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 리뷰_ 30주년 기념 작 〈사포의 겨울 숲〉
겨울 숲에 풀어놓은 (삶)춤의 기억
권옥희_춤비평가

 서늘한 아름다움이 서린 (춤)숲이었다.
 죽음과도 같은 ‘겨울’ 숲. 모임과 흩어짐, 삶과 죽음, 끝과 시작처럼 끊임없이 대립하고 변환하는 동시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평형을 이룬 상태의 (자연)숲. 그곳에서 춤으로 그려내는(지 못하는) 삶, 살아가는 것과 더불어 ‘사포’의 ‘30주년’을 담담히 그려낸 무대.
 프롤로그. (숲)영상, 시퍼렇게 내려앉은 적막. 숲을 향해 돌아앉아 있는 무용수(송현주), 넓게 펼쳐진 그녀의 검정색 드레스자락. 무대의 상당부분을 덮고 있던 검정색드레스자락이 마치 어둠처럼 스르륵 숲속으로 스미기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객석 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죽음이 한 번 삶을 가르고 지나간 것을 감지한다. 강렬한 이미지다.

 

 



 남녀(조다수지, 이재현)가 추는 사랑의 서정. 무겁게 가라앉는 첼로 음악과 밝은 의상의 대비. 춤은 언 땅, 맑고 쨍한 숲의 공기와 닮았다. 폭이 넓은 자주색 천을 들고 추는 박진경(‘사포’대표)의 솔로. 응고된 피의 색이자 자존심과 진실, 절제를 상징하는 자줏빛에서 ‘사포’ 춤의 정신을 읽는다.
 샤막 위에 입혀지는 영상으로 깊어지는 공간. 숲이 잉태하고 있는 생명에 대한 비밀스런 주술을 만들어내는 무대. 무용수들이 숲에서 무대로 건너오기도, 숲으로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과거 ‘사포’의 시공간을 지금 자신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사유에 따라 세분하여 추는 세 명의 무용수(이춘명, 송현주, 박진경). 서로의 몸에 기대어 서 있는가하면 어느 순간 흩어져 각자의 내면과 갈등을 따로 또 같이 무대에 풀어놓는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성찰이 보이는 무대였다.
 느리게 사유하던 춤의 움직임이 확 달라지는 에필로그. 처음의 춤과는 다른 춤이면서 다시 처음의 춤(삶)을 잇는다. 그 사이에 죽음의 관통이 있다. 죽음은 다시 이어지는 삶의 한 과정일 뿐.

 

 



 〈사포의 겨울 숲〉, 예술감독(김화숙)의 감각과 예술철학을 확인한 무대였다. ‘사포’춤의 정신, 동학과 5월 광주항쟁을 다룬 〈사라진 것에 대한 진혼곡〉, 〈그해오월〉, 〈편애의 땅〉 등. 지성과 높은 자존심이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작업. 예술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 예술가, 김화숙(예술감독). 그녀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다.
 스스로 그러하도록 둠으로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는 (자연)숲. 춤(예술)을 창작하는 작업 또한 그렇다. 예술에서의 그러함은 (특히 무대예술은)재정적 지원을 가리키는 말과 같다. 현대무용단 ‘사포’의 현재, ‘겨울 숲’과 닮았다. 춤의 불모지에서 (춤)숲을 가꿔온 ‘사포’의 ‘30년’. 전북인들이 ‘사포’를 응원해야하는 이유이다. 

2016. 11.
사진제공_현대무용단 사포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