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박은화
“범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시키겠다”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장광열
올해도 부산국제즉흥춤축제(Bimpro)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4월 16일에 제가 현장에 있었던 F1963 공간은 퍼포머들의 열기나 관객들의 다양성 면에서도 그야말로 '축제'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을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예술감독으로서 축제를 마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박은화 제일 먼저 ‘감사‘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하늘의 날씨부터 공간, 참여자, 관객, 스태프, 그리고 언론사 등등 함께 축제를 만들어 가듯 서로 품고 즐기며 상생하는 행복한 축제로 다가 왔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지지 에너지로 느껴지며 더욱 기대를 하게 됩니다.

공연예술 축제의 경우 공간이 어디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F1963은 가운데 마당이 있고 정면에 경사진 객석과 좌우 측면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는 안마당 형태의 공간이 아주 이색적이었습니다. 피카소 전시회도 함께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붐볐고 이곳에서 축제를 갖다 보니 시너지 효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F1963은 어떤 공간인지요?
F1963은 부산의 예술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 최대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와이어를 생산하는 고려제강의 옛 공장을 건축가 조병수씨가 재상과 친환경을 추구하며 리노베이션한 아주 매력적인 장소로 들어서는 순간 춤추고 싶어지는 공간이지요. 작년 부산 비엔날레 전람회가 열려 국제적으로 소개된 바가 있고, 공식적인 춤공연은 부산국제즉흥춤축제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공연장 시설로는 완성도가 부족하지만, 올해 안에 실내 600~700석의 다변적 공연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변이 너무 미적으로 잘 조성되어 있고, 부산문화재단과 MOU를 체결해 함께 지속적 투자와 예술가,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해 나갈 것이라는 꿈의 계획을 전해 들었습니다. 예술가로서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공장시설이나 철도의 차량기지 등을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고 실제로 이들 공간을 중심으로 인큐베이팅 작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산의 예술가들에게 이 공간은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떻게 이곳을 Bimpro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곳에서 축제를 개최하게 된 동기는 올해 초 부산대 무용학과 학생들과 부산의 실험공간 탐색 투어를 하던 중 이 공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순간 즉흥 축제 공간으로 너무나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산에 이러한 멋진 공간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고 모든 참여자들에게 공간이 주는 신선함을 제공하고 싶어 바로 추진하였고, 흔쾌히 후원받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F1963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F1963에서 1963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F는 공장의 ‘factory’의 약자이고 1963은 공장이 세워진 해 라고 합니다. F1963이란 이름에서 그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지요.

공간이 달라진 만큼 올해 축제의 내용이나 프로그램 구성에서 다르게 시도한 것이 있었는지요?
이번 축제에 처음 시도한 것은 이태상 운영위원이 제안한 배틀즉흥이었습니다. 지난해 전문가들에게 약간의 즉흥에 대한 움직임의 정체가 감지된다는 평가가 있어 올해는 타장르 춤과의 일탈과 충돌을 통해 새로운 움직임의 만남을 기획하고자 했습니다. 보통 배틀은 비보잉이나 힙합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지요. 전문가 DJ와 MC를 초청해오고, 여러 장르의 무용수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처음 시도할 때 잘될 수 있을까 사실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참여한 무용가, 관객들이 너무 새로운 만남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청 DJ는 몇십 년 배틀을 진행해 봤지만, 여러 가지 춤 배틀을 하기는 처음인데 너무 흥미롭고, 새롭다며 흥분해했지요. 참여한 한국춤 전공의 무용수들은 주변 참여자들에 의해 그 자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자신도 놀랄만한 즉흥 춤을 추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춤의 장르를 뛰어넘어 서로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어지는 춤들이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이번 새로운 시도로 내년에는 참가자들이 많이 몰릴 것 같습니다. 이긴 팀에게 상금도 수여했고, 맥주 파티도 했습니다.

홍콩의 안무가 옹양록과 지역 주민들 그리고 춤전공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볼레로〉 공연 이 끝난 후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의 소감을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통해 즉흥을 통한 커뮤니티 예술활동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볼레로〉는 공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요?
“춤추게 하는 세상 저절로 추어지는 춤”이 10주년 축제의 주제였는데, 참가자 모두에게 그 주제가 전해 진 듯 너무 뜻 깊고 보람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언론매체와 관객들이 큰 관심을 보였구요, KBS1 TV의 사람과 세상 프로에 집중 취재 방영되기도 하였습니다.
20명의 일반인들과 몇 명의 전문 무용수들이 참여해 2일 동안 워크숍과 리허설, 그리고 공연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일상에 많이 사용되는 비닐봉지로 신체적, 감정적 상상을 다양하게 만나게 하며 너무나 편안하게 움직임 놀이로 춤이 되어가는 경험을 하게 했습니다.

 

 



참여자들의 면면도 다양했지만 그들이 워크숍과 리허설, 그리고 공연을 마치기까지의 과정에서 느낀 솔직한 심정이 더욱 마음에 다가왔고 즉흥의 매력과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렇습니다. 몇 개를 전한다면, “70세 나이로 몸을 움직인 다는 것이 가사노동 밖에 없었는데 이런 움직임을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경험 이었고, 나도 춤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구요. 미술전공 교수라고 소개한 분은 “자신의 몸이 치유되는 느낌이 좋아 이제 즉흥춤판을 기웃거리게 될 것 같다”고 60세 중반의 마사지 전문가는 “소극적인 남편을 초대해 자신의 춤 공연을 관람하게 하고 이어진 난장 즉흥춤 무대에서 남편과 함께 신나게 춤추며 일탈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간호사 한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 원대한 목표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곳에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다”며, 공연 후 밤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고 했고, 주부 한 분은 “지인이 찍어준 공연 동영상을 볼 수 있어 자꾸 자꾸 되새겨 볼 수 있어 더 행복해 진다”고 했습니다. 춤이 전문가만이 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도 창조적 경험으로서의 춤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컨택 즉흥 공연은 사실 예술감독으로서 가장 어려운 프로그래밍이 될 텐데요. 올해는 일본 프랑스 서울과 부산의 무용가들과 모로코의 연주자가 함께 했습니다. 저는 주 무대와 30미터 정도 떨어진 계단식 객석에서 보았는데 마당과 무대 공간을 넘나들면서 춤추는 아티스트들의 움직임을 옹기종기 모이거나 또는 흩어진 관객들 사이를 통해 보는 별난 체험을 했습니다. 부산국제즉흥춤축제에서는 늘 즉흥 아티스트들의 경우 몇몇 분은 매년 고정적으로 출연하더군요. 어떤 연유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접촉즉흥은 즉흥축제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지요. 컨택 전문무용수의 살아있는 감각에서 나오는 순수한 즉흥 움직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이 배가 되지요. 그래서 무용수 선택에 고민을 하게하고 신청무용수들은 심의를 거쳐 선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래 접촉즉흥은 남녀노소 전문가, 비전문가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춤이지만, 감각이 깨어있지 않고 집중되어 있지 않으면 안전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형식의 인지가 되어있는 상태이어야 합니다. 무용수들이 성향에 따라 역동성, 부드러움, 건축의 입체성 등등 다양한 상황들이 만들어지지요. 고정적으로 출연한 무용가는 Bimpro의 운영 위원들 중 경험이 있는 분들-성은지 위원의 경우는 10회 연속으로 출연했지요- 위주로 참여 하고, 접촉 즉흥 전문 무용가인 양승희 씨는 흐름의 리더를 위해 자주 초청합니다. 그러나 고정 출연을 하지만, 함께한 초청 외국 아티스트들과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별다른 연유는 없었습니다. 좀 더 완성도 있는 공연이 되기를 원함이었습니다만, 새로운 멤버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은 시점이네요.

기존의 극장 공간과 다르게 제대로 된 조명 시설과 상주하는 극장의 기술 스태프들이 없었을 텐데 비용 부분도 그렇고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F1963 공간이 주는 미적 창조성은 풍성했지만, 전시부분에 집중되어있는 공간이라 공연의 여러 부분을 준비하는 데에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외부 기술 전문 스태프를 투입시키고 부산대 무용학과 전공 학생들이 운영 스태프로 참여해 순발력이 많은 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비용은 부산문화재단의 지원금과 대한제강의 지정 후원금, F1963의 장소 후원, 워크숍 참가비 외 공연티켓 판매금 등으로 모든 참여자들에게 소정의 참여료를 주면서 알차게 축제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축제가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경성대학교 안에 있는 작은 정보소극장에서 시작해서 LIG아트홀부산, 그리고 춤공간 SHIN 등을 거쳐 이번 F1963 스퀘어까지 주 극장 공간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그때 마다 장단점이 있지요?
극장공간의 변화를 보니 10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연도를 이야기하면 14년의 세월이 쌓여진 역사의 장소들이네요. 즉흥 움직임에 있어 공간이 주는 영향은 매우 크지요. 작은 정보소극장,민주공원, 부산대 아트홀 전시장, 무용전용극장 SHIN, LIG아트홀 부산, 사상인디스테이션, 대학 캠퍼스, 시장, 전철 안, 강의실, 건널목, 해운대 백사장, F1963 등등 각 장소의 특징들이 드러나는 흥미로운 공연이 만들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따른 제반 일들이 많아지는 것은 단점이기도 합니다. 장소를 제공한 기관들의 후원은 Bimpro가 발전하는데 큰 촉진제가 되어주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Bimpro의 경우 박 예술감독님을 중심으로 운영위원님들의 협력 체계가 아주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축제를 무사히 운영해가는 갈 수 있는 것은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운영위원들(강미리,강미희,강희정,김옥련,노영재,박은화,성은지,신은주,이태상,함수경)의 수고는 참으로 중요한 몫이지요. 열심히 부산에서 개인 활동을 하는 무용가들이 이 축제를 위해 각자의 역할에서 서로의 장점을 가지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축제를 이어오게 한 큰 원동력이지요.

축제의 예술감독은 언제부터 맡았고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지요?
2011년에 공동 예술감독을 맡았고, 2013년 부산국제즉흥춤축제 운영위원회를 결성하게 되면서 단독으로 예술감독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부산의 인적, 자연 환경을 가지고 축제를 펼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프로그래밍을 합니다. 곧 열려진 축제가 되기를 원합니다. 자연환경 부분은 초반부터 해운대 바닷가 백사장에서 축제의 오프닝을 갖는 특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과 다양한 교육을 함께하는 축제로 많은 영역에서 융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축제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언제나 그러하듯 지원금이지요. 좋은 무용가 초청에도 예산은 큰 영향을 미치지요. 또한 올해는 새로운 장소에서 축제가 이루어지고 참여자들의 숫자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보험료가 너무 올랐고, 지원금 부족으로 가입을 못해 출연자들의 안전과 관련 심적 부담을 가졌던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큰 일 없이 잘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할 뿐이지요.

이제 10년이 지났고 앞으로 부산국제즉흥춤축제는 또 어떻게 방향을 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축제의 10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부산 무용계의 지역성을 살린 축제로 매김하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10년은 좀 더 타 장르와 함께하며 범시민적 축제로 나아갈 수 있게 즉흥 전문 인재를 교육하고 그들과 함께 축제를 펼쳐가고 싶습니다.

교육자로서 예술가로서 박선생님의 다음 스케줄도 궁금해집니다.
4월 29일 ‘세계 무용의 날’ 기념 공연이 잡혀있고, 5월말에는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생태즉흥 공연에 초청을 받았고, 후반부에는 〈TUNING〉 시리즈로 이어가는 개인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감독으로 있는 현대무용단 ‘자유’ 단원들의 많은 공연 스케쥴이 있고, 학생들과의 실험·실습 공연지도 등 한해의 시간들이 너무 짧게 느껴지는 일정들이네요.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7.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