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무용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의숙
영상을 통해 무용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김인아_<춤웹진> 기자
 

 


김인아
먼저 서울무용영화제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새롭게 시도되는 “무용영화 축제”인 만큼 벌써부터 무용인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축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정의숙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반응들이 큰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이 정년퇴임입니다. 아홉 살에 무용을 시작해서 평생을 무용계에 몸담아 살아왔는데, 마무리하는 시점에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후배들과 무용계를 위해 조그마한 역할이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작년에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에서 댄스필름 워크숍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이 분야에 무용인들이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영화감독과 함께 창작하면서 영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무용영상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요.
지난 1년 동안 테마를 가진 예술영화제들을, 영화제가 테마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많이 보러 다녔어요. 예술영화제를 모두를 본 것은 아니니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제가 본 영화제 가운데에선 ‘건축영화제’가 컨텐츠가 좋으니 영화 자체가 극이 없어도 관객이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사랑영화제’의 경우엔 모든 사람들 마음에 어떤 종류의 것이든 사랑을 기반으로 한 종교가 살아 있잖아요. 영화의 컨텐츠가 살아있고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갖고 있어 이 영화제를 찾는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때는 객석이 그다지 채워지지 않더군요. 영화제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커다란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열리고 존속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개최가 결국 그 테마의 뿌리에 물을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죠.
영화제로서 무용처럼 좋은 컨텐츠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이 지금까지 영상을 통해 잘 보여지고 있었는지 호기심이 생기면서 해외 댄스필름 페스티벌을 찾아봤어요. 상대적으로 국내 무용수들이 기량 면에서 높은 수준에 달해 있지만 영상을 통해 완전하게 비춰지지 못한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그 역량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인데도 불구하고, 고도로 발달한 테크놀로지가 무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너무 안타까웠지요.
영상을 매개로 무용이라는 컨텐츠가 잘 드러나고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용이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선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보여지고 사랑받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봅니다. 나아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요즘의 영화계에 몸을 주제로 하는 무용영상의 미학이 반대로 순수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 세 가지 뜻에서부터 무용영화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는 언제부터 시작되며 언제까지 어떤 작품들이 상영되나요?
서울무용영화제는 영상예술포럼이라는 기관에서 하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영화제를 위해 지난 4월 조직위원회를 출범했고, 여러 준비과정을 거쳐 오는 11월 3일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3일부터 5일까지 3일 간 명보아트홀과 예술통 코쿤홀에서 진행되는데요, 3일 개막일에는 명보아트홀에서 개막작 〈더 댄서〉와 더불어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 공모전 시상을 하구요. 이튿날 4일에는 명보아트홀과 예술통 코쿤홀에서 샌프란시스코 댄스필름 페스티벌 2015-2016 베스트 시리즈,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의 댄스필름 작품들(지난해 1편, 올해 8편), 서울무용영화제 공모전 수상작 2편과 베스트 선정작들, 서울무용영화제 초이스 세션으로 피나바우쉬 〈댄싱드림즈〉, 〈무용가 최승희〉, 다큐멘터리 〈빛과 그림자〉을 상영합니다. 폐막일에는 4일과 마찬가지로 명보아트홀과 코쿤홀 두 곳에서 공모전 작품들과 함께 무용영화고전 〈분홍신〉, 폐막작 〈댄싱 베토벤〉을 선보입니다.
개막작인 〈더 댄서〉(감독 스테파니에 디 쥬스토)는 미국 현대무용가 로이 풀러(Loie Fuller)의 이야기를 다룬 극영화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이사도라 던컨은 잘 알려져 있지만, 동시대 무용인인 로이 풀러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어요. 조명 테크놀로지와 폭넓은 천을 이용해 환영을 만들어내면서 과학적인 춤 창작을 이끈 무용가로, 무용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인물 중 하나죠. 영화는 실화를 베이스로 했지만 극적 전개를 위해 픽션도 가미되어 있고요. 무엇보다 풀러와 던컨을 동시에 조명한 영화는 처음이라 흥미롭습니다. 이사도라 던컨 역을 맡은 배우가 유명 영화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이라는 점도 화제가 되었었죠. 비단 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극영화로 개막작에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폐막작으로는 베토벤의 교향곡 No.9이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로 재현되는 과정을 그린 〈댄싱 베토벤〉을 준비했습니다. 춤과 음악의 절묘한 관계와 그 속에서 꽃피우는 예술적 상상력, 무용수들의 춤에 대한 열정과 삶의 성찰 등을 총체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첫 번째 개최되는 이번 축제의 작품 선정에 많은 고민이 녹아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전히 춤+영상의 용어가 광의의 개념을 갖고 있고,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영역도 넓기 때문에 선정에 어려움이 가중되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정하셨는지요?

서울무용영화제는 국내 실정에 맞게 프로그래밍을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댄스필름에 대한 매니아 층이 형성되어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무용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데다 무용인들조차 댄스필름에 대한 접근성이 낮습니다. 춤을 기록한 영상만을 상영할 경우 개최 목적 가운데 하나인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는 취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아서 극영화, 다큐멘터리, 댄스필름 등 무용 영상에 관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 장르를 망라하여 모두 이번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전체를 조망하는 프로그래밍은 영상을 통한 무용의 대중화 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내 무용계의 영상제작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고른 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면 어떤 것들을 꼽으시겠습니까?
몇 가지만 꼽기 어려울 만큼 모두 다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개ㆍ폐막작, 초이스 세션의 무용영화, 공모선정작,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작품, 샌프란시스코 댄스필름축제의 작품들 모두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의 포부를 담아 준비했습니다. (웃음)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공모전에서 무용계 뿐만 아니라 영화계, 영상작업을 하는 분들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 가운데 단 2편의 작품만이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게 될 텐데요. 최종 선정작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공모에 참가한 출품작들은 어떠했는지, 심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모전 첫 회이기 때문에 스무 편만 들어와도 그 안에서 두 편을 선정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석 달 동안 이뤄진 공모전에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가해주셔서 무려 100편 정도의 작품이 모아졌습니다. 감사하게도 공모가 끝난 후에도 참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었어요. 주최 측 입장에서는 공모전의 규칙과 기존 참가작들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공모 이후 참가희망자 분들께 내년을 기약해 주십사 정중히 말씀드렸지요. 삼개월동안 그만큼의 작품이 공모되었다는 것은 무용영상의 플랫폼에 대한 국내 무용인들의 갈증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러닝타임이 긴 극영화는 없었지만, 한두 시간 정도의 다큐멘터리와 10-20분 내외의 단편이 공모되었습니다. 공모된 영상에서는 외국의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또 다르게 우리만의 정서가 녹아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감각적이지 않고 투박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정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무용영화에서의 감성적 측면, 감동과 울림에 대한 중요성도 깨달았죠. 무용이 영화화 될 때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사는 2차에 걸쳐 진행되고 있어요. 2개 상이 시상되다 보니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무용영화제 조직위원으로 계신 영화감독, 외부에서는 댄스필름 전문가, 무용영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무용평론가, 댄스필름을 공부한 무용가, 공동주최측인 서울신문사 관계자 이렇게 다섯 분이 심사에 참여하고 계세요. 심사위원 각각 1차 선별한 작품들을 가지고 다같이 2차 심사과정을 진행하는데요, 현재 작품상 감독상 두 가지 시상만으로는 아쉽다는 의견이 많아서 다른 영화제처럼 심사위원상을 추가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에 상영될 공모선정작 베스트 6-7편은 심사 완료 후 축제시작 전에 알려드릴 예정이고, 수상작은 개막일에 발표됩니다.

서울무용영화제는 국내외에서 선별된 유수의 무용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축제이자, 무용영화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창작자와 향유자 모두에게 축제가 주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서울무용제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덧붙여 그에 따라 국내 무용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앞서 간략히 언급되었지만, 영화제는 매체를 통해 무용을 대중화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그에 못지않게 무용인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영상이 춤을 어떻게 담는가에 대한 고민, 과제를 영화제가 잘 풀어내야 하지요. 일례로, 이제 세계 시장에서는 무용단의 제작영상을 보고 컨택하여 작품을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국내 무용단들의 제작 영상들은 어떠할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무용단의 역량, 공연 수준보다 영상이 주는 감동의 크기가 훨씬 덜하다는 생각입니다. 예고편이 나쁘다면 세계무대에 오르기 위한 시작점에서부터 경쟁에 뒤처지는 것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무용단들의 해외 홍보, 네트워크의 활성화만을 놓고 봐서도 춤영상을 제대로 제작하는 일은 필수적이죠.
영상 제작은 국내 무용영상에 관한 환경, 시장이 형성되어야만 가능하지, 무용단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에요. 작품 제작만으로도 무용단 형편이 녹록치 않은데, 영상작업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모시고 좋은 필름으로 담는 일까지 나아가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무용영상에 대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축제에서 영상을 계속 다루면 무용가가 영상을 알게 되고, 영상제작자가 몸을 알게 되어 이들이 언젠가 만나는 접점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무용을 영상 속에 제대로 담아낼 수 있고 수준 높은 무용영화도 제작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영상은 춤을 구현할 수 있는 매체이자 어떻게 보면 협소한 국내 무용계를 다른 장르를 통해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무용영화제의 좋은 취지가 잘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대중에겐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무용영화를, 어떻게 즐기고 음미하면 좋을까요?

영화는 대중이 편하게 여긴다고 생각해요. 뭔가 잘 모르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무용을 무용영화제에서는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마련된 장이지 않나 싶습니다. 무용인으로서 가장 어려운 과제인데요, 아무쪼록 일반 관객 분들께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무용을 편하고 즐겁게 보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영상예술포럼과 서울신문사의 공동주최로 알고 있습니다. (민감한 사항일 수도 있으나) 재원 조성과 예산 집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국내에 무용영화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영화제인데요, 여력은 부족하지만 누군가 시작해 놓으면 그리고 뜻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시간을 두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무용영화제는 제가 퇴임을 앞두고 진지한 고민 끝에 국고지원이나 후원금 없이 제 자비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재원은 백퍼센트 저의 퇴직금으로 마련했지만, 협찬을 현물로 받은 것이 있지요. 예를 들어 마스크팩이나 선크림을 기꺼이 주신 지인 분도 계시고 스탭들을 위해 무용영화제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기증받기도 했어요. 자비로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라면, 제가 구상한 대로 예산을 집행하고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여러 분들께 자문도 얻고 여러 차례 상의도 하면서 도움을 받고 조직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서울신문사와는 저의 지난 몇 번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습니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특정 언론사와 협력하면 다른 언론사와 연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제언들이 있었습니다만 현 무용계 실정에서는 하나의 언론사라도 무용에 관심을 갖고 협력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처음 공모전을 열어 시상을 하는데, 메이저 언론사의 수여라면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공신력을 갖게 되고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용영화제 구상단계에서 신문사의 도움을 많이 받고 최종적으로 공동주최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타이밍도 잘 맞은 것 같아요. 마침 서울무용센터에서 지난해 댄스필름 제작워크숍과 상영회를 열었지요. 서울무용영화제에 대한 구상을 서울무용센터에 가져가 설명 드렸고, 댄스필름 워크숍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앞으로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MOU를 채결했습니다. 댄스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다하고, 이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취지를 공고히 하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셈입니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감사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미국 ‘Dance on Camera’, 프랑스 'Video Danse Festival' 등 해외에서는 무용영화를 다루는 축제 및 콘테스트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영상미디어를 매개한 춤 무대, 현장이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적지 않았습니다. 변동하는 춤 환경에 비해 국내에서는 한 발짝 뒤늦게 둥지를 튼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동안 국내 무용계가 안무자나 무용수에 집중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중요하지요. 그만큼 집중했기 때문에 컨템포러리댄스 역사가 짧은 편인데도 우리나라에서 좋은 작품들, 훌륭한 무용수들이 많이 나왔어요. 누구나 무용영화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이제까지 국내 무용계가 그만한 여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무용영화제 출범이 늦긴 했지만 이전에 개최되었다면 좋은 작품으로 귀결되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이제 드디어 우리 무용계는 영상매체를 통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무용영화제가 그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서울무용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세계 무용영화제를 결집한 미국 뉴욕 소재 댄스필름협회(www.dancefilms.org)의 등록을 마쳤습니다.)

그동안 영상과 미디어를 접목한 창작 작업을 지속해 오셨습니다. 카메라에 담긴 영상 속의 춤은 무한한 확장성을 가질 수도, 반대로 3차원의 춤이 2차원의 영상으로 옮겨지면서 한계를 가질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매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춤의 모습(성격)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3차원의 무용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플랫(flat)해 졌지만 그 안에서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요. 특히 무용영화는 극의 진행도 있지만 춤 자체의 움직임에 그래픽이 더해지면서 또 다른 세계, 환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춤 현장에서 보여지는 환영에 그래픽의 환상이 가세하면서 얻어지는 무한한 확장성은 매우 긍정적이죠. 관객도 향유의 폭이 더욱 자유로워질 거에요. 반대로 무용이 무대에 떠나서 상영만 된다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2차원 영상의 환영 때문에 입체를 없애버리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가 모두 공존하면서 각각이 보여주는 본질을 잘 잡고, 그것의 충돌-상생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험해가야 한다고 봅니다.

 


축제 사무국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함께 행사를 준비하는지 그리고 사무국은 향후 상설로 운영되는지도 궁급합니다.

오래된 영화제에서는 사무국장과 프로그래머가 각각 있습니다. 무용영화제를 처음 시작하면서 보니, 무용을 잘 아는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없더군요. 여러 분과 상의를 하면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만큼 직업적인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독립적으로 두지 않고 사무국 가족들, 조직위원회 분들과 제가 프로그래밍을 함께 연구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술계 여러 분들이 조직위원으로 계시고, 현재 사무국(국장 김지연), 홍보팀(팀장 임수진), 운영팀(팀장 박유정)을 주축으로 실무진이 구성되어 있어요. 축제 서포터즈들이 SNS 홍보 등을 맡아주고 있어요. 축제 기간 동안에는 현장에서 자원봉사자 분들께서 진행 도움을 주실 거고요. 향후 사무국은 상설 운영될 예정입니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이다 보니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특히 축제를 준비하면서 영화 판권문제에 대해 공부가 많이 됐어요. 영화 작품을 선정할 때 저작권법에 따라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배급사를 가진 작품도 있고, 문화원을 통해서 수입해야 하는 작품도 있더군요. 대부분 예술영화 작품인데 테마를 가진 영화제에서 상영되면 홍보가 되니 좋지만, 서로의 절차를 지켜야만 분쟁 없이 진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됩니다. 다음 해에는 좀 더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같이 일할 수 있는, 영화제에 뜻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의 사무국장, 홍보팀장, 운영팀장을 만나기 전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서울무용영화제에 의미를 두고 힘을 모을 수 있는 인재를 만나 지금의 축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열심히 뛰어주는 사무국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제 곧 첫 발을 내딛습니다. 조급한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앞으로 개최될 축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서울무용영화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아갈 계획이신지요?
사실 지금은 미래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웃음) 하루하루 다가오니 점점 현실이 되면서 우선 이번 축제를 잘 해내야 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올해 잘 마무리하고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안무가이자 성균관대 교수로서 다음 행보도 궁금해집니다.
내년 2월에 정년퇴임합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안무가로서의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의 무용인을 얼마만큼 키워놓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예술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후진이 나오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같이 가야하는 것이죠. 퇴임을 앞둔 지금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중앙에 나와 평가를 받고 안무가로서 초청받고 있는 제자들이 몇몇 나온 것 같아서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창작의 일선에 서있기 보다 저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후배 무용인들이 활동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애정 있는 몇몇 작품들 〈윤이상을 만나다〉와 같은 레퍼토리가 어떤 기회를 만나 재공연된다면 무대에 오르겠지만, 새로운 창작을 하겠다는 생각은... 현재로서는 접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무용계를 위해서 무용영화라는 장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본인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춤 작업을 해왔습니다. 창작을 이어오던 가운데 전환의 계기를 맞아 전문성을 갖춘 영화감독과 융복합 영상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예전에는 동료라는 생각을 해왔는데요, 얼마 전 조선희 씨가 쓴 「세 여자」라는 책에서 “동지애”라는 표현을 보고 동료와는 또 다른 끈끈한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어요. 나에게 무용은 곧 동지다?! 함께 했던 제자이든, 협업했던 창작자든, 제 춤을 사랑해주었던 관객분이든 모두 그 존재만으로 동지라는 생각, 그리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정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7. 10.
사진제공_영상예술포럼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