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획_ 국공립무용단 예술감독 연속인터뷰(5) 강원도립무용단 윤혜정
공연확대 통해 춤 마니아층 늘려가겠다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200여일 정도 남았네요. 강원도에서 개최되다 보니 도내 산하 예술단체들도 관련 행사로 바빠질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30일 정기공연 무대에 올린 〈겨울약속〉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신작인데 어떤 계기로 창작하게 되었는지요?
윤혜정 강원도립무용단 정기공연을 준비하면서 내년에 있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년 동계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추고 강원도의 겨울을 보여줄 소재와 주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겨울의 상징인 철새 두루미를 모티브로 매년 겨울이면 강원도 철원지방을 찾는 두루미가 갖는 상징성인 평화와 만남, 그리고 인연을 엮어 냈습니다. 남과 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두루미는 평화의 상징이며 매년 겨울이면 꼭 찾아오는 만남의 약속이고 이런 약속을 매년 이어가는 인연의 고리들을 춤으로 의인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내년에 찾아올 많은 관광객과 세계 여러 관람객들에게 강원의 겨울을 기억시켜 줄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춘전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을 보다 보니 말씀하신 대로 두루미가 스토리 라인을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더군요. 그러나 이 같은 소재는 막상 무용극 스타일로 만들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관객들은 좋아하더군요.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고 안무했는지요?
두루미를 여자로 의인화하고 강원도의 눈을 남자로 의인화하여 세계 공통인 남녀의 만남과 인연으로 접근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무용예술의 철학적 측면과 예술적 차원을 강조할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대중적 관점에서 쉽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로 창작을 시도하려하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판타지 세상에 놓인 듯한 상상이 되도록 도와야 하는 부분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면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볼거리들을 고민하였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작품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맞물려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이 예정되어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순회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도립국악관현악단과 저희 도립무용단이 함께 강원도립예술단 이름으로 공연을 갖는데 1부에 이번 〈겨울약속〉이 30분가량으로 축소되어 올라갑니다. 2부는 국악관현악단, 3부는 두 단체가 한 무대를 만들어갑니다. 8월 11일에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에서, 8월 23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0월 20일에는 대전 연정국악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붐업을 위한 공연이 이루어집니다.

강원도립무용단은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30여 개의 국공립 무용단체 중 가장 열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무용단 감독으로 부임했으니 1년하고도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직함은 상임안무가이지만 사실상 예술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소감이 많을 것 같습니다.
2016년 2월 1일자로 임명되었으니 1년 5개월이 지났습니다. 강원도립무용단은 전국 어느 국·도립 무용단에 비해서도 가장 열악하고 또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도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강원도립무용단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 만큼 서울 및 타 지역과의 교류도 별로 없었고, 무용계의 관심사에서도 멀리 놓여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강원도 출신 무용인임에도 제 자신이 너무 무관심 했던 데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1년을 넘게 보내면서 느낀 점은 도립무용단이라는 타이틀로 존재함에 있어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단체가 가져야 하는, 일반단체와는 다른 단원들의 기량과 작품의 우수성을 확립시켜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원도 내에서의 행사성 공연에만 에너지를 쏟을 것이 아니라 우수 작품을 도민들을 위해 더 많이 보여주고 무대 공연을 통해 강원도립무용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예산과 결부되는 것이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푸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도립무용단이지만 상대적으로 중앙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단체인데 상임안무가로 부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제가 강원대학교무용과에 5년 정도 시간강사로 나가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전임 안무자 선생님께서 정년이 다되셔서 임기를 마치실 즈음 상임안무자 채용공고를 알려주셨습니다. 감히 어찌 도전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하며 서류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국립무용단에서의 활동과 대학 전임으로서의 교육활동, 부리푸리무용단이라는 개인단체를 이끌면서 경험한 것들이 직업단체를 이끄는데 있어 자양분이라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무용단은 1999년에 창단이 되었으니 이제 곧 20년이 되겠네요. 현재 몇 명의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요?

상임안무자를 포함 정단원은 20명으로 되어있습니다. 모두 상임단원들인데 남성 무용수들이 없어요. 모두 여성 단원들입니다. 올해 3월 비상임 여자 단원을 6명 선발하여 지금은 총 26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서 더 많은 활동을 희망하셨는데 일 년에 몇 차례나 공연을 하고 있는지, 무용단 활동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여섯 차례의 정기공연을 해왔습니다. 올해 〈겨울약속〉이 일곱 번째 정기공연이었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1년을 살아야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정기공연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올해는 정기공연을 하였고 앞으로 두 차례 기획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매년 꾸준히 1회의 대극장 정기공연과 2회의 소극장 기획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 그 외에 강원도립무용단은 강원도 전역을 돌면서 작은 행사, 축제, 포럼 등등의 축하 공연을 1년에 70회 이상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무용단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준비해서 올립니다.

정기공연이 일 년에 한 차례도 정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황을 보더라도 단체 운영에서의 어려움을 알 수 있겠네요. 작업, 연습 과정에서 평소 단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처음 부임해 가장 강조한 것이 프로 무용수로서의 마인드였습니다. 자신의 역할과 포지션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직업 댄서로서의 프로정신 말입니다. 이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원들 사이에 듬뿍 정이 들어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자신의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이 개인단체인지 프로단체인지 혼돈이 오는, 경계가 모호한 상태에서의 루즈함, 긴장감이 늦추어진 상태였다고 할까요. 다시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 자신의 실력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정도면 됐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무용수의 생명은 끝이라고 늘 단원들에게 강조합니다.

이곳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에 무용과가 개설되어 있지요? 단원들은 주로 이 지역 출신의 무용수들로 구성되어 있는지요?
처음 무용단이 만들어지면서 주로 강원대학교 무용과 졸업생들이 1기생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뒤로 차츰 타 지역 타 학교 졸업생들도 들어오고 지금은 강원대학교 졸업생들이 반 정도 있습니다. 

 


공공무용단 예술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기본적으로 단원들의 무용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무용단의 단원들은 보통을 넘어야 합격하는 실력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단원들을 춤적인 면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안무자는 아마도 단원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희생할 줄 아는 책임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단체의 리더라는 자리는 위치를 누리라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보다 희생하고 단원들을 대표하여 책임지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향후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고 무용단을 운영할 예정이신지요?
강원도립무용단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대 공연이었습니다. 꾸준한 정기공연이 실현되도록 노력하려합니다. 더불어 도립무용단의 공연이 춘천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내에 있는 좋은 시설의 공연장들에서도 도민들을 만나고 무용 마니아층을 넓혀나가려 합니다.

하계올림픽과 만찬가지로 동계올림픽도 문화예술 행사가 경기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를 계기로 열악한 강원도의 무용예술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본인에 대한 소개도 해주세요.
저는 강원도 속초에서 다섯 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하였습니다. 경희대학교로 진학해 김백봉 선생님의 신무용을 접하고 졸업 후 국립무용단에 바로 입단했습니다. 〈이차돈의 하늘〉 등의 작품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동하다 경희대학교에서 석사, 단국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개인무용단인 ‘부리푸리무용단’을 만들어 전통과 창작작업을 했고 서울종합예술원 무용과 전임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크고 작은 무용제에서 수상도 했습니다. 이런 여러 경험들이 토대가 되어 지금 강원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립무용단 향후 공연일정


● 강원도립예술단 <겨울 판타지> 순회공연
• 8월 11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 8월 23일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
• 10월 20일 대전 연정국악원
● 강원도립무용단 기획공연
• 9월 1일 창작기획공연 ‘창작공감I’ 축제극장 몸짓
•11월 3일 전통기획공연 ‘전통 홀춤시리즈 II’ 축제극장 몸짓

 

2017. 08.
사진제공_강원도립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