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체홉국제연극제에 초청받은 안무가 김재덕
러시아 진출, 경쟁력 있는 한류 춤 상품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장광열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가 러시아 체홉국제연극제에 초청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선 권위 있는 축제에 초청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김재덕 작년에 〈다크니스 품바〉가 중국의 베이징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되었습니다. 체홉국제연극제의 총예술감독이 우리 작품을 보러 왔었고, 공연이 끝난 직후 직접 만남을 가졌고 이후 공식 초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시아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작품이 동유럽의 또 다른 페스티벌에 다시 초청을 받은 경우가 되겠네요. 이 연극제는 연극 작품뿐만 아니라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이 함께 초청되고 있지요. 지금까지 피터 브룩, 조르지오 스트렐러, 피터 슈타인, 아리안느 뮤슈킨느, 로버트 윌슨, 나초 두아토, 클라우드 게이트 등이 초청된 바 있지요. 올해는 어떤 단체들이 초청되었는지요?
맞습니다. 연극뿐만 아니라 오페라, 발레, 현대무용 그리고 민족무용 등 장르를 점차 확장하고 있는 축제입니다. 올해에는 아크람 칸, 필립 장띠, 시디라르비 셰르카위, 로베르 르빠쥬, 떼아뜨르 드 라빌의 엠마뉴엘 드마르쉬, 베를린 코믹오페라, 데클란 도넬린, 코메디아 프랑세즈, 이보 반 호프, 카를로스 아코스타 등이 초청되었습니다.

 



이 축제는 극장을 여러 곳에서 나누어 공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투어 일정과 함께 어느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는지요?

6월 19일 출국하여 21일부터 23일까지 총 세 번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장소는 모쏘벳 극장(Mossovet Theater)이구요. 1923년 작가이자 연출가인 Sergey Prokofiev에 의해 세워진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고 1925~1940년에는 러시아의 유명 배우이자 연출가인 Evgeniy Lyubimov-Lanskoy가 이끌었다가 1938년에는 모스크바시립극장으로 이름을 바꾼 적이 있습니다. 1940~1977년에는 스타니슬랍스키의 후배인 Yury Zazadsky가 극장을 운영하였고 이 시기에 러시아의 유명배우들을 대거 배출하였다고 합니다.
7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극장의 다른 공간들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연극을 비롯한 러시아 공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체홉국제연극제의 극장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다양한 해외투어공연이 열리는 극장이기도 합니다.

체홉국제연극제의 예술감독은 현재는 누가 맡고 있는지요? 그의 이력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예술감독인 Valery Shadrin은 국제연극연합(Int’l Confederation of Theatre Associations)의 의장(president)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의 축제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지금껏 체홉국제연극제를 이끌며 세계적 수준의 축제로 거듭나게 하였습니다. 지금은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유명 연출가 및 아티스트를 발굴하는데 적극적이고, 아티스트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아가 러시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종류의 공연도 예술성만 확보되면 적극 초청하고 있습니다. 축제 초창기에는 연극 중심이었으나 그의 안목으로 인해 무용과 서커스, 그리고 다원예술에 이르기까지 초청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초청 아티스트의 국가도 다양합니다.

 



김재덕님이 안무한 〈다크니스 품바〉는 해외공연을 여러 번 가졌지요. 지난해 가을 아키타국제무용제에서의 공연은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았었지요. 극장을 가득 채운 일본인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하고 아키타에서 열린 무용공연에서 기립박수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축제의 예술감독이 흥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짜릿합니다. 말씀하신대로 2016년에는 일본 오도루-아키타 국제무용축제에 초청받아 아키타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했구요. 영국 K-music 페스티벌에 참가해 런던 The place에서, 트래블링 코리안아츠에 참가해 미국 워싱턴D.C J.F 케네디 센터 밀레니엄 스테이지에서, 그리고 중국 베이징댄스페스티벌에 참가해 Tianqiao아트센터 Lyric Theater에서 공연했습니다. 2015년에는 브라질의 FIDESP, ENCONTRO INTERNACIONAL DE DANÇA, Festival Internacional PARALELO16에서,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호주에서는 시드니 Coucourse Chatswood 극장, 한·중·일 예술의 밤에는 중국 칭따오에서 공연했습니다.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와 SIDF(Sibu Int’l Dance Festival),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무용축제에서, 2013년에는 브라질 Janeiro de Grandes Espetaculos Festival, 2011년에는 독일 TANZTAGE, 브라질 콜롬비아 Manizales Festival, 2010년에는 인도네시아 댄스 페스티벌, 2009년에는 일본 도쿄 트리엔날레에 초청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순수무용의 한류 상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요?
WDA(세계무용연맹)에서 주최하는 ‘컬러 오브 댄스’ 라는 축제가 있었습니다. 매년 다른 색깔을 콘셉트로 잡는데, 제가 공연할 때는 블랙이 주제였습니다. 색깔을 놓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데 거지가 생각나더라구요. 이게 한국 전통문화적 요소 중에 있는 각설이, 즉 품바로 이어지고 이 모티브로 안무를 짜게 되었습니다.

안무가로서 이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아무래도 서양에서는 찾기 어려운 곡선적인 느낌의 동양의 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눈엔 익숙한 것들이지만 해외에서 이 작품을 볼 때는 좀 생소하고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완급 조절을 통한 댄서들의 에너지의 배분과 강렬한 라이브 음악과의 매칭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입니다. 이번 모스크바에서의 공연은 그동안 공연했던 지역과는 관객들의 정서가 다를 수 있을 텐데요. 이번 공연에 대한 현지에서의 반응을 미리 점쳐 본다면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축제에 가는 것 자체가 모던테이블로서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 매일 열심히 연습하면서 준비하고는 있습니다. 러시아가 매우 높은 예술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 국가다 보니 관객들도 작품을 보는 눈이 높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그래서 이 투어에 대한 준비에 노력을 쏟게 되는 듯합니다. 애쓰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외를 오가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것이 아닌, 국내에 거주하는 무용가로서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안무가 김재덕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외국의 어떤 단체와 연계해 작업을 하고 있는지요?

아무래도 지속적인 작업은 싱가포르의 T.H.E 무용단과 가장 활발합니다. 2010년에 시작해서 올해 7년차를 맞이했으니까요. 그 외에는 이번 1월~2월엔 일본 고베에 dance box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다크니스 품바〉를 일본 무용수들과 리메이크해서 올리는 작업을 했고, 3월~4월엔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에서 〈sigan〉이라는 신작을, 4-5월엔 브라질 살바도르 주립무용단인 bale teatro castro alves에서 〈Lub-dub〉 라는 제목의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1월에 싱가포르 T.H.E무용단에서 또 다른 신작을 준비합니다.

모던 테이블은 단체의 운영방식에서, 꾸준히 해외 공연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단체와 차별화됩니다. 올해는 어디서 공연했고 향후 어떤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지요?
아무래도 출근제 무용단이라는 점과 예술과 경영을 적절히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는 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출근제로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단원의 변동이 거의 없었고, 지속적인 연습과 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훨씬 좋아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프로젝트 무용단에서 정식 단체로 재정비 하면서 함께 시작했던 프로듀서가 지금까지 쭉 함께 일하고 있고, 기획자가 바뀌지 않고 지속성 있게 운영하는 것도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체의 정체성이라던가 작품의 흐름, 작품을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할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자와 예술가의 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올해는 4월 말에 마카오의 청소년 무용콩쿠르에 특별초청 무용단으로 〈다크니스 품바〉〈맨오브스틸〉〈야윈소리〉 세 작품을 공연했고, 6월에는 체홉국제연극제에서 〈다크니스 품바〉, 7월에 영국 그리니치 도클랜드 페스티벌과 일본 아키타 페스티벌에서 〈맨오브스틸〉을 공연합니다. 그리고 10월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체코 프라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이집트 카이로에서 〈다크니스 품바〉 투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 11월에 싱가폴 T.H.E무용단에서 또 다른 신작을 준비합니다.
한국에서는 5월에 의정부음악극 축제에서 〈맨오브스틸〉 공연을 했고, 7월에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야윈소리〉를, 8월에 춘천에서 〈다크니스 품바〉와 한마음축제에서 〈속도〉를, 9월에는 국립국악원과 함께 〈다크니스 품바〉를 국악버전으로 재창작할 예정입니다.

직업무용단도 아닌 전문 무용단 체제의 단체가 이 정도로 많은 국내외 공연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춤 단체, 안무가의 경쟁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내인 김보라가 수장으로 있는 아트프로젝트보라도 국제적으로 점차 주목받고 있는 단체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부부가 무용을 한다는 것이 이로운 것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을 텐데 춤에 대한 활동이나 생각들을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아내와 저는 춤에 대한 성향은 많이 다르다 보니 조심스럽게 대화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각각의 정체성과 특성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마음이 좀 힘들거나 극복해야 할 상황이 있을 때 아내가 제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작업을 해 본 안무가로서 한국의 안무가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 장점이고 어떤 면에서 부족한지 등등.
한국의 안무가들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독특한 장점을 살려가면 모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는 무용단 출근 때문에 몇 년간 외부에서 다른 분들의 연습환경을 보진 못했지만, 이전의 경험을 더듬어 굳이 꼽아보자면 ‘타인을 비하하는 말, 행동으로 웃음 환경을 만드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좀 불편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안무가로서 무용수는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고, 장난이라고 하더라도 인격에 손상을 입히는 언행은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 무용단도 항상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외 레지던스 안무를 갈 때마다 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면 ‘무용수에 대한 인격존중’ 조항을 보곤 합니다. 해외에서는 계약서에서 조항으로 두고 있을 만큼 당연시되는 덕목입니다. 굳이 재미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면, 타인을 비하하기보다 본인을 낮추어 표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지금 현 시점에서 안무가로서 한국의 춤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선생님 세대 개개인의 독창성과 자존심과 고집이 없었다면 지금의 무용계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고집은 작품 속에서 독립적으로 드러나는 특성이 되었을 것이고, 그 누적된 결과물을 지금의 세대에서 이어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각자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와의 예술교류는 그동안 발레 위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대무용단이 유명 축제에 초청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향후 모던테이블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아무래도 매우 큰 페스티벌에 한국무용단으론 처음으로 초청받은 것이다 보니 부담감이 매우 크고, 그만큼 연습에 집중력을 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운영 면에서는 이 축제를 기점으로 단체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성숙하고 몰입력 있는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한국과 러시아의 예술교류에서 현대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길 소망합니다.

향후 모던테이블의 운영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단체로 전향한 후 벌써 4년이 되었습니다. 첫 3년을 단체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면, 방금 말씀드렸듯 이제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신작 창작과 창작방식의 다변화를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춤웹진〉의 신규 독자들을 위해 춤을 하게 된 배경과 본인의 춤 이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사실 춤을 일찍 시작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친구들과 춤을 추고 노래하고 노는 걸 좋아했어요. 원래 일반계 고교에 다니다 예고로 전학하게 되었고, 그때 당시에는 발레가 전공이었는데, 2학년 때에 한국무용으로 전공을 바꾸었다가, 3학년 때 학과장 선생님께서 현대무용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하셔서 또 다시 전과를 했죠. 무용을 일찍 시작한 편도 아니었고, 한 장르에만 집중한 편도 아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무를 할 때 특정 장르에 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어울리고 필요한 동작들을 어디서든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7. 06.
사진제공_모던테이블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