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협업 춤 작업 〈Soul, 해바라기〉〈강가앙수울래애〉〈아리랑 별곡〉 외
다채로운 음악과 조우한 크로스오버댄스
장광열_춤비평가

 11월에도 춤 공연이 넘쳐났다. 아르코예술센터의 4개 극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서울무용제와 창작산실 공연에다 국립극장‧국립국악원‧ LG아트센터‧서강대메리홀, 그리고 M극장‧포스트극장‧두리춤터 등 춤 전용극장과 서울 외곽의 공간에서도 연일 춤 공연이 이어졌다.
 수십 편의 춤 공연 중 국립무용단이 오랜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 〈Soul, 해바라기〉는 독일의 재즈 그룹 살타첼로와의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협업작업이란 점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 후 처음 국립국악원무용단과 함께 만든 ‘춤의 연대기’에 오른 두 편의 신작 〈조절하다〉와 〈강가앙수울래애〉는 각각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라이브 연주와 국립국악원무용단 무용수들과 현대음악 작곡가와 컨템포러리댄스 안무가들과의 작업이란 점에서, 팔산대농악대와 서울발레시어터의 협업작업 〈아리랑 별곡〉과 〈당산벌림〉은 농악과 발레의 만남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 공연들은 재즈 음악(국립무용단)과 국악기가 가미된 음악과 현대음악(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국악원무용단), 농악과 민요(서울발레시어터와 팔산대농악대)와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음악을 통한 크로스오버댄스 작업이란 공통분모를 갖는다.



표지_ 협업 춤 작업(1) 국립무용단 〈Soul, 해바라기〉


라이브 재즈 연주에, 더 살아 숨 쉰 몸

 


 초연된 지 10년을 기념한 〈Soul, 해바라기〉 (11월 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 평자 20일 관람) 공연은 2011년 이후 5년 만에 갖는 재공연 무대였다.
 한국의 전통적인 움직임을 베이스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컨템포러리댄스와 한국의 민속음악이 가미된 라이브 재즈 음악의 만남, 여기에 작품 전편을 관통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가 만난 작업은 확실히 여타의 춤 공연과 차별성이 있었다.
 국내외 안무가들이나 단체의 작업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미감과 음감이 상존했고, 이는 곧 〈Soul, 해바라기〉가 갖는 작품으로서의 차별화 된 경쟁력이다.
 춤 공연을 자주 볼 수 없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대중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춤을 전문으로 하는 안무가와 댄서들에게는 음악을 통해 춤의 어휘가 더욱 살아 숨 쉬게 하는 이 작품의 독특한 매력은 독창성과 보편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춤 시장에서 상품으로서의 경쟁력도 있어 보인다.

 

 



 궁중무용에서부터 민속무용까지 아우른 안무가 배정혜의 춤 어휘는 작곡과 편곡을 맡은 페터 신들러와 살타첼로 그룹이 연주한 재즈 음악 특유의 자유로움,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난 선율, 그리고 어느 일면 탄츠 씨어터적인 설정들과 만나면서 작품 속에서 담아내고자 한 그리움의 정서, 기쁨과 환희를 동서양의 보편적 감각으로 표출해냈다.
 초연과 재공연을 거치면서 살타첼로의 연주는 안무가의 음악 해석과 맞물려 음악이 춤의 분위기를 상승시켜, 움직임에 의한 비주얼을 확장시키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독일의 살타첼로는 국제적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그룹으로 만만치 않은 실력의 연주자들로 구축된 앙상블과 국악 연주는 물론 〈진도아리랑〉의 편곡 등으로 한국적인 음악의 특성을 간파한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재공연 무대는 수차례 공연을 통해 다져진 국립무용단과의 조우 때문인지 협업 공연의 밀도를 더욱 높였다.
 국립무용단의 〈Soul, 해바라기〉는 클래식 재즈 음악 단체로 명성 있는 독일 살타첼로 그룹과 대한민국 국립무용단과의 협업이란 것만으로도 2006년 초연 당시 큰 이슈가 됐다. 당시 세계 무용계의 국제교류가 공동제작이나 협업 작업으로 옮아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때였고, 〈Sou,l 해바라기〉는 음악과 춤의 교합을 내건 이른바 크로스오버 작업을 표방했었기 때문이다. 첫 공연에서 재즈 음악을 차용한 무용작품이란 예상을 뛰어 넘고 〈Soul,l 해바라기〉는, 춤이 중심이 된 크로스오버 작업을 넘어 거의 퓨전에 가까울 정도로 음악과의 협업 비중이 높았다.

 

 



 〈Soul, 해바라기〉는 국립무용단이 한국적인 소재로, 한국적인 무용의 스타일을 고수하던 데서 벗어나 이른바 컨템포러리댄스로 그 영역을 넓히는 작업의 일환이란 점에서, 해외무대 진출을 고려한 문화상품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초연 때부터 주목할 만한 레퍼토리였다.
 문화상품에서 중요한 작품의 독창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Soul, 해바라기〉는 한국적인 정서와 움직임, 이와 결합된 즉흥 연주가 강점이 될 것이며,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그리워하는 어머니라는 그리움의 정서와 컨템포러리 댄스로서의 색채 외에 재즈 음악 그 자체가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다. 세계 춤 시장에 통용될 수 있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작품 내용에서의 독창성과 보편성, 외형적인 규모,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
 “2막의 전체적인 구성은 마치 굿판과 유사했다. 현대화 된 ‘굿’을 보듯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한국적 정서가 있었고 여백과 에너지가 넘실거렸으며, 그 사이를 마치 고리타분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음악적 진부함을 살타첼로의 음악이 유럽적인 세련미로 마름질했다.

 

 



 2막은 전체적으로 너무 과했다. 훈령들의 군무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로 인해 각기 다른 춤의 맛깔을 음미하기에 부담스러웠다. 국립무용단의 〈Soul, 해바라기〉 한국적 정서를 오롯이 드러내면서도 세계적 감각에 비껴나지 않는 세련됨이 분명 있었다. 무용에 음악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보여주었지만 그것 때문에 음악적 감성의 언저리에서 배회할 수밖에 없었던 춤이 갖는 설움도 엿보였다. 1막과 2막 통털어 라이브 재즈 음악이 갖는 즉흥성이 움직임과 서로 호환하는 묘미를, 그 별미를 맛보기에는 해오름 극장의 무대 위에는 너무 많고 크고, 복잡한 것들이 난무했다.”는 평자의 초연평은 이번 재공연에서도 어느 정도는 유효하다.
 댄서들의 춤의 질에서 나타나는 밀도의 차이, 그리고 음악을 타고 넘는 댄서들의 음악에 대한 해석력이 고르게 더욱 몸으로 체화되는 작업이 보완되어야 한다.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연계해 국립무용단이 여타 장르와의 적극적인 만남을 통한 이른바 한국적 컨템포러리댄스 작업을 시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Soul, 해바라기〉는 국립무용단이 외국의 객원 안무가들을 초빙해 만든 〈회오리〉 〈시간의 나이〉와는 다르다. 한국 안무가가 담아낸 독장적인 움직임 어휘와 한국적인 정서가 음악과 만만치 않게 잘 매칭 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6. 12.
사진제공_국립극장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