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신년기획_ 2017 비평가가 주목하는 안무가(1) 김보람
발광은 올해 더 발광할 듯
김채현_춤비평가

 그를 왜 주목해야 하는지, 애매모호하다. 두어 해 전 그는 춤추는 목적을 찾는 중이라 했다. 목적을 찾아가는 애매모호한 상황. 그래도 그의 춤에 끌린다면, 그의 춤 속에 끊지 못할 마약성분 같은 게 섞인 때문인가.

 



 조용한 사람, 김보람. 그 사람의 춤이 조용하지 않아서 그 사람의 속내도 그래야 하는 법은 당연 없다. 언젠가 그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들었다. “혹시 예술이라는 명분이 춤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예술을 앞장세워 크게 외치지도 않는다. 자칫 헛소리로 끝날 소리랑 그는 아무 상관도 없다. 예술을 내세울 줄 모르는 그는 춤에 겸손하다. 기실 그는 조용한 사람이다.
 조용한 사람이 무대에선 부산하기 일쑤다. 이러다가 장난기 날리고 저러다가 소란법석치고 어쩌다가 벅적지근하다. 위트, 유머, 신명의 끼가 완연하다. 이 시대에 춤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 반면, 자기 춤을 처음 보는 관객을 흠뻑 빨아들이는 춤꾼은 흔치 않다. 김보람의 춤은 관객 흡인력에서 출중한 편이다.

 



 〈바디 콘서트〉는 2010년 발표되고부터 꾸준히 올려졌고 지난 12월에도 문화역서울284 공간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었다. 진즉에 김보람의 간판 작품이 되었다. 움직임과 음(音)의 조화를 바탕으로 힙합과 현대무용, 일상 몸짓이 다양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집단과 개인이 어울리고 떨어지다가 다시 어울리는 모습을 〈바디 콘서트〉에서 좀 열렬하게 만나게 된다.
 문화역서울284에서는 ‘영웅본색’이라는 대형 타이틀 아래 (설치미술, 연극, 퍼포먼스, 음악극, 연희극, 코미디 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바디 콘서트〉가 올려졌다. ‘영웅본색’의 큰 꼭지로 소개된, 언젠가 초라한 사진으로나 남곤 하는 어떤 영웅들의 숙명이라는 맥락을 배경으로 〈바디 콘서트〉에서 수시로 목격되는 집단과 개인의 어울림과 떨어짐은 이번에 영웅의 한 가지 속성을 은유하는 대목으로 해석이 확장되었다. 한편, 한국춤비평가협회의 2014년도 춤비평가상에 선정된 그의 〈인간의 리듬〉은 다양함 음색과 움직임으로 사회 초년생들의 긴장된 경쟁심을 솔직하게 환기한 바 있다.
 움직임과 음의 다채로운 조합은 김보람 앰비규어스무용단의 기본기이다. 〈바디 콘서트〉와 〈인간의 리듬〉이 전해주는 것처럼, 그는 움직임과 음의 그 같은 단순 조합에 맴돌지 않고 춤 바깥의 이런저런 일상의 현상에 대해 일정한 관심을 유지하는 편이다. 앰비규어스무용단은 체조와 아크로바틱을 주축으로 한 움직임으로써 움직임과 음의 기계적 조합에 치중한 춤의 엔터테인먼트로 구미에서 인기를 누려온 모믹스(Momix, https://www.youtube.com/watch?v=0jaBMb6-Se0)를 훨씬 능가하며 건강하다.
 이와 함께, 반을 밀은 반삭머리와 텁수룩한 검은 수염의 김보람 스타일, 그와 단원들이 수시로 걸치는 고글, 후드에 더한 비니 빵모자, 알록달록 바지, 때로는 코끼리 팬티나 흑백의 캐주얼 정장은 나름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한다. 앰비규어스무용단의 춤에서 힙합의 아우라가 한 몫 할지라도, 그들의 힙합 스타일에서는 왠지 독특한 페이소스의 정동(情動)이 감지되곤 한다.

 



 앰비규어스무용단의 사이다 같은 느낌은 힙합과 백댄서로 단련된 체질, 즉 힙합과 백댄서로부터의 역발상에서 연유하는 바 커 보인다. 중견 무용가 김용걸(〈그 무엇을 위하여…〉, 2011)과 김지영 (〈혼돈의 시작〉, 2013)에게 검정 선글라스를 씌워 춤추게 했을 때도 그랬다. 그런 역발상의 춤은 춤 무대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생소한 탓에 그냥 발광(發狂)이라 치부될지 모르겠다. 한때 발광을 발칙하게 아니면 발랄하게 수용하는 쪽으로 반응은 갈라졌었다. 하지만, 그런 유의 발광을 발광(發光)으로 수용하는 객석의 대세에 힘입어 그들의 역발상은 올해 더 발광할 것으로 짐작된다.
 평소 그가 강조해온 것은 춤판 속의 어떤 리듬이고, 그는 춤판에서 존재감을 확인한다고 했다. 이를 지향해서 김보람은 역발상을 축으로 자신의 춤 문법을 다져왔다. 조용한 사람의 덜 포장된 원초적이며 야단스런 춤 문법? 장난기 날리고 소란법석치고 벅적지근하되 페이소스를 건드리는 춤의 문법. 흔치 않은 문법이되 동감을 살만한 춤 문법이다. 김보람을 주목해야 할 이유로 그의 ‘춤 문법’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어디로 튈지 예측이 쉽지 않은 춤 문법, 아마 올해도 어디론가 튈 것 같은 느낌. 과연 그는 올해 나름 춤추는 목적에 안착할 수 있을까.




● 앰비규어스무용단 2017 주요 공연일정
ㆍ1월 19일 경기공연 페스타 베스트 컬렉션 〈얼토당토〉
ㆍ2월 20일 국제 교류 프로젝트 요코하마 (오야마 댄스프로젝트) 협업 쇼케이스
ㆍ6월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볼레로〉
ㆍ6월 루마니아 시비유 페스티벌 초청공연 〈바디 콘서트〉
ㆍ6월 30일 익산 예술의 전당 〈바디 콘서트〉 

2017.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