까 우려하면서 또 한창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안무가들과 연대하며 긍정적인 협업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번 ‘Hello Stranger’ 프로젝트의 쇼케이스가 마침, 다크서클즈의 창단 공연을 올렸던 포스트극장에서 이루어졌다는 감회를 밝혔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바흐 음악에 카운트를 맞추느라 어려웠다는 유회웅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려고 일부러 카운트를 빼느라 어려웠다는 장혜림 안무가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가 웃음을 낳았고, 사전 정보 없이 공연을 보러 왔지만 안무가의 의도 이상의 것을 읽고 경험한 것이 좋았다는 관객 소감도 있었다.
 프로그램 북을 모바일에서 볼 수 있도록 웹페이지(http://hellostranger.modoo.at/)로 제작해 QR코드로 배포한 아이디어도 눈에 띄었다. 

2016. 03.
사진제공_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댄스/옥상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