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일본 현지취재_ 요코하마댄스콜렉션 & 후쿠오카프린지댄스페스티벌
확산되는 아시아의 춤 네트워킹
장광열_춤비평가
매년 2월 일본을 방문하는 여정이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YDC(Yokohama Dance Collection)과 TPAM(Tokyo Performing Arts Meeting), 그리고 FFDF(Fukuoka Fringe Dance Festival)을 참관하기 위해서이다.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YDC와 TPAM은 매해 2월 10일을 전후해 서로 연계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두 행사가 열흘 정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데 비해 일본 큐슈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FFDF는 2월 10일을 전후해 3일 동안에 걸쳐 개최된다.




입상 안무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 요코하마댄스콜렉션


엉덩이를 반쯤 노출시킨 10여 명의 무용수들. 어찌나 세차가 때렸던지 객석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붉어진 엉덩이 반점들, 사각형의 차가운 얼음조각이 녹아 무대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끝까지 손에서 놓치지 않고 잡고 버티는 것까지…. 댄서들이 보여준 고도의 집중력만으로도 관객들은 30분 동안을 꼼짝없이 작품 속에 몰입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코하마댄스콜렉션의 첫 번째 프로그램 Asian Selection(2월3-4일 Nigiwaiza 소극장, 평자 4일 관람)에서 선보인 Shimojima Reisa 안무의 〈SKY〉는 전체적으로 거칠고 강렬했다. 

 


 안무가는 댄서들의 인체의 한계를 실험하는 듯 저돌적인 행위와 오브제를 이용한 몸의 확장, 강렬한 음악과 人聲(인성)의 배열, 그리고 거침없이 담아내는 독백을 통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통해 만만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안무가는 이 작품을 1972년 ‘자아비판’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동지를 린치 살해한 아사마 산장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이 불행한 사태를 로맨틱한 무용예술로 만드는 작업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안무가로서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혁명적인 내용의 음악과 대사에 함축된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 몸의 해체와 변주가 주는 강렬한 여운은 무용이 인체를 매개로 하는 예술임을, 예술가의 역사 인식과 사회참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각인하고 환기시켰다. 오프닝 공연과 신진 안무가들의 공연, 메인 프로그램의 첫날 경연 무대까지 YDC 2018에서 평자가 본 22개의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작품은 바로 〈SKY〉였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YDC는 'SESSION/TRACE/HOME'을 주제로 2월 2일부터 2월 18일까지 요코하마의 Red Brick Warehouse를 중심으로 개최되었다.  
 컨템포러리 댄스의 보급과 신인 안무가의 발굴 지원, 차세대 안무가 육성 지원, 댄스 분야의 네트워크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1996년 바뇰레 국제안무콩쿠르(현, 센-생드니 국제안무대회)의 일본 플랫폼으로 출발한 YDC는 한국의 안무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무용가들이 YDC에서의 입상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프랑스 국립무용단을 중심으로 한 연수 기회를 제공받았으며, 이를 통해 주목받는 안무가로 성장했다.  
 YDC는 젊은 안무가의 등용문이자 일본 국내 유일의 경연 기능을 갖는 페스티벌이란 기본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계속 변화를 시도해 왔다. 2000년에 주일 프랑스대사관의 협력으로 '솔로 X 듀오 컴피티션'을 신설해 일본 플랫폼과 동시에 개최했고, 2005년에는 아시아의 안무가를 알리기 위한 댄스 마켓 구축을 위해 'Yokohama Dance Collection R'로, 2011년에는 과거 15회의 개최 경험을 토대로 참가 안무가들을 널리 소개하기 위해 'Yokohama Dance Collection EX'로 재출발했다.

 


 경연 부문은 안무 경력이 있는 젊은 안무가들이 참여하는 '컴피티션 I'과, 안무 경험이 많지 않은 세대들에게 작품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컴피티션 II 신인안무가 부문'으로 나누어져 치러진다. 컴피티션 I은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의 김서윤, 최민선과 강진안, 그리고 이경구를 포함 모두 10명의 안무가들이 9개국에서 온 109개 작품과 경쟁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25세 미만의 31명 일본 무용가들이 신청한 '컴피티션 II‘ 에는 12명의 신진 안무가들이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경연에 입상했던 안무가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Asian Selection에는 서울댄스콜렉션 2016년 입상작인 김지은 안무의 〈MAT(MAN) NAN〉도 소개되었다. 축제의 마지막은 무용가 Terada Misako와 한국의 정영두, 그리고 다른 두 명의 안무가들이 공동 제작한 〈Trilogy〉(2월 15-18일)가 장식했다. 모두 4개의 무용단이 출연한 야외공연과 부토 전시회, 그리고 일본의 무용가들은 어떻게 하면 창작 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가? 등을 주제로 짧은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공연 섹션이 다양해졌고, 무엇보다 그동안 YDC 경연 에 입상한 안무가들을 방치하지 않고, 그들에게 일본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작품을 공연할 기회를 주거나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장을 마련해주고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YDC는 공익재단법인 요코하마시와 프랑스대사관이 공동 주최를 하고 있다. 예술문화진흥기금이 후원을 하며 소요 경비는 자체 수입을 통해 60% 정도, 공공 지원금과 협찬금으로 40%를 충당한다. 티켓 판매 외에 겨울에 창고 근처에 개장하는 스케이트장의 입장 수입을 운영 재원으로 사용한다. 

 


 YDC의 3명 프로듀서 중 한명인 Katsuhiro Nakatomi는 “공연 프로그램 못지않게 인적 네트워크, 극장과 페스티벌 간의 네트워크 확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마켓 기능 구축을 위해 국내외의 극장 및 페스티벌 디렉터를 다수 초청, 경연 프로그램의 안무가가 각국의 페스티벌 등에 참가해 공연하도록 하는 기회를 넓히려 하고 있다"고 최근의 YDC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대로 올해에도 스페인 마스단자, 싱가폴 M1 콘텍트 컨템포러리댄스페스티벌, 한국 SIDance와 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 중국 베이징댄스페스티벌 등 축제 관계자를 비롯해 헝가리, 호주, 필리핀, 프랑스 등지의 델리게이트들이 초청되었다. 올해 YDC 경연I의 입상자들은 다음과 같다.

•Jury Prize: Choi Min Sun & Kang Jin An 〈Complement〉
•The French Embassy Prize for Young Choreographer: Tamura Koichiro 〈F/BRIDGE〉
•MASDANZA Prize: Kim Seo Youn 〈Selfish Answer〉
•M1 CONTACT Festival Prize: Shinohe Kenji 〈K(-A-)O〉
•FITS Prize: Tamura Koichiro 〈F/BRIDGE〉
•Encourage Prize: Lee Kyung Gu 〈A broom stuck in a corner〉
•Best Dancer Prize: Kim Seo Youn 〈Selfish Answer〉, Kitao Wataru 〈2020〉


 

 



아시아 춤 네트워킹 확대, 후쿠오카프린지댄스페스티벌

무대가 밝아지면 중앙에 푸른 잎이 무성한, 과일 열매가 주렁주런 달려 있는 커다란 화분이 눈에 들어온다. 두 명의 남성 댄서들은 하체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두 팔만을 움직이지만 그 질이 만만치 않다. 그만큼 탄력성이 돋보였다.
 그들이 상체를 숙여 상의를 걷어 올릴 때, 짧은 런닝의 소매를 걷어 올릴 때, 바지를 발목 근처까지 내릴 때 몸 구석구석에 숨겨진 그림들(하트, 달과 별 모양 등)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그것들이 움직이는 몸과 조합되어 어떤 형상들을 만들어 낼 때 객석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그 기발한 발상에 탄복했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 굶주림에 지친 짐승이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 어적어적 소리 내며 허겁지겁 먹을 때, 그 열매의 즙들이 입 주변에 묻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리얼한 장면에서 댄서들의 행위는 시각적으로 더 짠하게 관객들과 소통한다. 여기에 무 음악에 거의 팔 위주로 움직이는 전반부, 구르는 동작이 가미되면서 하체를 중심으로 변환되는 후반부의 움직임 구성과 서정적인 색채로 맞물리게 한 음악의 변화 등 안무가의 계산된 구도는 이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끌어낸 일등 공신이다.
 김호연과 임정하의 2인무 〈최초의 풍요사회〉는 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 움직임 변환을 통한 새로운 몸의 조합과 상상력의 발현이 돋보인 수작으로 이번 FFDF에 소개된 20개 작품 중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FDFF의 자문을 맡고 있는 무용평론가 Takao Norikoshi가 지난해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이 동년배 무용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FDFF를 통해 일본의 젊은 무용인들은 컨템포러리 댄스의 다양성에 눈을 뜨고 또 동년배 무용인들의 작업에서 자극을 받는다. 또한 아시아 다른 나라의 작품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했던 말은 바로 한국 안무가의 〈최초의 풍요사회〉를 통해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FDFF 2018은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후쿠오카의 Pomplaza홀과 Reizensou 뮤지엄 등에서 열렸다. 한국의 3개 팀과 홍콩, 스페인, 태국의 안무가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무두 일본팀들이었다. FDFF의 지난 10년 동안의 네트워킹의 성과를 보여주듯 홍콩 Dance Exchange, 싱가폴 M1 Contact Contemporay Dance Festival, 한국 New Dance for Asia(NDA)와 Seoul Choreographer Dance Festival(SCF), Seoul Dance Collection(SDC) 등에 참가했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20개의 작품 중 적지 않은 작품들이 평균점을 웃도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한국 안무가들의 작품은 앞서 언급한 서울댄스콜렉션 입상작인 DAB댄스프로젝트의 〈First abundance society〉, 서울안무가페스티벌 참가작인 정록이 안무의 〈Time Killer〉, NDA 참가작인 Librejoven 양호식 안무의 〈Tipsy〉 3개가 소개되었다. 안무가 최명현과 일본 FUTOME Performance 두 명의 댄서가 공동 작업한 〈The lgnited Body〉도 초연되었다.


 

 

 2008년에 태동,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FDFF는 처음에는 일본의 젊은 무용가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선보이고 서로간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데 의미를 두었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의 젊은 안무가들에게는 공연의 장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작품이 해외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갖는데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이벤트는 모든 참가 작품들의 공연이 끝난 후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듣는 것과 함께 델리게이트들에 의해 초청작품이 발표되는 순간이다. 올해도 축제의 예술감독인 Yoshiko Swain, 자문위원인 Takao Norikoshi, 전 광동국제무용제 프로그래머인 Kwong Wailap 등이 참석한 가운데 M1 Contact Contemporay Dance Festival 매니저인 Athelyna Swee, Odoru Akita 예술감독 Santa Yamakawa, Hong Kong Dance Exchange 예술감독 Daniel Yeung, NDA 예술감독 유호식, 국제2인무페스티벌 이철진 감독 등이 코멘트와 함께 자신들의 축제에 초청할 안무가들을 선정, 발표했다.


 

 

 지난해 FFDF는 10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올해는 예산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축제 관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FFDF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Yoshiko Swain은 “이 페스티벌의 목적은 소박하다. 그것은 일본의 컨템포러리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작품은 제휴를 맺고 있는 페스티벌에서 추천된 작품을 빼고는 공모를 한다. 규모가 크고, 예술적인 완성도가 뛰어나게 높은 작품은 역사가 오래 되고 돈이 많은 페스티벌에서 하면 된다. FDFF는 안무가로서 자신의 색깔을 가진 작품, 지역적인 특성이 묻어난 작품, 안무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애착을 갖는 그런 작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YDC와 FDFF는 일본의 젊은 안무가들이 주축이 되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 안무가들의 작품이 선보이는 자리란 점에서 유사하지만, YDC가 유럽 아시아 등과 네트워킹을 맺고, 입상 안무가들에게 지속적인 교류를 갖고 있는데 비해 FFDF는 제휴된 아시아의 페스티벌을 통해 외국 안무가의 작품과 공모를 통해 일본 안무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시아 중심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 축제 모두 올해 국제적인 무용축제와의 네트워킹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8. 03.
사진제공_YDC(Yokohama Dance Collection), FFDF(Fukuoka Fringe Dance Festival)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