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표지_ 제3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수상
독창성과 보편성으로 무장된 춤상품
장광열_춤비평가

 창작발레 〈심청〉(2001년 9월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자 6일 관람)은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적인 소재의 전막발레 작품이란 점에서 우리나라 직업 발레단들이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는 다른 전막발레 작품과 차별화된다.
 이는 해외무대 진출 시 한국의 발레단만이 공연할 수 있는 독창적인 레퍼토리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춤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예술적인 완성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유니버설발레단이 초연 후 15년 동안 다듬어 온 〈심청〉에 대한 평가의 잣대는 무엇보다 발레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창작발레 〈심청〉은 드라마틱한 소재의 전막발레 작품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이 비교적 잘 융합되어 있다. 스토리 전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열된 춤 구성도 그 중 하나다. 1막에서 남성 무용수들에 의해 추어지는 역동적인 선원들의 군무, 2막 용궁 장면에서 왕자와 심청의 2인무와 디베르티스망, 3막 대궐에서 왕비로 분한 심청과 왕과의 문 라잇 파드되, 봉산탈춤 등은 각기 다른 맛깔로 관객들의 기호를 자극한다.

 

 



 6일 개막공연에서 심청 역을 춤춘 문훈숙은 절정의 춤과 연기를 선보였다. 풍부한 무대 경험에서 스며 나오는 농익은 춤은 무엇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여기에다 그녀는 시시각각 변하는 심청의 감정 변화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특히 이 날 공연에서는 파트너와의 앙상블도 뛰어났다. 3막에서 왕과 왕비의 2인무는 기교적으로도 어렵고, 심청의 심리묘사도 곁들여져 작품 전편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춤이다. 황재섭과 문훈숙은 뛰어난 파트너십으로 발레 2인무가 전해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했다. 고난도의 연결동작에서도 두 사람의 춤은 별다른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용궁의 왕자 역을 맡은 엄재용은 귀족적인 외모와 선명한 라인이 돋보이는 춤으로, 심봉사 역을 맡은 부재웅은 해학적인 연기로 무대를 빛냈다. 그러나 선장 역을 맡은 권혁구는 선원들의 우두머리로서 좀 더 강렬한 카리스마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1막에서 스토리가 지나치게 생략된 것을 감안하면 주인공들의 보다 강렬한 캐릭터 표출이야말로 극적 긴장감을 살아나게 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춤적 구성에서 발레 〈심청〉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다른 레퍼토리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솔리스트들과 군무진들의 춤이 무리 없이 전개된다. 조정희, 이민정, 조은주 등 솔리스트들은 2인무와 4인무 등에서 흐트러짐 없는 춤을 보여주었고 군무진들 역시 편안하게 무대 위를 수놓았다.
 3막 궁궐에서 피리를 연주하는 모습과 춤을 병행시킨 솔로춤 구성이나 대신들이 두 편으로 나누어 왕비를 천거하는 장면을 청과 홍의 두 가지 색상으로 대비시킨 점도 눈에 띈다. 피날레에서 두 명의 여성 무용수와 한 명의 남성 무용수에 의해 추어지는 3인무와 8쌍의 남녀 무용수들이 서로 어우러지도록 한 춤 구성은 클래식 발레 작품에서 보이는 피날레와 별반 다르지 않다.
 드라마틱 발레에서 중요한 극적 구성에서도 〈심청〉은 마지막 심봉사와 심청의 상봉 장면과 심봉사를 포함한 맹인들이 일제히 눈을 뜨는 장면 등 빼어난 대목을 갖고 있다. 이 장면은 또 심청과 심봉사에게만 맞추어져 있던 극중 스토리 전개가 모든 사람이 더불어 기쁨을 찾는 쪽으로 확대되면서, 관객들의 의표를 찌른다. 이 장면을 전후해 보이는 해학적인 구성은 극적 카타르시스와 맞물리면서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하면서 국적과 피부색을 떠나 관객들의 심금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장면이다.

 

 



 〈심청〉이 창작발레로 기대 이상 분발한 것은 음악 구성에도 힘입은바 크다. 이날 최승한의 지휘로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국악기를 배제하고 현악기와 관악기 위주의 악기 편성을 시도한 〈심청〉의 음악(작곡 캐빈 바버 픽카드)은 2인무와 솔로 춤, 군무 등 다양한 춤과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 3막으로 구성된 극적 분위기를 더욱 확장시켜주고 있다. 3막 봉산탈춤 장면에서 무용수들의 외사위 동작시 국악의 덩더쿵 장단을 관악기 등으로 편성한 작곡가의 감각은 높이 살만하다.
 전막발레 작품에서 중요한 무대장치와 의상, 소품 등에서도 〈심청〉은 평균점을 상회했다. 한국의 궁중무용에서 보이는 화려함을 잘 살려낸 의상과 족두리, 노리개 등 소품의 적절한 활용, 2막 용궁 장면에서 물고기들의 아가미와 비늘을 형상화시킨 소품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3막 시녀들의 군무에서 언뜻언뜻 색동무늬가 엿보이는 오색 한삼의 너울거림도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 같은 시각을 자극하는 잔잔한 볼거리는 전체적으로 한국적인 소재의 무용작품으로서 발레 〈심청〉이 갖는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은연중 과시하고 있다.
 〈심청〉은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적인 소재의 창작발레, 한국의 대표적인 춤 문화상품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독창성과 더불어 동서양이 공감할 수 있는 효라는 소재를 통한 보편성 등 양쪽 모두를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1막 심청의 집과 선상 장면, 3막 왕궁의 뜰에서 펼쳐지는 장면이 한국의 토속적인 배경이라면, 2막의 용궁 장면은 고전발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상성을 살린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관객들이 볼 때에는 한국적인 소재의 발레에서 오는 이국적인 재미와 함께 환상적인 장면을 통해 발레예술이 갖는 매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심청〉은 아직 보완해야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2막 디베르티스망 구성에서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무대배경이 용궁이다 보니 바다 속의 생물들만으로 춤을 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태로든 2막은 보완되어야 한다. 말미잘이나 불가사리 등을 등장시켜 외형적인 볼거리를 만든 다음 그 속에서 생명체가 튀어나와 여러 가지 춤을 추게 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조합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에 등장하는 해파리 등의 형상도 좀 더 세련된 재질로 시각적인 요소를 살려내야 한다.
 3막 궁궐 장면에서는 한국의 전통 춤 중 왕과 왕비가 추는 〈태평무〉 등을 활용, 화려한 발디딤새를 보여주는 등 보다 다양하게 춤 적인 요소를 살려내면서 우리 전통 춤과 발레와의 접목에 보다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또 대신들의 몹(mob) 씬 등에서도 보다 세밀한 연출이 뒤따라야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지속적인 수정 작업은 곧 한국발레의 국제무대 진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심청〉은 그런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관계 기관의 향후 지원정책 시행도 대표적인 춤 문화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 해외 공연 리뷰(발췌)

'...the storytelling and pageantry of Shim Chung were impressive, and cleary touched the hearts of audience members in a time when the essential humanity of dance seems largely lost'
─ The New York Times | Jennifer Dunning | Aug. 4, 2001
심청의 스토리텔링과 화려함은 인상적이었다. 춤의 근본적인 휴머니티가 상당히 상실되어가는 이 시대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것은 확실하다.
─ 뉴욕 타임스 | 제니퍼 더닝 | 2001. 8. 4

A Korean Debut, Traditional but Hybrid!
The Universal Ballet from South Korea is not your everyday classical ballet company. For one thing, it has unusual international antecedents.
─ The New York Times, USA | Anna Kisselgoff | April 16, 1998
한국 발레의 데뷔, 전통적이면서도 융합적!
한국에서 온 유니버설발레단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클래식 발레단이 아니다. 우선, 그들은 독특한 국제적 경력이 있다.
─ 뉴욕 타임스, 안나 키셀고프, 1998. 4. 16

The sets were a visual feast : beautifully detailed backdrops of a village setting in Act 1 and royal court garden in Act 3, while the eye-popping underwater kingdom of the Sea Dragon King in Act 2 was magnificent, as were the brilliantly colored sea creature costumes. And the video projections used to create the raging sea during the storm scene were so effective you could almost smell the salt water.
─ Taipei Times, Taipei | Diane Baker | April 11, 2011
무대세트는 시각적으로 풍성했다. 1막의 마을과 2막의 왕궁 배경은 아름다우면서도 세밀했고, 2막 용왕이 사는 바다 속은 눈부신 색채의 의상과 함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훌륭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며 바닷물이 출렁이는 장면에서 사용된 영상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관객들은 마치 바닷물 냄새를 맡는 듯 하였다.
─ 대만 타이페이 타임스 | 다이안 베이커 | 2011. 4. 11

The company is just as strong technically as I remembered it, and the strength of feeling, the acting ability and the sense of shared belief in the ballet were even stronger than I remembered…I think this (UBC World Tour) will reflect great pride upon Korea as a whole, upon classical dance everywhere and upon the leaders of this company.
─ Former Los Angeles Times Dance Critic, USA | Lewis Segal | July 22, 2011
유니버설발레단은 기술적으로 예전과 다름없이 강했고, 무용수들의 표현력과 연기력, 작품에 대한 믿음은 예전보다 더 훌륭해졌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매우 놀라운 발레단이다. 이 월드투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클래식발레계에서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사건이다.
─ 미 전 로스엔젤레스타임스 | 무용평론가 루이스 시걸 | 2011. 7. 22

Korea’s Universal Ballet performed on the stage of Nemirovich-Danchenko Moscow Music Theatre where they presented their original classical ballet Shim Chung which was staged 26 years ago by American Adrienne Dellas based on a Korean Legend. ( I ) witnessed this remarkable fusion of two cultures.
─ Kommersante, Russia | Tatyana kuznetsova | May 16, 2012.
한국의 유니버설발레단이 한국 고전을 바탕으로 애드리언 델라스가 26년 전 안무한 창작 발레 〈심청〉을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단첸코 극장에 올렸다. 우리는 이 공연을 통해 ‘동서양 문화의 훌륭한 조화’를 목격했다.
─ 러시아 코메르상트 | 타티아나 쿠즈니초바 | 2012. 5. 16 

2017. 03.
사진제공_유니버설발레단 *춤웹진