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발레단 〈지젤〉
2019. 06.

발레블랑의 몽환적인 매력으로 수년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지젤〉이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난다.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참가작인 이번 공연은 6월 22-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지젤〉은 19세기 낭만주의의 흐름을 타고 만들어졌다. 낭만주의 대표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지의 춤을 보고 그녀를 숭배하게 된 테오필 고티에가 그녀를 위한 역학을 구상하던 중 ‘죽을 때까지 춤추는 아름다운 소녀’에 대한 위고의 시 〈유령들〉을 읽으며 하인리히 하이네가 쓴 싯구에서 윌리(Wili)라는 처녀귀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 이후 테오필 고티에는 베르누아 드 생 조르주와 독일의 한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주제로 발레 각본을 구상하였다.

이 각본을 토대로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와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지젤〉은 파리오페라극장에서 1841년 6월 28일에 초연되었다. 초연에서 파리 발레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후, 런던, 상트페테르부르크, 밀라노 등 유럽 각국의 발레단에 수출이 되었고, 이후 지젤의 역할은 현재까지도 모든 발레리나들이 꼭 추고 싶은 역할 중의 하나로 손꼽아진다.




국립발레단 〈지젤〉 ⓒKorean National Ballet




낭만발레를 대표하는 〈지젤〉은 낭만발레 시대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대에는 흑사병과 산업혁명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던 시기이기에 사람들은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이 당시의 작품들을 보면 사랑 이야기와 함께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다. 발레 블랑은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진 무대 연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발끝으로만 움직이는 포인트 기법의 춤과 새하얀 로맨틱 튀튀(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의상)를 입은 솔리스트와 군무진의 의상, 그리고 여기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포그(일종의 가스)까지, 세 가지의 요소가 만나 〈지젤〉의 윌리들의 춤이나 요정들의 춤 등 인간의 한계를 넘어 이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다. 이는 낭만 주의 발레 작품에서 관객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장면 중에 하나로 〈지젤〉에서는 2막의 윌리들의 춤에서 볼 수 있다. 사랑의 배신감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지젤이 무덤가에 윌리(결혼 전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가 되어 나타나 새하얀 로맨틱 튀튀를 입고 구슬픈 춤을 춘다. 이때 지젤과 함께 등장하는 미르타(윌리의 여왕)와 윌리 군무진이 작품의 절정을 이루고, 죽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낭만 발레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지젤〉의 작곡가 아돌프 아당은 리스트, 쇼팽과 같은 시대의 작곡가이다. 기록들을 살펴보면 그는 음악 쪽의 대단한 작곡가는 아니지만 생전에 대중적 인기 작곡가로 오페라음악과 발레음악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어 코믹 오페라가 39편, 발레음악 14편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연주가 되지 않고 있으며 〈지젤〉, 〈해적〉만이 그의 이름을 후세에도 빛나게 하고 있다. 아돌프 아당의 달콤하고 선율적이며 〈지젤〉 음악에 ‘시도동기(Leitmotiv)’의 기법의 특징을 만들었다. ‘시도동기(Leitmotiv)’란, 특정인물 혹은 어떤 정경을 음악의 동기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주제가 되는 〈지젤〉에서 같은 멜로디가 나올 때마다 관중은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느끼게 되며 힐라리온의 주제곡을 부여함으로 그가 등장하는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춤을 추기 좋아하는 지젤 또한 한 멜로디가 반복함에 따라 그 음악에 행복한 춤을 추는 지젤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국립발레단 〈지젤〉 ⓒKorean National Ballet




국립발레단은 1999년 공연했던 마리나 콘트라체바에 의해 재구성된 볼쇼이 발레단 스타일의 〈지젤〉에서 벗어나 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전) 부예술감독이었던 파트리스 바르의 〈지젤〉을 초연했다. ‘지젤 열풍’을 일으킨 이 버전은 로맨티시즘 발레의 탄생이 되었던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파리오페라발레단 전, 부예술감독 파트리스 바르 안무)으로 19세기 낭만발레의 오리지널 무대를 충실히 살려낸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의상은 라 스칼라극장의 의상을 제작하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브란카토 아뜰리에에서 모두 제작함으로써 발레 탄생지의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지젤〉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19세기 낭만주의 화풍을 충실히 살려낸 배경 작화는 발레만이 아닌 극장에서 낭만주의 화풍을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한편, 이번 〈지젤〉의 마지막 회차 공연은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퇴단공연으로 발레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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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지젤〉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참가작)
2019. 6. 22(토) ~ 6. 23(일) 토요일 19시, 일요일 14시ㆍ19시 / 2일 3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음악: 아돌프 아당
안무: 파트리스 바르
무대&의상: 루이자 스피나텔리
조명: 매리언 홀렛
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강수진
출연: 국립발레단
런타임: 120분 (1막 50분 / 휴식 20분 / 2막 50분)

주최: 국립발레단,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 예술의전당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