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39회 몽펠리에 당스
앙줄랭 프렐조카주, 윌리엄 포사이드의 신작
이선아_〈춤웹진〉 유럽 통신원

몽펠리에 당스(Montpellier Danse)에 다녀왔다. 7월의 뜨거운 햇살, 젊은이들로 활기찬 거리 그리고 기차역에서 주요 극장(아고라 극장, 오페라 극장)까지 걸어다닐수 있는 편리함 등 이런 여러 장점과 매력은 몽펠리에 당스의 방문을 더욱 설레게 한다. 몽펠리에 당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볼거리 많고 흥미로운 무용축제중 하나다. 쟝 폴 몽타나리(Jean-Paul Montanari)가 예술 감독을 맡고 있으며 매년 6월과 7월 사이 약 2주간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에서 열린다. 올해는 6월 22일부터 7월 6일까지 열렸다.




몽펠리에 당스 기자회견장에서 윌리엄 포사이드 ⓒ이선아




 몽펠리에 당스에 가면 유명 무용가들의 작품을 세계 초연으로 만나볼 수 있고, 무용 기자들 역시 전 세계에서 찾아온다. 올해 축제를 방문한 기자와 무용 전문가들은 모두 525명으로 22개국에서 다녀갔다. 이번 몽펠리에 당스의 주목할만한 프로그램으로는 앙줄랭 프렐조카주(Angelin Preljocaj),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보리스 샤마츠(Boris Charmatz), 크리스티앙 리조(Christian Rizzo),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Anne Teresa De Keersmaker 의 신작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탄생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 그리고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다큐 필름 상영 등이 있었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와 윌리엄 포사이드의 신작은 축제 기간중 관객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 중 하나다. 두 안무가 모두 발레를 기본으로 작업하지만, 그 스타일과 방식은 전혀 다르다. 앙줄랭의 무대가 스펙터클하고 드라마틱하다면, 윌리엄 포사이드의 무대는 심플하며 움직임의 본질로만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이 두 거장의 신작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신작 〈Winterreise〉(겨울 나그네)

작품 〈겨울 나그네〉는 7월 1일부터 3일까지 몽펠리에에서 가장 큰 극장인 코럼 극장(Opéra Berlioz/Le Corum)에서 열렸다. 앙줄랭은 프랑스 국민 안무가로 불릴 만큼 그 인기와 명성이 높다. 무용 기자들 역시 호불호가 나뉠지언정 일단 그의 신작이 나왔다 하면 대부분 보러 온다. 앙줄랭의 작품은 볼거리가 다양하다. 우선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무용수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고, 매 작품마다 각 분야의 유명 작가들이(의상 디자이너, 무대미술 등) 작품에 참여하기 때문에 화려한 무대를 볼 수 있다. 물론 작품의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공연을 보고나서 티켓 값이 아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런 점이 프랑스 대중이 앙줄랭의 작품을 믿고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 신작은 2019년 1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발레단에서 앙줄랭 프렐조카주에게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음악으로 작품을 안무해줄 것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안무로 라 스칼라 발레단이 춤을 추고, 라 스칼라 극장에서 세계 초연을 가졌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이다. 빌헬름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것으로, 총 24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래의 내용은 실연당한 주인공이 겨울에 정처없이 떠돌면서 느끼는 감정을 담고 있다.” ― 『위키백과』








Angelin Preljocaj 〈Wintereisse〉 ©Brescia e Amisano Teatro




 이번 공연은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자신의 무용단 무용수들과 〈겨울 나그네〉를 재작업한 뒤 프랑스에서 갖는 초연이다. 앙줄랭은 〈겨울 나그네〉의 24개 곡을 모두 사용하면서 24개의 파트로 나누어 안무했다. 성악가 토마스 타츨(Thomas Tatzl)이 노래하고 제임스 본(James Vaughan)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리고 모두 열두명의 무용수들이 출연했다. 공연은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며 무대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천천히 무대 아래로 내려와 피아노 옆에 서서 관객을 향해 노래한다. 무용수들과의 상호작용 같은 건 없으며, 전형적인 연주회 형식이다. 무대는 반짝이는 검은 종이 가루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무용수들은 그 가루 속 밑으로 누워 있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몸을 드러낸다. 마치 흙더미 속에서 살아나는 생명력처럼 인상적인 첫 장면이다. 앙줄랭은 겨울 나그네 음악을 겨울이 아닌 가을로 영감 받아 작업했다. 겨울 보다는 따뜻하고 에너지 있는 작업을 위해서다. 전체적으로는 이 작품은 외로움, 고독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플라멩고 느낌이 느껴지는 춤과 의상, 주황빛 조명등 삶의 밝은 면도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처럼 앙줄랭 무용단 무용수들의 테크닉과 춤은 아름답고 우아했다.


윌리엄 포사이드의 신작 〈A Quiet Evening of Dance〉

공연에 앞서 기자 회견장에서 윌리엄 포사이드를 볼 수 있었다. 윌리엄 포사이드가 회견장에 들어설때부터의 분위기와 그의 말하는 모습 등에서 그의 이름의 가치가 느껴졌다. 기자 회견중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상적인 답변들이 있어 메모했다.

- “난 내 작품(들)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도 완성 중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4년에 만들었던 작품 〈Artifact〉 는 작년에야 끝냈습니다.”
- “누군가 내게 왜 발레를 했냐고 물어본다면, 너무 어려우니깐요.
 발레는 정말 도전입니다. 저는 그 도전이 좋습니다.” 

- “내가 무용을 가르치는 목적은, 혼선을 주기 위함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똑똑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약간의 경험과 예를 들어 줄 뿐입니다.”  윌리엄 포사이드 


 미국 출생인 윌리엄 포사이드는 오랫동안 독일에서 활동했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독일 프랑크 푸르트 발레단에서 감독을 맡았고, 2005년 (역시) 독일에서 자신의 단체 포사이드 컴패니(Forsythe Company)를 설립해 2015년 공식적인 활동을 마무리했다. 2016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객원 안무가로 초청되어 신작을 발표한 적이 있으며, 그 후 몇 년간의 쉼을 가졌다. 작품 〈A Quiet Evening of Dance〉는 그가 3년만에 발표하는 신작이다. “William Forsythe”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이 직접 무용수를 선택했다. 현재 포사이드는 미국에 거주중이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A Quiet Evening of Dance〉는 7월 2일에서 5일까지 오페라 코메디(Opéra Comédie) 극장에서 열렸다. 여섯 명의 현대 무용수와 힙합 무용수 한 명이 출연했다.










William Forsythe 〈A Quiet Evening of Dance〉 ⓒBill Cooper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하얀 무대 위, 새소리 음향과 함께 편안한 연습복 차림에 색깔 있는 장갑과 양말을 착용한 무용수 두명이 나온다. 무용수의 팔 관절을 이용한 움직임, 발 스텝, 몸의 방향성 등 무용수의 몸에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같은 동작을 여러번 반복하고 그것이 변형되는 과정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2부는 바로크 음악을 사용했다. 발레를 기본으로 한 현대 무용과 힙합 그리고 바로크 음악의 조화, 몸으로 음악이 들리는 듯한 윌리엄 포사이드 특유의 방식과 움직임 스타일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것도 아주 재치있는 방식으로. 일곱명의 무용수들이 파트너를 바꾸어 가면서 여러 듀엣 또는 그룹으로 춤을 춘다. 힙합 무용수는 힙합 테크닉을 그대로 살리면서 윌리엄 포사이드의 스타일을 접목시켰다. 가끔씩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느껴지는 희열이 웃음으로 터져나왔다. 윌리엄 포사이드의 작업은 가장 심플한 조건에서, 마치 하얀 종이위에 몸이라는 연필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보는 듯 했다.

이선아 

현재 파리에서 거주중이며 자신의 단체 선아당스(SunadanSe)와 프랑스 안무가 뤽 페통(Luc Petton) 무용단 “Compagnie Le Guetteur”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춤웹진>을 통해 프랑스 무용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9. 08.
사진제공_이선아, Brescia e Amisano Teatro, Bill Cooper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