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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2019 창작발레 신작 〈호이 랑〉
2019. 10.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이 한국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 〈호이 랑〉(안무 강효형)을 11월 6-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이 작품은 대한제국 시대의 언론인 장지연이 엮은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에 예술적 상상을 더한 대서사 발레극으로, 노쇠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 반란군을 물리치고 공을 세우는 소녀 ‘랑’의 효심과 사랑을 그린 한 편의 동화같은 작품이다. 〈호이 랑〉은 지난 5월, 국립발레단 창단 이래 신작 발표 최초로 서울이 아닌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세계 초연을 올렸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서울 관객을 만난다.




국립발레단 〈호이 랑〉 ⓒBAKi/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은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창작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오면서 한국의 발레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 강국으로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2000년 독립적인 재단법인 체제를 갖추며 선보인 첫 전막 창작발레 〈왕자 호동〉(안무 문병남, 2009)과 2017년 조선중기 활약한 시인 ‘허난설헌’의 일생을 그린 〈허난설헌-수월경화〉(안무 강효형)에 이어 국립발레단이 세 번째로 선보이는 한국적 소재를 다룬 작품 〈호이 랑〉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국립발레단은 〈호이 랑〉을 통하여 ‘발레’라는 서양의 춤과 동양의 감성과 미가 어우러져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의 관객이 함께 즐기며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으며, 이 작품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호두까기인형〉과 같이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관객들이 찾을 수 있는 동화책 같은 따뜻한 발레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이 랑〉의 내용은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고 있으나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 등은 극에 맞춰 재구성되었다. 《일사유사》 속 부랑은 ‘랑’으로, 정순신은 ‘정’, 이괄은 ‘반’이라는 인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는 랑, 훈련에 뒤쳐지는 랑을 감싸주는 따뜻한 군의 사령관 정, 정을 질투하며 1인자로의 도약을 노리는 반이 등장한다.

작품 〈호이 랑〉은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속에 전쟁신과 반란군의 질투와 배신 등의 요소를 첨가하여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순수하고 행복한 소녀 랑이 아버지를 위해 군대에 들어가기로 결의를 다지며, 여성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긴 머리를 힘껏 묶어 올리는 장면, 군에 들어간 랑이 남성 동료들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해 훈련하는 장면, 본인의 노력으로 승리한 전쟁의 결투장면 등에서는 무용수들의 강인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군대와 전쟁터 등이 주요 배경이 되는 작품인 만큼 〈호이 랑〉은 일반적으로 ‘발레’하면 떠오르는 아름답고 가냘픈 여성 발레리나의 모습이 아닌 스테미너 넘치는 남성 군무진들의 춤과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토슈즈를 신고 남성 무용수들과 동일하게 춤을 추는 여성 주역무용수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무대에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들이다.




  

‘랑’역 수석무용수 신승원, 박슬기 ⓒBAKi/국립발레단




발레 무대에서 주역 여성무용수의 역할은 극의 성공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주인공 ‘랑’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이 랑〉에서 여성 주역무용수의 역할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남성 군무와 동일한 춤을 추는 장면이 많은 만큼 강한 체력은 필수이며, 그 강인함 속에 여성의 섬세함과 소녀의 순수함도 함께 연기할 수 있어야 작품 〈호이 랑〉의 타이틀 롤을 거머쥘 수 있다.

1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3명의 ‘랑’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박슬기, 신승원, 박예은 무용수이다. 이미 명실공이 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박슬기는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던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초연 첫 날(2019.5.17.)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발레단의 최고 스타 무용수임을 입증하였다. 완벽한 테크닉과 애절한 감정연기가 강점인 박슬기의 ‘랑’은 수석무용수 이재우가 연기하는 ‘정’, 솔리스트 변성완의 ‘반’과 함께 11월 6일(수), 9일(토) 2일 동안 만나볼 수 있다.
어여쁜 외모와 깔끔한 테크닉으로 발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수석무용수 신승원은 지난 여수와 울산 공연에서 남장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으며, 오페라극장 무대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승원은 솔리스트 정영재의 ‘정’과 솔리스트 ‘허서명’이 보여주는 ‘반’과 11월 7일(목), 10일(일) 무대에 오른다.
박예은은 이번 예술의전당 〈호이 랑〉 무대를 위하여 새롭게 발탁되었다. 이미 국립발레단의 여러 무대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박예은은 지난 4월, 국립발레단의 2019년 첫 정기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발레단 입단 후 첫 타이틀 롤을 거머쥐었고 이후 꾸준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녀의 ‘랑’을 뒷받침해줄 ‘정’ 역할에는 2019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김기완이 나서고 ‘반’에는 드미솔리스트 하지석이 함께 선다.

〈호이 랑〉안무는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이자 안무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강효형이 맡았다. 지난 2015년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MOVEMENT SERIES 1〉에서 자신의 첫 안무작인 〈요동치다〉를 선보여 호평을 받은 강효형은 이 작품으로 다음해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NEXT generation” 공연에 초청되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 발표한 〈빛을 가르다〉, 2017년 안무한 〈허난설헌-수월경화〉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언론과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안무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강효형은 2017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승승장구하였다. 2018년 칠레 산티아고 안무가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Shape of Panthers〉를 올린 그녀의 2019년 신작 〈호이 랑〉 역시 초연당시 한국적 소재와 서양의 발레 움직임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냈다는 평을 받았고, 이번 예술의전당 공연을 위하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호이 랑〉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또한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아름 작가와 그녀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는 베테랑 연출가 서재형이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을 맡아 〈호이 랑〉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은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죽도록 달린다〉, 〈리차드 3세〉등을 함께 만들어내며, 예술계 최고의 콤비로 꼽힌다. 두 아티스트가 발레와 처음 협업하는 작품인 만큼 예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과 연극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승호 디자이너가 무대연출을 맡았고, 의상•소품에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조지 발란신, 루돌프 누레예프 등 세계의 무용수와 안무가들과 협업을 이뤄 온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참여했다. 또한 다수의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에서 활동하는 조명 디자이너 고희선, 영상제작에는 김장연이 참여했다.




 




국립발레단은 〈호이 랑〉의 홍보를 위해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이슈를 일으키고 있는 ‘웹툰’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다. 웹툰 콜라보레이션을 이룰 작가는 간결하지만 포인트를 살리는 그림과 위트 있는 대사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이다. 양경수 작가는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 《잡다한컷》 등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웃픈 스토리를 연재하여 약 20만 명의 팬과 팔로워를 이끌고 있는 국내 최고의 인기 작가 중 한 명이다. 국립발레단은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발레장르에 대한 문턱을 낮춰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타 장르의 관심층 또한 발레 관객으로서 유입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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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제181회 정기공연 〈호이 랑〉
2019년 11월 6일(수)~11월 10일(일) / 평일 19:30, 주말 15:00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티켓가격: 1층석 5만원 / 2층석 3만원
예매처: 예술의전당 02-580-1300 sac.or.kr, 인터파크 티켓 1544-1555 ticket.interpark.com
런타임: 11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세계초연: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2019.5.17)
입장연령: 8세 이상(2013년 이후 출생자 관람불가)
문의: 국립발레단 02-587-6181

안무: 강효형
연출: 서재형
음악: Gustav Holst, Jean Sibelius, Johannes Brahms, Max Bruch, Pyotr I. Tchaikovsky, Maurice Ravel. Peter Warlock
대본: 한아름
무대: 정승호
의상ㆍ소품: 루이자 스피나텔리
조명: 고희선
영상: 김장연
편곡: 황호준
기술: 어경준
조연출: 이은석
무대 어시스턴트: 김소연
의상ㆍ소품 어시스턴트: 모니아 토르키아(Monia Torchia)
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강수진
출연: 국립발레단
무대제작소: ShowTex Hong Kong Limited, MTOM, 무대사랑
의상제작소: Compagnia Italiana della Moda e del Costume – Milan, Italy
소품제작소: 여우비 여우별

캐스팅 일정
일시 | 출연진(랑 & 정 & 반)
11.06(수) | 박슬기 & 이재우 & 변성완
11.07(목) | 신승원 & 정영재 & 허서명
11.08(금) | 박예은 & 김기완 & 하지석
11.09(토) | 박슬기 & 이재우 & 변성완
11.10(일) | 신승원 & 정영재 & 허서명

2019.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