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Dance Webzine's Eye
국립현대무용단 〈쓰리 볼레로〉
장광열_춤비평가
유쾌했다.
라벨의 ‘볼레로‘ 음악을
3명의 안무가들이
각기 다른 색깔로 버무린 구성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보람의 〈철저하게 처절하게〉.
백색 수츠와 검정 선글라스를 쓴 9명 무용수
무대를 좌우로 배분한 10명 연주자.
무대는 Black & White.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트럼펫 피아노까지
선율과 리듬의 재조합은,
댄서들의 표현력과 유머, 코믹적 요소와 맞물리면서
‘볼레로’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기존 안무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새로운 실험의 부재는 아쉬웠다. 

 


김설진의 〈볼레로 만들기〉.
회색 수트 6명 무용수와 퍼포머 역할까지 더 한 2명 연주자.
무엇보다 음악의 해체와 몸의 접합이 신선했다.
일상적인 소음과 음향, 스프레이 소리, 공놀이, 모니터--
사운드 팩토리를 연상시키는 무대
잿빛 도시에 던져진 현대인들의 자화상.
일상의 소음으로 재탄생한 라벨의 ‘볼레로’.
콘셉트와 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 면에서,
가장 창의적이었다.
댄서들의 움직임과 그 질의 매칭에는,
안무가의 더 많은 고민이 더해졌어야 했다.

 

 

김용걸의 〈볼레로〉.
85명 편성의 오케스트라와 무대를 꽉 채운 37명 무용수의 조합.
초반부 메인 막과 오케스트라 비트를 활용 무용수들의 스텝과
팔, 손가락의 움직임을 부각한 구성은, 기발했다.
앞 두 작품의 소박함, 아기자기함과 대비되는 큰 스케일,
세밀한 움직임 조합에서 보여 지는 안무가의 특별한 감각은 빛났지만,
너무 많은 출연진으로 인해 오버랩 되는 지체의 선(線),
외형적 과다함이 오히려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저해하는 면도 있었다.

 

 
대중적으로 친숙한 음악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안무가들의 매칭은,
국공립 예술단체에 부여된
공공성의 실현이란 측면에서 성공한 기획이었다.

라벨의 ‘볼레로’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만큼이나
수많은 안무가들에 의해 창작되고
협업 또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 전례를 감안하면,
안무가들의 해석은 더 도발적이었어야 했다. (장광열_춤비평가) 
2017. 07.
사진제공_황승택/국립현대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