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파리 현지취재_ 조세 몽탈보 신작 〈카르멘(Carmen(s))〉
누구든 카르멘, 원하는 것을 하라
이선아_재불 안무가

안무가 조세 몽탈보(José Montalvo)의 작품을 처음 본 건 2015년 샤이오 국립극장에서 발표된 〈이 올레(Y Olé)〉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다양한 장르의 춤과 영상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었는데, 작품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관객 전원 기립 박수가 나왔다. ‘음, 전원 기립 박수까지 나올 만한 작품인가?’하며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발을 구르고 환호성을 치는 관객 사이로 함께 일어나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조세 몽탈보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안무가를 반기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존경받고 사랑받는 안무가인지 그대로 비쳤다. “아, 이 분, 프랑스 국민 안무가구나.”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안무가 조세 몽탈보의 첫인상이다.

 



 2018년 1월 조세 몽탈보가 신작 카르멘을 발표했다. 크레테이 극장에서(MAC de Créteil) 초연을 가진 후 샤이오 국립극장(Chaillot-Théâtre national de la Danse)에서 2월 1일부터 23일까지 공연을 올렸다.
 작품 제목 카르멘(Carmen) 옆에 (s)의 의미는 카르멘은 한 명이 아니라는 카르멘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몽탈보는 “모든 여성의 내면에는 카르멘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조세 몽탈보의 작품의 특성은 바로 다양성이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무용수들, 다양한 춤(플라멩코, 힙합, 발레, 한국무용 등), 영상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배를 타고 함께 떠나는 사람들, 가방을 들고 떠나는 남자 등 이민자들의 모습을 자주 담아낸다.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은 모두 16명이다. 여성 무용수들은 모두 9명으로 스페인 세명, 프랑스인 두 명, 한국인 두 명, 일본 무용수 한 명과 미국인 무용수 한 명이다. 여자 무용수중 한 명은 집시 문화에서 온 무용수다. 7명의 남자 무용수들은 모두 힙합 무용수들이다. 그중 한 명은 이란 음악가이며, 다른 무용수들은 대부분 프랑스 국적이다. 그러나 부모의 국적이 캄보디아, 모로코, 캐리비안 등 여러 국적인 무용수들이 모였다.
 몽탈보는 몽탈보는 새 작품을 할 때마다 오디션을 통해 작품 콘셉트에 맞는 무용수들을 뽑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카르멘 작품에서는 한국 무용수 박기량, 박지은 그리고 이란 음악가 Saeid Shanbehzadeh 세 명을 제외하고는 이전 작품 〈이 올레(Y Olé)〉에 출연한 무용수들이 그대로 참여했다. 이 세 명의 무용수들은 작품에서 타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춤도 춘다. 한국 무용수들은 전통 악기 향발, 삼고무 그리고 정주를 사용하고, 이란 음악가는 이란의 전통악기를 연주한다. 또 공연 중간에는 한국 무용수와 함께 삼고무를 직접 연주하기도 한다

 


 작품의 시작은 플라멩고, 발레 그리고 힙합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으로 시작된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한국무용수가 나와 타악기 정주를 울리며 장면이 고요하게 전환된다. 여자 무용수들은 입고 있던 빨간 의상을 벗고, 빨간 속옷 차림으로 자유롭게 춤을 춘다. 남자 무용수가 나와 “카르멘! 카르멘!”을 외치고 무용수들은 모두 신나게 춤을 추면서 축제 분위기를 낸다. 남자 무용수 4명이 나와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고, 그 앞에 카르멘(스페인 무용수)이 서있다. 그들의 몸을 감상하고는 한명씩 춤추게 하고 그들을 이끌고 리드한다. 작품에서 무용수들은 각자 자신의 춤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안무가는 무용수들이 갖고 있는 그들의 고유한 특성을 그대로 살리고 드러내게 한다.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다. 무용수들이 바닥에 몸을 웅크리거나 아치형 형태를 만들면, 다른 무용수들이 그 위를 뛰어넘고, 구르고 신나게 달린다. 한국 무용수들은 부채와 향발을 들고 춤을 추고, 플라멩코 무용수들은 손에 캐스터네츠를 끼고 플라멩코 춤을 춘다. 발레 무용수도 한국 무용수도 운동화를 신고 나와 춤을 춘다. 춤과 춤 사이에는 경계가 없고, 자유롭다. 

 


 여자 무용수들은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라는 곡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 불어, 영어, 한국어 버전으로 노래한다. 그중 한국 무용수 박지은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음절을 맞추기 위해 조금 다르게 번역되었다고 한다)

“사랑은 반항하는 새 누구도 길들일 수 없어 불러봐도 소용없어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때론 달콤한 말들로 또 누군 아무 말도 없지 조용하게 날 기쁘게 해주는 당신이 좋아요.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은 집시의 아이 규칙도 법도 소용없어요.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럼 내가 사랑할게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그땐 조심해.
Mais si je t’aime si je t’aime prends garde à toi.”

 무용수들은 영상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카르멘에 대해 각자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남자 힙합 무용수는 “카르멘은 제 어머니예요.” 어머니는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다고 말한다. 또 집시 무용수는, “집시 문화에서 섹스는 지금도 자유롭지 못해요.” 마지막에 무용수들은 다함께 모여 “Ce que je veux, c’est être libre, et faire ce qui me plait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롭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함께 외친다. 

 


 몽탈보는 스페인 출신으로 어린 시절 프랑스로 이민을 왔다. 그는 어릴 때 자신의 어머니가 카르멘 역할로 공연하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고, 그의 할머니 이름은 카르멘이었고, 페미니스트였다. 카르멘은 판타지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지금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다고 몽탈보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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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_ 〈카르멘(Carmen(s))〉 출연 박기량, 박지은

이번 〈카르멘〉 작품에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기량: 2017년 조세 몽탈보가 국립무용단에 무용수를 요청했어요. 작품 〈시간의 나이〉에 참여한 무용수면 좋겠고, 타악을 잘 다루는 무용수면 좋겠다는 조건이었어요. 모집에 지원했고, (원래 몇 명이 더 있었는데 국립 단원 생활도 있고)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인터뷰를 본 후, 최종 선택은 국립무용단 단장님께서 직접 뽑으셨어요. 조세는 조건만 전달한 거죠.
조세가 이 카르멘 작품을 2년 전부터 제작 기획했다고 해요. 출연 무용수로 한국 무용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타악을 잘 다룰 줄 아는 무용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한국에 직접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그 과정에 〈시간의 나이〉라는 작품을 하고 있었고, 국립무용단과 작업하면서 타악기 등 다방면에서 잘 다룰 줄 아는 무용수들을 보면서 굉장히 놀랬다고 해요.

이번 작품에 참여하신 소감이 어떠세요?
박기량
: 국립무용단(14년차)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같은 멤버와 같은 작품을 하고, 신작을 하더라도 역할이 비슷하기도 하구요. 이번 〈카르멘〉 작품을 통해 젊고 어린 친구들과 작업하고 있는데, 이 친구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작업 초반에 저희가 약간 적응을 못했던 점이 있는데요. 저희는 우리 차례가 아닐 때는 앉아 있었거든요(시키면 바로 뛰어서 하지만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그 차이를 깨닫고 좀 놀랬어요. 무용수들 모두 스스로 움직이고 춤추고, 마치 자율학습을 하듯 알아서 춤을 추더라구요. 그들의 열정에 대해 정말 놀랬고, 무용수들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무용수들 간에 언니, 오빠, 동생.. 그런 서열 없는 거, 너무 좋아요.
박지은: 한국에서 활동할 때 보다 훨씬 마음이 자유롭고 사람들을 대할 때 나이 성별을 구별하지 않고 그저 사람으로서, 댄서로서 대하는 제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열린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요.




내게 카르멘이란?

박기량
: 카르멘은 결국 행복을 추구했어요. 한번 밖에 없는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카르멘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용기 있는 여자라고 생각해요. 지금 카르멘 작품에서 춤을 추면서 “행복하려고 춤을 춰야지, 춤추면서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을 해요.
박지은: 작품 속에서 영상으로 카르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사랑이 마음에 사는 새라고 표현 했는데요. 이 새는 내 마음 안에 있고, 내 것 같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잡을 수도 없고, 날아가고 싶으면 날아가 버리고, 돌아오고 싶으면 다시 돌아오고. 사랑이란 감정도 이런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카르멘은, 솔직한 사람이에요. 내가 솔직하다는 건 내 마음의 무게를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덜어내는 것이기도 해요. 솔직한 사람은 편해지고, 상대방은 오히려 마음의 무게가 무거워지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카르멘은 굉장히 솔직해서 나쁜 여자? (웃음) 그런 사람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박기량, 박지은
: 이 공연이 한국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박지은: 파리에 와서 이민 혹은 유학 오셔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박수 쳐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이방인이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힘든 날이 많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파리에 계신 한국 분들 화이팅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국문화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작품 〈카르멘〉 일정은 3월 16,17일 액상 프로방스(Aix-en-Provence), 3월 21일-24일 껑(Caen) 등 6월 29, 30일 룩셈부르크 공연까지 예정되어 있으며, 다음 시즌은 9월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선아
현재 파리에서 거주중이며 자신의 단체 선아당스(SunadanSe)와 프랑스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무용단 “Le Guetteur”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춤웹진>을 통해 프랑스 무용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8.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