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속기획_ 국공립무용단 예술감독 인터뷰(4)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손인영
서울 전주 아프리카 공연까지, 제주 소재로 한 작품 다변화
김인아_<춤웹진> 기자

 

 



김인아
지난해 8월에 제주도립무용단 감독으로 부임했으니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선 그동안 예술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소감이 있을텐데요?
손인영 저는 예술감독이 아니고 안무자입니다. 공식 직책을 예술감독으로 고치려고 노력 중인데 제주도는 체계가 완전히 달라 쉽지 않네요. 그러나 무용단의 크기와 하는 일의 범위로 봐서는 당연히 예술감독 직함이 맞다고 여깁니다. 제주도는 섬이기에 육지와는 다른 문화가 있는 거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 또한 육지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 단원의 경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게 아무래도 섬이다 보니 새로운 것이 들이 오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던, 옛 정서가 남아서 그런 거 같아요. 특강 때 보면 아주 열심히 배우고 경청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또 새로운 작품이나 소품을 만들면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하고 좋아하는 거 같아 저로서는 상당히 즐겁습니다.

서울에서 오래 동안 생활을 하셨지요. 제주도는 섬인데… 제주에서의 생활은 어떠신지요?
저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가에 가면 아름다운 풍경이 바로 보이지요. 밖을 나가면 미세먼지 없는 공기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 꽃과 말과 바다와 산이 있으니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그리고 멀리 가봐야 한 시간 내의 거리니 마음이 바쁘지 않아서 좋고 또 멋진 카페나 싱싱한 해산물들이 있어 멋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주도립무용단은 그동안 지역적인 소재의, 한국 전통무용 계열의 작품만을 공연해왔습니다. 이번 〈당신이 나의 신데렐라예요?〉와 같은 컨템포러리댄스 작업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어요. 무용단의 정체성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무용단 내외부에서 어떤 반대나 우려의 분위기 같은 것은 없었나요?

단원들은 새로운 것에 열려있어서 어려움이 없었으나, 행정 파트 쪽에서는 처음에 다시 한 번 재고해 보라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제주적인 것’에 대하여 강하게 요구하는 흐름이 있다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기획공연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가져올 긍정적인 면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관객 300명을 채울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겨우 했는데 사실, 걱정이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관객의 호응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로비에서 저희 남자 단원이 구두를 가지고 다니면서 맞는 사람들에게 구두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호응이 좋았구요. 결혼할 남녀 커플을 무대에 불러 결혼 프로포즈를 하는 이벤트도 했는데 이 또한 관객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무용단은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늘 하던 것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이벤트를 겸한 공연은 제주도립무용단이 공공 무용단이란 점에서 도민들과 소통을 확대하려는 긍정적인 시도로 보입니다. 부임한지 일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 터이니 이런 행사에 익숙하지 않은 단원들과 특히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단원들은 새로운 것에 목말라서인지 굉장히 좋아했고, 관객들도 분명히 좋아할 거라고 믿었어요. 제주도는 이주민들도 많아지는 추세고, 또 옛 제주주민들도 많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젊은 층들도 많습니다. 제주에 인디밴드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는지요? 조그마한 카페에서도 연주가 벌어지고 문화적으로 굉장히 다변화되고 있어서 이런 이벤트형 공연을 오히려 좋아하는 관객이 많을 거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제 생각은 적중했구요. 단지,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맞춰서 공연을 한 것이 좀 화근은 되었어요. 상업적인 화이트데이 날에 왜 공공의 자금이 들어간 공연을 하느냐고 일부 신문에서 못마땅하게 썼더군요. 그 부분은 좀 더 깊은 생각이 필요했다고 여깁니다.

 

 



현재는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5월 13일 아프리카의 콩고와 탄자니아로 해외공연을 떠납니다. 도내에서도 여러 공연들이 있어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공연 후에는 바로 무형문화유산원 초청공연을 전주에서 하고요. 그 외에 찾아가는 공연과 서울에서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축하공연이 있는데 그것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성 무용수들을 위한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남성 무용수들을 위한 작품들을 새로 만들고 있구요.

지난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작인 <만덕>을 공연했었지요. 올해도 신작 공연이 계획되어 있는지요?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한 해에 한 작품은 신작을 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12월에 신작 공연이 있는데 좀 재미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서 <배비장전>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제주도에서는 무조건 제주적인 내용의 작품을 원하기 때문에 소재를 찾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밖에 무용단 활동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항에서 상설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런 공연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5월에는 제주국제즉흥춤축제에 참가하는데 단원들이 그런 것을 안 해봐서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한편으로 기대를 하는 모습입니다. 철학과 춤의 연결고리를 살펴보는 강의를 소극장에서 진행하고 싶고, 춤 아카데미와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공연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업(연습) 과정에서 평소 단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를 중요하게 얘기합니다. 하나는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와 호흡이 근육에 끼치는 영향과 몸짓과의 관계성에 대하여 누차 얘기하고요. 또 하나는 다양한 표현에 관한 것 입니다.예를 들어 검은색이라고 했을 때, 그 검은색 안에도 다양한 색의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몸의 표현에서도 똑같다는 거죠. 슬픔을 표현하더라도 슬픔을 어떤 색감으로 표현을 할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자는 거죠.

국립무용단 단원, 서울예술단 무용감독, 그리고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거쳐 이번 제주도립까지 공공 무용단에서 적지 않은 활동을 하셨습니다. 공공 직업무용단의 단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책임감입니다. 공연에 임할 때, 그 공연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이지요. 그렇다면 본인이 춤이 안 된다고 여긴다면 혼자 연습을 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행동이겠지요. 본인이 춤이 되던 말던 집에 가는 일을 우선으로 한다면 무용단의 질적 수준은 저하되겠지요. 또한 단체생활에서도 책임감이 따릅니다. 단체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단체에 도움을 주는지 아니면 피해를 끼치는지 등등 스스로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많지요. 단원들의 행동을 보면, 춤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단체를 위하여 애를 쓰는지 안 쓰는지가 드러나지요.

그렇다면, 공공무용단 예술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선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이겠지요. 작품이 안 좋으면 일단, 모든 일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사실 그 부분이 예술감독으로서는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겠지요. 그리고 적제적소에 단원들의 능력을 찾아 배치를 하거나 기획적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관객을 극장으로 오도록 하는 능력 등도 예술감독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더 능력이 있다면 단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소통을 잘하여 단원들과의 관계를 잘 가지고 간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향후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고 무용단을 운영할 예정이신지요?

새로운 기획 프로그램에 초점을 두고 무용단을 운영하고 싶어 전문 기획자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가 있는 기획을 통해 제주에서 무용단의 입지를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주는 외래객이 많으니까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상설공연을 준비 중인데 중국 사태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상설공연이 가능할지가 지금으로서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제주의 특성상 상설공연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전통위주의 공연에서 조금 벗어나 전통과 창작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모습으로 무용단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춤웹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주도립무용단은 제주도의 발전과 맞물려 있습니다. 자연경관과 관광에 대한 관심들이 증폭되면서 제주는 날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현 시점은 과도기 인듯합니다. 어떤 분야는 상당히 앞서가는 반면 어떤 분야는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불균형이 심합니다. 카페나 식당 또는 펜션이나 인디문화는 상당히 다양화되고 있는 반면, 행정이나 시민의식 등에서 여전히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층들이 많기 때문에 의식과 문화의 불균형이 심한 듯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전진하는 것이니 뒤를 아무리 돌아봐도 새로운 곳으로 우리는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복잡한 과도기가 지나고 나면 상당히 세련된 문화가 꽃피는 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2017년 공연일정 소개

● 5월 13일-22일 아프리카공연: 콩고와 탄자니아
● 5월 31일 전주문화유산원 초청 공연
● 7월 11일 남원공연(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과 교류공연)
● 7월 14일 부산공연(타지방공연)
● 10월 20-21일, 11월 17일, 12월 7일 상설공연 <만덕>
● 12월 21-22일 정기공연(신작)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7.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